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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

글쓰기에 관한 짧은 생각(1)

by 들풀생각

솔직하게 말하면,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그다지 흥미로운 일은 아니었다!

시나 수필 또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아 글을 잘 쓰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별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일기를 쓰는 것은 물론 메모하는 것도 귀찮아한다.


그렇게 살아왔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바뀌기 시작했다.


그 계기는 바로 회사에서 금융분쟁조정업무를 맡으면서부터다.


금융분쟁조정제도란,​

금융소비자 등이 금융회사를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에 대하여 금융감독원(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 조정신청을 받아 합리적인 분쟁해결 방안이나 조정의견을 제시하여 당사자간의 화해를 유도함으로써 법적소송을 통하지 아프고 분쟁을 해결하는 자주적 분쟁해결방식의 하나다.

주요 절차는 분쟁의 접수 사실조사 및 검토 위원회 회부 심의 의결 (인용. 기각, 각하 결정)이다. 분쟁조정의 결정으로 조정이 성립되는 경우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되면 기판력이 생기기 때문에 다시 소송을 제기하여 다룰 수 없게 된다.​

분쟁조정절차에서 내가 맡은 일은 회사로 접수된 금융분쟁에 대하여 사실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민원인에게 법률상담은 물론 회사의 의견을 간추려 법률 문서를 작성하여 답변을 제출하는 것이다.​


매주 2건 이상의 민원에 대한 답변서를 보통 3장 안팎의 서면으로 작성하여 제출한다. 이 일을 시작한 지 10년 이상이 지났다.

업무를 맡은 초기에 고객에게 보낸 답변서를 보면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의 어설픈 표현이 많이 보인다. 민원인 등의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직접 핀잔을 들은 적은 없지만 글을 조금이라도 볼 줄 아는 분들이었다면 틀림없이 욕을 했을 터이다.

천만다행이다!​

어쨌든, 민원에 대한 회신멋있게 그리고 품위 있게 쓰기 위하여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 쓰기와 남영신의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등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논리적 구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곽윤직 • 김준호 • 양창수 교수가 쓴 민법교과서와 홍정선 교수의 행정법교과서를 끊임없이 읽었다.


그럼에도, 글쓰기에 타고난 재능이 없었던 나로서는 큰 진전은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그 정도의 노력을 했었기에 주변사람들한테 큰 욕은 얻어먹지 않았고 오히려 법률 문장을 조금 쓸 줄 아는 사람으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 ​


법률 문서는 논리적이긴 하지만 무미 건조한 데다 법률용어 투성이라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지금껏 답변서를 써오면서 내가 제대로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 늘 궁금했었다.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하여 2022년 5월 말에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하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블로그의 특성상 이웃들은 블로그 주인이 쓴 글이 조금 어렵거나 길거나 그리고 재미가 없더라도 모두 다 읽지는 않고 예의상 그냥 공감만 누르는 경향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도 그렇게 하니 말이다.

이런 이유로, 이 도구 역시 내가 쓰는 글의 평가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고육지책으로 나는 주로 댓글을 보고 내가 쓴 글을 제대로 전달했는지 확인한다. 가끔, 댓글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것이 달리면 글쓴이가 잘못 전달했구나 하고 글을 다시 고친다.

지적 수준의 잣대는 논리적 글쓰기라는 글을 올린 후 나 자신의 글쓰기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싶어 brunch에 작가 신청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나도 글을 쓸 기초 자격을 얻었다.​


매우 기쁘다!

어설프게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에게 지식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여긴다. 철이 없을 때 술자리에서 읽은 책 얘기도 많이 했다. 돌이켜보니 듣는 이들이 얼마나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을까!


뉘우친다. 그리고, 깨닫는다.

읽은 책의 내용과 아는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말이 아닌 글로 간결하고 우아하게 그리고 품위 있게 옮기는 최상의 도구는 바로 글쓰기라는 것을.


앞으로는 법학과 철학책은 물론 시나 수필 그리고 소설 같은 문학작품도 많이 읽어 글을 많이 다듬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 써봐야겠다.

그리고, 또 다른 도전인 영어로 글쓰기도 해 보련다.

영어 원서는 말할 것도 없고 The EconomistFinancial Times의 사설인 The FT View도 열심히 읽고 베껴 써다 보면 글을 쓸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리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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