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을 봤다. 볼거리가 풍성해 흥미진진하니 163분이 훌쩍 지나갔다. 법학이나 철학 책을 볼 때도 그렇다. 역시, Tom Cruise는 대단한 배우다. 늘 자신감이 넘쳐 여유가 있으니 팬에 대한 배려심이 생기나 보다. 유명한 영화배우한테 인문학을 배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은 좋든 싫든 언제나 나의 최고 스승이다. 좋으면 따라서 배우면 되고, 나쁘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면 되니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재치가 넘치는지부터 살핀다.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자기가 몸담고 있는 곳에서 단연 최고일 거라고 믿는다. 유머나 재치는 분명 자기 일에서 자신감이 넘쳐야 나오는 그런 품성이자 덕목일 것이다. 그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
상대만 좋다면, 친구하고 싶다.
블라인드(Blind) 앱이라는 것이 있다.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이다. 회사에 대한 이런저런 볼멘소리나 직원들 간 불평•불만의 사연이 많이 올라온다고 한다.
오래전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몇 명의 직원들이 다른 직원들로부터 친절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블라인드에 이름이 올랐다. 모두 본사 지원 부서에 속한 직원들이며 나도 잘 알고 지낸다. 가끔 일 때문에 그들과 통화를 할 때면 나도 다른 직원들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사람들이 보는 눈이 다 똑같은 모양이다.
보통 때 회사 일이 아닌 일로 그들과 마주할 때는 세상 친절하기 짝이 없는 동료들이다. 전철에서나 엘리베이터에서나 만나 말을 걸어보면 정도 많고 감정이 풍부하다. 게다가 재미도 있고 똑똑할 뿐만 아니라 예의도 아주 바르다.
그런데 업무로 만날 때는 아주 딴 판이다. 나는 그들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에 업무를 협의할 일이 있으면 전화 대신 메일을 보내거나 메신저로 한다. 감정싸움으로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것을 막고 또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나만의 비법이다. 물론, 메신저도 찬찬히 뜯어보면 기분의 썩 좋지 않음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왜 그들이 그렇게 행동을 하는 걸까?
그들 모두는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직무 할 때의 성향을 자기들의 성품으로 본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듯하다. 사실, 바깥사람들은 그들의 개인적인 좋은 품성을 따로 관찰할 생각도 여력도 없다. 그래서 직무상 성격이 곧 그 사람의 인격이 된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행동을 분석해 보았다.
분쟁 조정 업무를 처음 맡을 때 불만고객이나 직원이 예상할 수 없는 질문을 해오면 얼굴부터 화끈거렸다. 잠시 머뭇거리다 보면 바로 강한 공격이 들어온다. 더욱더 당황해서 말의 속도도 빨라지고 목소리도 커진다. 상대도 지지 않으려고 더 크게 항의한다. 그런 것도 모르냐는 투의 무시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면 내 쪽에서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되로 받고 말로 준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그럴 텐데. 또 마주한 쪽에서 나를 불친절하다고 톡 쏘아붙인다. 기름 위에 불을 붙이는 격이다. 악순환의 되풀이다. 속도 조절도 안되고 내 쪽의 목소리가 더 높아진다. 상대방은 더 이상의 대화가 안 된다며 전화를 툭 끊는다. 그리고, 금융감독원에 불편한 업무와 불친절한 직원을 청구원인으로 회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분쟁 조정을 신청한다.
민원의 해소를 위하여 사실 관계를 조사하며 관련 업무 절차를 법령과 회사의 규정집을 보고 분석한다. 이런 일은 내가 업무를 조금만 더 알고 있었어도 처음 단계에서 잘 해결되었을 텐데. 한말로, 초동단계 대처 미흡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뉘우친다. 나의 무지 때문에 일이 더 커졌다는 사실을…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 However, better late than never.
블라인드의 앱에 구설수로 오른 직원들의 경우도 똑같다.
모두 자기 업무와 관련된 일은 완벽히 꿰뚫고 있다. 그러나, 처리를 해야 할 업무가 부서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회사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대부분 그 경계가 애매모호하다.
가령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상속과 관련한 명의변경 절차를 물어본다. 담당 직원은 업무처리 절차에 관하여 완벽히 꿰뚫고 있다. 그러나 상속과 관련한 법률 사항을 물어보면 당황하며 자기 일이 아니므로 바로 법무팀으로 연락하라고 한다. 또 법무팀에 물어보면 법률에 관한 해석은 자기 일인데 업무처리 절차는 업무팀에 문의하라며 톡 쏘아댄다. 그래서 양 팀에 서로의 영역을 벗어난 업무를 질의하면 서로서로 짜증도 내고 화도 낸다. 문의하는 사람만 당하기 일쑤다. 의문의 완패다!
둘 다 업무 지식과 공감 능력이 한계에 도달하니 생기는 일이다.
업무팀은 법률 공부를, 법무팀은 또 실무 공부를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서로가 전문 영역이 아니라며 일을 미룬다. 한마디로 두 쪽 모두 공부를 조금만 더하면 아는 일인데 각자 엘리트 의식에 젖어 그런지 자기 일만 하겠다 한다. 그래서 애먼 사람인 업무를 문의한 영업 직원에게 분풀이를 한다. 영업 직원은 또 나름대로 자기가 회사를 먹여 살리는데 어디서 지원 직원들이 저러냐며 우월의식에 젖는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따로 없다!
영국 철학자 Adam Smith가 발견하여 국부론에 써 놓은 분업의 효과는 이렇다.
분업을 하다 보면 각자가 맡은 일의 전문가가 되고, 그 일에 익숙해지면서 일하는 속도가 빨라져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 시간도 절약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한 가지 일만 하다 보니 지루해질 수 있고, 직업병이 생긴다. 또 직무 전문성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덧 씌워서 일을 하지만 갈대 구멍으로 세상을 볼 줄 밖에 모르게 된다.
그래서 한쪽으로 치우쳐 도량이 좁고 너그럽지 못한 일이 많이 생긴다. 외눈박이다! 급기야는 협동심이 자리해야 할 곳에 못된 이기심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업무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
자기가 하는 일에 여유가 있으면 친절이 가능하다. 거기에 전문성까지 더해지면 이른바 실무 전문가가 된다. 간추리면, 자기가 하는 일의 120% 정도로 이론 공부를 해두고 또 공감력도 갖추어 놓으면 웃어가며 일을 할 수 있다.
내가 웃으면 남들도 따라 웃는다. 그 까닭은 그들이 바로 나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도 회사일과 마찬가지다. 모두 자기 일만 최고라 높은 벽만 치려 하지 말고 이웃하는 일에도 늘 열린 눈과 귀 그리고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코끼리 다리뿐만 아니라 코나 등이나 꼬리도 모두 살펴봐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모든 일과 학문의 마중물인 철학과 법학과 영어를 모두 잘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블로그 이웃님들의 재치나 슬기가 넘치는 글을 쫓아다닌다. 이분들이 하는 일은 가지각색이지만 모두 자기 분야의 내공이 상당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날마다 찾아가서 글도 읽고 댓글도 남긴다. 건질 것들이 무지 많다.
유머는 여유가 없으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덕목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