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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풀생각 May 28. 2023

영자신문 사설 간추리기 효과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나만의 철칙(The Iron Law)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를 깨우쳐 남을 돕는 정보를 가진 글을 써야 하고, 또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글로 써놓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의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전문가들이 갖춰야 하는 신의 성실의 원칙 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염치를 갖추고 싶다.


또한, 이곳에 남기는 들풀생각, 곧 『영어공부, 독서법, 인문학, 법학 및 경제학 따위에 관한 잡다한 생각』 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써 그 내용의 진실성 또는 신뢰성은 물론 어느 정도의 전문성도 담보하여 객관적인 보편타당성을 갖춘 글을 쓰겠노라 다짐했다.


오늘의 글쓰기 주제는 Financial Times의 사설인 The FT View를 읽고 베껴 쓰고 나서 그 내용을 간추려 나만의 틀로 글을 올렸던 지난 1년간의 기록에 관한 것이다. 나머지 소재들 또한 각자에게 고유한 형식과 내용을 제외하고 모두 이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언젠가 짬을 내어 이와 비슷하게 적기로 한다.




I. 사설을 간추려 쓰게 된 계기


2022년 5월 19일에 처음으로 블로그를 열고나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보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일단,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그리고 밥벌이가 될 만한 일 가운데 남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보았다. 다른 블로거들이 쓴 글 가운데 Wall Street Journal, Financial Times나 The Economist 기사의 포스팅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많은 블로거들이 주식과 코인과 같은 재테크 투자정보와 그날의 Hot Issue를 위주로 원문 번역 또는 내용을 간추리고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해 보니 관련 주제의 대부분이 신문과 잡지의 인터넷판 위주로 글을 쓰고 있었다. 처음에는 저작권법의 침해를 우려하여 공개자료를 포스팅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았더니, 그것은 아니었고 두 잡지를 모두 종이판으로 사서 읽지 않는 듯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증명은 이렇다. 그들이 올린 글은 그날 또는 그 주의 국제정세의 핵심 쟁점도 아니고 해당 주제에 대한 분석기사의 연결도 딱히 없는 것으로 보아서 나처럼 비싼 돈을 내가며 정기구독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세계 경제, 특히 자본(금융) 시장과 관련한 기사의 번역도 원문을 있는 그대로 옮기고 또 전문용어의 처리도 익숙지 않았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것으로 추단하고 그들과 차별화를 위한 전략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뭘까를 고민해 보았다.


참고로, FT나 The Economist는 우리 회사 리서치센터의 Analyst나 일부 임원들도 보는데 날마다 폐지가 쌓인 곳에 가보면 신문들이 모두 아주 새뜻하게 놓여있다. 한번 보면 온갖 형광펜칠에 또 종이도 너절너절해지는 나와는 달리 저들이 보는 FT는 각이 딱딱 잡혀있다. 설사 그 잡지를 읽었다손 치더라도 늘 바쁜 전문가들이라 Headline이나 주요 기사위주로 보지 사설(Editorial)과 같이 긴 호흡이 필요한 자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리라!

​​​​​

요즘은 우리나라 일간지의 사설도 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이 인터넷판에 올라온 핫이슈 위주로 읽는 듯 보인다. 사실 이런 기사도 꼼꼼히 읽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도 생각해 봤다.

내 생각엔 독서 교재로 사설을 따라올 것이 없는데 말이지…


내돈 내산으로 기를 쓰고 보는 나와 달리 그들은 회사의 비용으로 받아 보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빠져 있지 않을까 점쳐본다. 그래서 영어공부는 지돈내고 해야 그 효과가 크다는 말이 생겼나 보다.


II. 글을 분석하여 올린 방법


이런 기초사실을 토대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기로 하였다.


원문의 번역을 하자니 저작권법의 침해가 우려되고 또 자료를 요약하자니 원문도 올려야 했다. 모두 번거로운 일이었다.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저작권법을 준수하고, 원저작물을 번역ㆍ편곡ㆍ변형ㆍ각색ㆍ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되는 제5조 (2차적 저작물)을 해석•적용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한 끝에, 문학가 김현 선생의 행복한 책 읽기(독서 일기)를 본 따서 행복한 사설 읽기라는 주제로 에세이 형식의 글을 남기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식은 주제와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내가 이해한 틀로 사설 내용을 부연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글을 읽은 독자들 가운데 궁금한 사항은 댓글로 남길 것을 요청했다. 물론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왜냐하면 원문이 없는 상태에서 정확한 정보제공이 어려워 질문하기가 난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필사까지 더해 모두 사설을 5번 이상을 읽고 부족하나마 내용을 간추려 올리게 되었다.


III. 사설 분석으로 얻은 효과 


1년이 넘도록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세상을 읽고 해석을 해보니 크게 얻은 점이 몇 가지 있다.


1. 우선, 독해능력의 향상이다.


오랜 기간 영어원서와 신문 읽기를 병행하며 정독(精讀)의 습관을 들인 덕택에 독해는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특히, 직무상 주요 전문 영역인 금융과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와 사회분야의 이슈를 The Economist와 경제(금융) 관련 원서를 틈틈이 공부해 두었던 것이 큰 노릇을 했다.


다만, 자연과학이나 정보기술 그리고 영국의 지역적인 특별 이슈를 읽어 낼 때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The FT View의 주제를 바탕으로 정치•경제적인 이슈를 분석하던 방식을 그대로 준용하면 크게 어려움이 없으리라 본다.


2. 다음으로, 글을 읽고 내용을 간추리는 요령이 크게 좋아졌다.


한때는 특정 이슈에 대하여 발표를 할 때 그 뜻을 자세히 알지 못해 중언부언하던 것이 글로 직접 옮겨 쓰며 읽는 사람들에게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독서량의 절대 부족과 작문능력의 한계로 여전히 번역투의 문장구사와 표현력의 미흡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송 대의 구양수(歐陽修)는 글쓰기의 비결로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의 세 가지를 든다고 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치열하게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는 뜻이다.


많이 읽고, 쓰고 또 생각해야 풀릴 일이다.


언젠가는 나도 어려운 글 말고 쉬운 글 그리고 논리 정연한 글을 많이 읽어 나만의 문체를 만들어 글을 써보리라 기약한다.


3. The FT View를 분석한 에세이를 쓰면서 가장 크게 발전한 것은 바로 세상을 보는 눈을 더욱더 깊고 넓게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사살, 아직도 많이 투미하기는 하지만 글의 내용을 분석하여 다른 이슈와 확장하여 연결하는 요령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여기에 The Economist의 Leaders, Briefing, Special Report 등의 기사로 보태고 CNN과 BBC를 보충하며 지금•여기의 국제적인 정치•경제이슈는 조금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평생을 두고 공부하기로 한 자본의 운동법칙(The Law of Motion of Capital)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Capitalism) 아니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본질규명과 더불어 Dollar Hegemony의 세상 읽기에 한결 수월하게 다가선 듯하다. 어쨌든, 국부론과 자본론 그리고 정의론과 더불어 세상의 공부가 너무 즐거워졌다.


골프로 치자면, 시사에 관하여 The Economist는 Driver Shot에 해당하고 FT는 Iron Shot 또는 Putter Shot에 해당한다고 여긴다.


IV. 마무리


지식(知識)이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를 말하며 반드시 말과 글로 나타내야 한다.


​공부란, 지식이라는 정보를 흡수하여 자기 나름의 해석을 거쳐 말을 하면서 다듬고 글을 쓰면서 정교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론 공부를 끝내고 나서는 몸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서 논리적 설득과 감성적 공감의 방법 터득이 실천 공부를 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 여긴다.


​말로 전달할 수 없거나, 말로는 하는데 글로는 옮기지 못하는 지식은 그저 관념일 뿐이다. 또한, 말과 글만 되뇌며 실천하지 않으면 실학(實學)이 아닌 허학(虛學)이 된다.


알고 있는 것을 끄집어내어 다른 사람이 알기 쉽게  말과 글과 몸으로 옮길 수 있어야 참된 이론이라고 믿기에 오늘도 이런저런 글을 써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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