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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풀생각 Feb 04. 2024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산다’는 말


오늘은 또 무슨 글을 쓸까 하며 공원 둘레를 달린다.


느닷없이 나타난 청설모가 나무 위로 올라가더니 나를 쏘아본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너무도 반가워 아이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려 했다. 어리바리하는 바람에 고것이 나무 위를 날아 다른 곳으로 멀리 날아간다.

‘잽싸다’와 ‘날쌔다’를 이럴 때 쓰는 갑다. 동작이 날래고 재빠르긴 다람쥐도 만만치 않던데. 그저 못된 인간들이 관상용으로 즐기려고 쳇바퀴나 돌리게 했더니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한다.’의 주어가 되었네. 그리고, 삽화 같은 곳에서 대사로, ‘힘들다. 언제까지 이렇게 돌아야 하지!’라고 묘사해 놓는다.

어린이 백과사전 따위에 이 그림을 아주 친절하게 아래와 같이 자세하게 묘사한다.


쳇바퀴 안에서는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걸음이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거나 발전하지 못할 때 쓰는 말이다. 또 일상이 날마다 반복되어 지루할 때도 이 말을 쓴다.

​그러고서는 ‘배움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면 안 되겠지요?’라며 비아냥거린다.


그런데 말이다. 그동안 다람쥐에게 왜 그렇게 쳇바퀴를 열심히 도는지 물어본 사람이 있는가?

다른 놀이를 하다가 근력 운동을 하는지,

아니면 저렇게 열심히 돌면 인센티브로 도토리를 남들보다 많이 받기로 고용주인 인간과 무슨 계약을 체결했는지,

아니면 이다음에 운이 좋아 또는 스스로 도망쳐 바깥세상에 나왔을 때 다른 동료들처럼 자유의 몸으로 날쌔고 잽싸게 움직이려는 앞날을 꿈꾸며 저러는지를 …

그들에게 왜 그렇게 사는지를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고 인간들 멋대로 그들의 행태를 ‘지루함 또는 따분함 아니면 무료함’이라는 말로 재단해 버렸다. 하기야 그래야 인간이지. 언제나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지밖에 몰라서 속이 매우 좁고 너그럽지 못해야 보통 축에는 낑기겠지! 지만 세상 최고인 줄 알지.​


일요일 아침에 운동을 하면서 만난 청설모를 보니 쉬는 날 늘 책과 신문과 잡지를 읽고 운동을 하고 TV를 보는 시간을 모두 프로그램화해놓고 사는 나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지 말라!’고 조언하던 그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내가 나중에 날쌔고 잽싼 다람쥐와 같은 몸짱뿐만 아니라 맘(마음) 짱과 얼(정신) 짱이 되려는 꿈을 꾼다는 사실을 모른 체 그들만의 쳇바퀴를 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 가운데 아무도 나에게 ‘왜 그렇게 사는지?’를 물어오진 않았다.

내가 다람쥐와 말귀가 통하지 않듯이 그들 또한 그럴 테니 물어보나 마나겠지. 이다음에 공부를 좀 더 해서 자연과도 소통이 가능할 때 그때나 다람쥐들에게 물어나 봐야겠다.

“왜 그렇게 쳇바퀴를 열심히 달리며 살았는지?”


2024년 1월 29일 아침 7시 1분 40초에 밥벌이를 위한 일터로 가는 길에 이 글을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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