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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풀생각 Aug 01. 2023

뚜렷한 목표를 세워 꿈을 꾼다


번역 관련 매거진 편집장한테 연락이 왔다.

브런치에 올린 "고전을 번역서로 안 읽는 까닭"을 본지(本紙)에 게재하고 싶다며 추가로 게재할 글이 있으면 보내주라 한다. 출간 후 매거진 3부를 우송해 줄 터이니 긍정적인 검토를 부탁한다고 한다.


​무슨 잡지인지를 찾아보았더니 슬기로운 번역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월간지다. 업계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이라 하니 나중에 나아갈 꿈의 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느낌이다.


​​몇 개월 전 모 플랫폼에서 내 글을 올려주겠다고 해서 또 신규 번역 서비스 자문단이 돼줄 것을 요청한 것을 거절한 후 받은 또 다른 제안이다. 브런치 메인에 올라갈 일 없는 내가 마다할 까닭이 전혀 없다. 흔쾌히 승낙하고 번역과 관련된 글들을 편집장에게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어제 본지에 실을 초안을 주고받았다.




무엇보다도 글쓰기가 재미있어 진다.


​목표를 뚜렷이 세우고 나니 원서를 읽는 재미도 매우 쏠쏠하다. David Harvey의 A Companion to Marx’s Capital을 세 번째 읽었다. 이 책은 자본론의 입문서 또는 해설서인데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책장 수가 무려 768 쪽이나 된다.


​Karl Marx의 『Capital I•II•III』과 그 참고서인 David Harvey의 『The Limits to Capital, The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The New Imperialism, Marx, Capital, and the Madness of Economic Reason, Enigma of Capital, The Ways of the World, Seventeen Contradictions and the End of Capitalism, The Anti Capitalist Chronicles』을 모두 읽고 나서 자본론의 숲을 다시 살피고자 읽은 책이다.


​머리가 썩 좋지 못해 이번에도 책의 내용은 조금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 앞에 놓인 공부의 큰 틀을 찾은 것 같다. 이 책을 맨 처음 모두 다 읽었을 때도 기뻤지만 지금은 내용을 이해하며 읽어서 그런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최근 읽고 있는 데이비드 하비의 『A Companion to Grundrisse』를 마무리하고 나서 또다시 자본론의 깊은 숲으로 들어갈 생각이다. 이번 산행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뜻깊은 일이 되리라고 믿는다.


평생 들어가 파 보기로 한 길 즐겨야겠다.




번역가도 아닌 것이 마치 번역가 인양 원문을 꼼꼼하게 또 자세히 본다.


​속으로 우리말로 옮겨도 보고 또 외국인이라면 어떻게 써볼까도 생각한다. 정치와 경제를 넘어서 법학과 철학 그리고 사회•문화까지 모두 번역을 해보려면 배경지식을 많이 갖추어 놓아야 한다. 더구나, 과학기술 분야는 힘을 더욱더 많이 쏟아부어야 한다. 그래서, 관련되는 책은 틈틈이 짬을 내어 많이 읽어 보리라 다짐한다.


막연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보다는 뚜렷한 뭔가를 세워놓고 나아 가는 것이 이래서 좋은 모양이다.




​​내가 출판 번역가가 되기 위해 앞으로 갖추어야 할 것들은 이렇다.


​​먼저, 생계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책을 읽는 자체를 즐긴다. 그렇기 때문에 양에 치중한 부실한 번역을 없애려 애써야 한다. 이를 위해 원문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애써야 한다.


​​다음으로, 정치와 경제는 물론 철학과 역사 그리고 법학과 같은 여러 분야를 넓고 깊게 공부한다. 그렇게 하여 원 뜻을 체계적으로 새기고 또 정확하게 우리말로 옮기는 공부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글 공부를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그리하여 번역투가 아닌 순수한 우리말로 바꾸려는 뜻을 깊이 새기고 제2의 창작자가 되어야 한다.


​​오늘 밤은 서영은의 ‘꿈을 꾼다’를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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