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와 글쓰기를 배우며 또 다른 꿈을 꾼다.
2008년 가을 즈음, 번역 아카데미를 다녔다. 그냥 어렴풋하게 번역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면서 벌인 일이다.
매주 토요일에 수업을 받고 나서 평일에 과제를 마무리하여 다음 수업을 하기 전까지 제출을 해야 했다. 회사에서 법인을 상대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모두 버거웠다. 초급과정을 거쳐 중급과정을 끝내고 고급과정 또는 실무과정을 모두 밟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실무과정은 회사일과 함께 하기가 녹록지 않았다.
그래서, ‘번역가가 되는 길이 이런 것이구나!’ 하며 맛만 보고 산을 내려왔다. 6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름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것은 내버려 두고라도, 번역가가 되기엔, 내가 갖춘 영어실력이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설상가상으로, 글 솜씨조차도 형편없었다. 우리말이라 만만하게 보았던 탓이다.
우리말 쓰기는 뒤로 미루기로 하고 영어실력 특히 독해법을 많이 키워야 했다. 그때부터, 제대로 된 독서법을 찾아 동•서양의 주요 지식인들을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서양은 주로 Bertrand Russell과 같은 철학자를 롤 모델(Role Model)로 삼고, 동양은 조선시대의 선비들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독서법을 배우기로 했다. 멀고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방법이 바로 모티머 제롬 애들러(Mortimer Jerome Adler)의 Syntopical Reading과 조선 선비들의 학문 태도였다.
이들의 독서법을 본보기로 삼아 지금껏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독서법을 바탕으로 영어원서를 읽기가 어느 정도 몸에 밴 지금, 나머지 조각 하나를 또 맞추려 한다. 다시 말해 글쓰기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 그간 그려온 출판번역가를 꿈꿔본다.
글쓰기를 똑바로 배워보려고 오래전에 사두었던 여러 가지 책을 펼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은 바로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 쓰기 1권~5권이다. 내 생각에는 이 작품 안의 내용만 줄줄 꿰고 또 따라 써 보기만 해도 글솜씨가 아주 크게 늘 것 같다.
배우지 않은 데다 보고 듣지 못하여 아는 것이 없음을 탓하며 시작했던 독서처럼 이미 앞서가고 있는 사람들의 허점을 잘 살펴 나만의 길을 또 가봐야겠다. 외국어번역행정사라는 자격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려면 지금부터라도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나아가야 할 것 같다.
인생 2막을 뛰기에는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