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관한 글을 써놓고도 또 쓴다.
독서가 나의 앎과 삶을 이어주는 그런 노릇을 잘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기 위해서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 그러나, 한 권을 그것도 1,000쪽이나 넘는 철학원서 따위를 여러 차례 읽는다. 그간 읽어온 책수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읽고 나서도 몸과 맘과 얼이 조금 바뀐 것 말고는 머릿속에 따로 남아 있는 게 없다.
도대체 모두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같은 책을 한 번 읽을 때 다르고 두 번 읽을 때 또 다르다. 그 짧은 영문 사설을 읽을 때도 똑같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잘못 안 것도 제법 나온다. 그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잘난 척 꽤 너스레를 떨었다.
뉘우친다. 마음속 깊이…
한 책을 여러 번 읽을수록 그 안에 든 것을 함부로 말하는 것이 두렵다. 잘못 말했던 것을 몇 번 겪어 본 탓이다. 어디 가서 ‘이 책 읽어 봤는데, 아니 영어원서로 읽어 봤는데, 아 아니 몇 번씩이나 읽어 봤는데’ 이딴 소리는 그만두자. 앞날에도 맹세코 하지 말자. 그러지 말고, 어쩌다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찾거든 뭐든지 다 일러주고 퍼주자!
이래서 나를 낮추라 했나 보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으니 조각조각으로 흩어져 따로따로 알던 것들이 모두 모여 하나씩 얼개가 짜여간다. 그러다 보니 책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날이 더해 갈수록 더욱더 깊이 빠져들 듯하다.
그동안 희미하게 알던 것이 하나둘씩 보인다. 그것도 아주 뚜렷이…
백면서생(白面書生)을 벗어나려고 앎과 삶을 잇고자 애쓴다.
격물치지(格物致知).
책에서 배운 것을 바깥에 써먹으려는 마음에 오늘도 설렌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