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을 읽고 또 읽은 느낌을 글로 남기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렇게 할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책 읽기와 글쓰기는 알량한 글쟁이들의 전유물이나 특권이 아니고 나와 같이 현장에서 삶을 체험하는 사람들의 살아있는 숨소리의 기록이자 외침이고 또 역사임을 나타내고자 한다.
그렇게 해야만이 백성이 참주인 되는 그런 세상이 하루라도 빨리 오리라 굳게 믿는다.
그런데, 읽을 때마다 늘 새롭다. 그리고 이미 읽은 것을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셀 수 없이 많다.
Karl Marx의 Capital과 David Harvey의 The Limits to Capital을 여러 차례 읽고 나서 또다시 입문서(A Companion to Marx’s Capital)로 다잡는다. 민법도 민사소송법도 매한가지다. 그 두꺼운 책들을 모조리 읽어 내렸으니 입문서는 누워서 떡 먹기인 줄 알았다.
섣부른 판단이었다.
입문서의 한 줄, 한 문장, 한 장을 넘기기가 버겁다. 이번엔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하고자 하는 공부 화두(話頭)의 얼개 짜기로 생각이 깊고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본서를 통해서 알고 있는 방대한 내용들이 서로 관련이 없어 보였다. 그것보다는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대충 읽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앎이 쌓일수록 보지 못하였던 것과 안 보이던 것이 모두 보인다. 모든 법 개념과 제도가 촘촘히 서로 엮어 있다는 것을 입문서를 읽으며 깨닫는다. 자본론과 민법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임을 느낀다.
(들풀생각) 아래의 글은 The FT View에서 발췌한 것인데 여기에서도 ‘현대자본주의사회에 사는 우리가 자본론 (Market Economy의 부작용)과 민법(Property Rights)을 잘 알아야 하는 까닭’을 알 수 있다.
The inviolability of property rights
is the foundation of a well-functioning market economy.
나무만을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면, 심지어 나무조차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꼴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낱낱의 앎들이 하나로 뭉쳐 뼈대를 만들고 또 이들이 가지를 쳐서 잎과 열매가 맺는 모습을 보니 또 뿌리가 궁금해지는 것인가! 이제야 비로소 그 옛날 학자들의 말씀이 와닿는다.
내가 대학교 신입생이었을 때는 News Week나 TIME(속된 말로 티메지라 불렀다.)을 청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폼을 잡는 이가 많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저 잡지들을 술술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내 주변에는 없다.
시사영어를 강의하던 교수님이 어느 날 학문연구를 하다가 머리를 식힐 일이 있으면 TIME 지를 읽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너무 재미가 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고도 하셨다. 그러면서 공부를 하면 다 알게 되니 죽자 살자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를 늘어놓으셨다. 그 당시 나는 그것을 믿을 수도 없었고 믿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 어려운 잡지를 원어민들조차도 그렇게 즐기며 읽지는 못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나는 그 교수님의 말씀이 마음에 걸려 한번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불과 1년 전까지 영어원서와 잡지를 보면서 계속 든 생각은, ‘교수님이 거짓말을 하신 것’이었다.
그런데, 작년 이맘 즈음에 갑자기 The Economist를 처음부터 끝까지(from cover to cover)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내가 이 잡지를 정기구독하는 조건으로 금연하는 것보다 더 놀랄만한 일이었다! 나도 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른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민법을 강의하시던 교수님이 ‘법학교과서를 1시간에 1페이지만 읽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시면서 공부를 하면 다 알게 되니 죽자 살자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를 또 늘어놓으셨다. 이 또한 믿지 않았다. TIME 사례와 같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그분들의 연배가 되어 보니 진짜로 그들처럼 하고 있다. 내가 그분들께 큰 실례를 범했음에 틀림이 없다. 내가 너무도 어리석어 상당한 내공을 소유하신 지식인들을 몰라 뵈었으니 말이다!
요즘 세대들처럼 그때 그런 말들이 있었다면, 나도 틀림없이 그분들을 꼰대라 불렀을 것이다. 내가 겪어보니 이제야 그들이 하신 말씀이 사실이었음을 알게 된다. 인생이 늘 그렇게 흘러가는 것인가 보다.
세상은 겪은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