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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풀생각 Feb 15. 2023

영자신문 사설 읽는 요령

​​I. Financial Times의 읽기 효과​


회사에 출근하면서 가장 먼저 들리는 곳은 회사의 지하1층에 있는 문서 수발실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Financial Times가 매주 화요일에는 The Economist가 있다.

두 가지 모두 내돈 내산으로 구독하는 영어잡지다.

잡지 모두 합쳐 연간 구독료는 100만원이 넘는다. 담당 직무상 별로 사용할 일은 없는 잡지이지만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비싼 돈을 지불하며 본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영어의 이해력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 두 잡지를 순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때에는 행여나 누가 물어볼까 봐 신문을 챙기자마자 가방속으로 쏙 넣고 다녔는데, 이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연스럽게 펼쳐 든다.

가끔 전철에서 The Economist를 읽고 있는데 누가 같이 보는 느낌이 와서 올려다 보면 외국인일때도 있다. 이제는 누가 그 내용을 물어오면 영어로 뜨문뜨문하게 대답할 수준은 된다.

장족의 발전을 한 것 같다.

II. The FT View를 정독함

Financial Times를 챙겨 아무도 없는 사무실로 들어선다. 내 PC를 켜고 서랍장을 연 후, 완전무장을 해제하여 이 신문만 들고 큰 일을 보러 간다. 무장해제란 다름이 아니라 혹여라도 영어사전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을 자리에 남긴다는 뜻이다.

무슨 큰 볼 일이 없더라도 그냥 습관처럼 약속된 장소로 간다. 미션의 완성시간은 최대 10분까지다. 신문을 보면서 그 이상을 앉아 있으면 변비에 자주 걸린다는 정보를 어디서 주워들은 듯하다.

어쨌든, 임무완성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5분에서 10분이다. 이 시간 동안 무조건 The FT View를 일단 읽고 대략의 내용을 파악하여야 한다.

1단계 임무를 완성하면 사무실 내자리로 돌아가서 조금전에 보았던 사설을 모르는 단어는 모두 찾아 보여 다시 정독한다.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가면서 완독하고 내용을 간추린다. 아직도 다른 직원들은 출근전이다.

퇴근을 하고나서 운동과 저녁을 먹고나서 또다시 그것을 꺼내어 소리내어 한번 읽는다. 그리고 내용을 완벽히 정리한 후 마지막으로 읽고 워드로 필사까지 한다. 모두 합쳐 5번이나 읽은 셈이 된다.

머리가 나쁘니 몸으로 고생할 수 밖에!

III. 사설(The FT View)을 정독하는 까닭

사설(社說)이란 신문이나 잡지에서, 글쓴이의 주장이나 의견을 써내는 논설로써 영어로 Editorial이라고 한다.


The FT View는,

Financial Times의 사설로써 그날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국제적인 이슈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는 사건에 대한 분석과 의견이다. ​


말 그대로 이 신문의 내용중 핵심중의 핵심이다.


가끔 주변에서 영자신문을 읽는다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혹시 그 신문의 사설을 정독하는지를 물어본다. 어김없이 “헤드라인과 필요한 기사만 발췌하여 읽고 나면 시간이 없어서 읽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다른 것은 못 읽어도 사설만은 반드시 사수하는데 말이지! 간혹, 휴가나 출장 등으로 장기적으로 자리를 비울 때에도 복귀해서는 지난 신문의 The FT View는 반드시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

이것이 영자신문을 구독하는 다른 사람과 나의 차이일 것이다.

The FT View는 단순한 사실의 정보전달이 아니라 가치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어 있고 그 신문사의 얼굴이므로 고급스러운 어휘의 사용과 문장구사에 매우 품격이 높은 살아 있는 영어교과서라고 생각한다.

이것만 제대로 읽고 분석하며 따라 써본다면 영어실력은 일취월장(日就月將)하리라 굳게 믿는다.

IV. The FT View읽기와 영어교육

우리 나라 사람들이 학교에서 10년 이상 영어를 배워도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이유를 문법 혹은 독해 위주의 교육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로 그럴까?


영어교육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의 어쭙잖은 견해를 밝히자면, ​

우리 나라 영어 교육이 바른 길로 가려면 문법과 독해 교육을 더욱더 강화해서, ​

문법적으로 말하고 쓰는 훈련과 방대한 분량의 고급 독해 지문의 분석적 읽기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사실상, 문법이나 독해는 아무런 죄가 없다!

우리들이 영어를 못 하는 것은 문법과 독해만 죽어라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이 두 가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The FT View를 읽으면서 느낀다.

늘 얘기를 하지만, 진범은 바로 "시험 문제 풀이 비법"때문이라고 본다. 문법과 독해도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에게 수능이나 토익에서 "고득점 비법"만 가르치고 훈련시키는데, 언제 영어다운 영어를 공부하겠는가?

시험이라고 하는 것은 일정한 수준의 실력을 닦은 뒤, 이를 바탕으로 야전으로 나아가 신문도 읽고 철학이나 사회과학 원서도 읽고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네 영어 교육은 영어실력을 차근차근 쌓을 생각은 안하고, 원어민도 풀지 못하는 시험 문제만 잘 풀 궁리만 하게 만들고 있으니 영어를 그렇게 오래해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고 본다.

오늘도 The FT View를 꼼꼼히 읽고 따라 써 본다.

이렇게 10년 이상 하다 보면 또 내 실력이 계단식으로 상승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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