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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풀생각 Jul 02. 2023

백면서생(白面書生) 벗어나기


독서에 관한 글을 써놓고도 또 쓴다.


​독서가 나의 앎과 삶을 이어주는 그런 노릇을 잘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기 위해서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 그러나, 한 권을 그것도 1,000쪽이나 넘는 철학원서 따위를 여러 차례 읽는다. 그간 읽어온 책수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읽고 나서도 몸과 맘과 얼이 조금 바뀐 것 말고는 머릿속에 따로 남아 있는 게 없다.


도대체 모두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같은 책을 한 번 읽을 때 다르고 두 번 읽을 때 또 다르다. 그 짧은 영문 사설을 읽을 때도 똑같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잘못 안 것도 제법 나온다. 그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잘난 척 꽤 너스레를 떨었다.


뉘우친다. 마음속 깊이…


한 책을 여러 번 읽을수록 그 안에 든 것을 함부로 말하는 것이 두렵다. 잘못 말했던 것을 몇 번 겪어 본 탓이다. 어디 가서 ‘이 책 읽어 봤는데, 아니 영어원서로 읽어 봤는데, 아 아니 몇 번씩이나 읽어 봤는데’ 이딴 소리는 그만두자. 앞날에도 맹세코 하지 말자. 그러지 말고, 어쩌다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찾거든 뭐든지 다 일러주고 퍼주자!


이래서 나를 낮추라 했나 보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으니 조각조각으로 흩어져 따로따로 알던 것들이 모두 모여 하나씩 얼개가 짜여간다. 그러다 보니 책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날이 더해 갈수록 더욱더 깊이 빠져들 듯하다.


그동안 희미하게 알던 것이 하나둘씩 보인다. 그것도 아주 뚜렷이…


​백면서생(白面書生)을 벗어나려고 앎과 삶을 잇고자 애쓴다.

격물치지(格物致知).

책에서 배운 것을 바깥에 써먹으려는 마음에 오늘도 설렌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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