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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풀생각 Jul 25. 2023

언제부터 월요병이 사라졌다


내방의 서재를 도를 닦는 곳이라 여기고부터 월요병이 사라졌다.


정말 ​그렇다!


​​나는 그곳을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늘 그런 생각을 하고 산다. 가령, 이 방을 나서면서 ‘오늘은 또 어디 가서 그동안 배운 것을 잘 써먹고 돌아올까!’를 속으로 되뇐다. 외람되지만 탁발승의 마음을 가져본다.




​​책은 일종의 성경이다. 늘 들고 다니면서 아니면 놓고 다니더라도 그런 마음으로 움직인다. 남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해코지는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쏘다니니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또 있으면 있는 대로 하고 살면 되니까! 새로운 것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하니 늘 즐겁다.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책을 읽고 또 읽으니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엉키고 설킨 여러 가지 삶의 숙제들이 실타래가 풀리듯이 하나둘씩 풀린다. 사회생활을 크게 법률관계와 인간관계로 나누어 전자는 법학의 틀로 후자는 또 인문학의 틀로 풀어보려 애쓴다.


​​꽉 막힌 듯한 일이 술술 풀리니 스스로를 높이는 마음도 올라간다. 얼굴 색깔이 밝아지고 또 몸에 힘이 솟구친다. 새로운 일이 불쑥 터져 나와도 삶의 잣대가 있으니 차분해진다.


​​그러니 두려울 게 무어랴!


​​책에서 글로 배운 것을 몸으로 잘 써먹으니 또 책을 보고 싶어 진다.


​​이제는 쓸데없는 욕심도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되지도 않는 화를 낼 일도 없다. 점점 똑똑해져 간다. 잘난 척하지 않고 함부로 남을 의심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리고 고집도 잘 부리지 않는다.




사무실 환경공사로 우리 부서는 7층에서 2층으로 옮겼다.


​컴퓨터와 같은 집기비품을 층간으로 잘 옮기려면 이동 가구인 카트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늘 친절하신 반장님 덕택에 문서수발실에 있는 대형 카트를 두 개씩이나 챙겼다. 무척 더운 날씨에도 요령껏 허리도 잘 써가며 젊은 직원들의 보조에 잘 맞춰 무사히 짐을 모두 옮겼다.


​비록 기계치이지만 미리 휴대폰에 사진을 잘 찍어놓고 또 코드를 다 뽑지 않고 놔두었기 때문에 컴퓨터 설치도 쉽게 했다. 우리 층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가운데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딱 둘이다. 나머지는 모두 MZ를 비롯해 매우 다양하다. 어른으로서 행실에 어긋남이 없도록 눈치껏 잘 처신해야겠다. 뭐 별건 없고 늘 공부하는 자세만 유지하면 될 일이다.


​​남들보다 모자란 점을 확실히 알기에 미리미리 갖추어 놓고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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