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과 퇴근할 때, 전철 안에서 The Economist만 읽기로 했다.
글자 크기가 원서 정도만 되어도 좋으련만! 80페이지 안에 많은 것을 담으려니 그런가 보다 한다.
원래는 아침에 원서를 저녁에 The Economist를 사무실에서는 Financial Times를 읽었다. 그런데, 최근 시사 내용이 재미있어진 건지 아니면 지력이 떨어져 이해가 안 되는 것인지 같은 기사를 몇 번씩이나 읽어야 이해가 된다. 눈도 침침한 데다 글자 크기도 작아 온갖 힘을 다 기울이며 본다.
세계 경제 관련 기사를 보다가 눈물을 훔친다. 내용이 슬퍼서도 아니고 나이 드는 게 서글퍼서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눈이 피로해서다.
모든 공부가 그러하듯이 절대 읽은 양에 집착하여서는 안 된다. 처음에 읽을 때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거의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꾹 참고 읽어 나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다음에 읽을 때부터는 반드시 체계를 잡고 한 글자, 한 문자, 한쪽 그리고 한 장을 아주 세밀하게 읽어야 한다. 한마디로 행간을 읽어야 한다. 이런 연습을 하는 것은 곧 내가 마주하는 모든 일을 잘하기 위해서다.
책 따로 삶 따로는 백면서생에게나 주자!
민법 교과서 안에 나오는 판결문을 읽고 이해를 하는 과정은 마치 철학 원서나 영자신문 사설을 읽을 때와 똑같다.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다 보면 전체 얼개를 짤 수 있다.
The Economist와 Financial Times만 제대로 읽으며 세상을 알아나가도 충분히 삶의 슬기를 얻을 수 있다. 이 책 저 책 산만하게 읽지 말고 하나라도 깊게 알고 넘어가야겠다.
한 달에 책을 몇 권이나 읽었는지와 같은 책을 몇 번이나 보았는지는 내게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모든 공부의 기초는 원문의 정확한 뜻을 알고 넘어가는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