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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출가한 어느 직장인

by 들풀생각


요즘은 이래저래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모임을 억지로 만들지는 않지만 남들이 불러주면 고맙게 여기며 그냥 나간다. 여태껏, 잊지 않고 찾아 주는 이들을 다시 찬찬히 살펴봐야겠다. 평생을 함께 할 사람들 일지 어찌 알겠는가! 떨어져 나갈 사람들은 애초에 다 사라졌을 테지. ​대쪽 같은 성미가 부드러운 들풀로 바뀌어가나 보다.


드디어 모임에 나가는 까닭은 이제는 혼자서도 재미있게 사는 법을 모두 터득해 놓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가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아무도 없으도 나 혼자 노는 것이 가장 즐겁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20년 이상을 고민하고 또 실천해 보았는데 혼자 산에 들어가 살 정도다. 그러나, 산에 들어갈 수 없다. 왜냐하면, 천성이 게으를 뿐만 아니라, 음식을 할 줄 모른다. 결정적으로 기계치다. 산으로 가려면 목공실력이 필수다.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보니 그렇다.


​그래서 문명 한복판에서 마음만 출가한 자연인으로 살기로 한다. 원래부터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한 적이 거의 없다. 내가 누구한테 휘둘려 살 사람도 절대 아니다. 오히려 희한한 성격을 가진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연구하는 것을 더 즐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내 맘대로 서로의 관계를 잘 조절할 수 있다.


​최근에 자꾸 그분이 나에게 요리하는 법을 가르치려한다. 나는 요리 조리 핑계대며 온몸으로 거부한다. 대신, 설거지와 화장실 청소로 특화시키겠다고 둘러댄다. 이것도 통하지 않으면 전문 영역을 확장해서 온 집안을 다 쓸고 닦겠다고도 해본다.


​혼자 남았을 때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 주려나 보다. 그런 거라면 마음을 놓으라 한다. 나중에라도 그럴 일이 생길까 봐 세끼를 한 끼로 바꿀 꾀를 모두 세워놓았다고 거짓으로 꾸며댄다. 실제로 몸과 마음을 닦는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


​점심과 저녁에 만나는 거의는 내 또래들이다. 모두 은퇴 후가 큰 걱정인 모양이다. 또 혼자가 되는 게 많이 두려워하는 듯 보인다. 나는 오랜 세월 혼자서도 잘 지내는 법을 터득해 놓아서 그런지 별 걱정이 없다. 아무도 없으면 나 혼자 즐기는 놀이가 최고던데 그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심심할 겨를이 없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나중엔 번역도 하고…


​다들 이제부터라도 책도 읽으시고 글도 쓰셔서 블로그도 열어보라 해본다. 돈도 없으면서 끼리끼리 모이는 골프는 그만 치고 차라리 활쏘기를 배우라 한다. 들을 턱이 없다. 머리 쓰는 자격증 대신 몸 쓰는 것에 기웃거리며 도전해 보려는 모양이다. 퇴행성 몸을 가진 이들을 몸 쓰는 일에 불러 줄까? 장롱 속 면허가 될 공산이 크다. 알아서들 하겠지. 모두 건강부터 챙기자며 결론 내리고 다음을 약속한다.


​4번째 읽고 있는 Ayn Rand의 Atlas Shrugged나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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