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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공부의 기초; 독학(獨學)

홀로 배우는 것의 즐거움

by 들풀생각

I. 서 론


1. 독학의 의의


독학(獨學)이란, 스승이 없이 또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목적은 늘 변화무쌍한 세상에 맞서 독립적인 주체인의 노릇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여 각자의 삶에 알맞도록 이를 가공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잘 살아가기 위함이다.

이러한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공부법은 바로 독학이라고 생각한다.


익히 아시다시피, 독학은 자신이 선택한 주제로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법대로 공부를 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과 비교하며 경쟁할 필요가 없다. 더군다나, 자기가 주도해 나가야 하므로 자기 자신과 주변을 제대로 파악하는 힘이 더더욱 길러지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닌 위기지학(爲己之學)을 하게 되는 것이다!


2. 현대사회와 독학의 필요성


정보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정보의 홍수 속에 있는 우리는 지식의 변화속도와 그에 맞먹는 시대의 변화주기를 쫓으며 그 어느 때보다 더 정보의 선택과 합리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만약 우리가 손쉽게 접근이 가능한 옥석이 혼재된 여러 정보를 제대로 선별하고 판단하지 못한다면 쓸데없는 의견, 잘못된 정보 등에 좌지우지되어 제 갈 길을 나아갈 수가 없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AI가 인간의 능력을 대신하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그동안 소수의 지식 엘리트계층이 독점하였던 좋은 자리는 이미 위태로운 상황으로 갈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현상을 분석해 보면, 앞으로 지식기반의 구축을 위한 공부는 단순한 주입식 암기가 아닌 응용과 창조의 역량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되었음에 틀림이 없다.


이처럼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 이후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위기의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하여 나는 평생공부의 목적을 세우고 실천 중이다.

바꾸어 말하면, 시대정신을 꿰뚫을 과제, 즉 “자본의 물신성과 사대주의의 극복”이라는 화두로 독서를 통한 독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험공부가 아니면 공부를 못하는 여느 사람들과 달리 나는 자기 주도적 공부 또는 독서를 통한 지식의 창조주권을 행사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왜냐하면, 대학 시절부터 공부는 교수 또는 선생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독학을 통하여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독학과 관련하여 내가 학창 시절부터 현재까지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 독학한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혹시라도 이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II. 본 론


1. 내가 경험한 독학


내가 독학으로 공부한 경험은 대학교 다닐 때 경제학을 배우면서부터다.


그 당시 대학생이라면 매일경제신문의 사실 정도는 거뜬히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을 가졌다. 사설의 내용이 어려웠음에도 아직 경제용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이해가 되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며 계속 단편적으로 사전을 찾아가며 우직하게 읽어나갔다.

그러나, 읽는 횟수를 거듭하면 할수록, 점입가경이었다. 예를 들면, 거시경제 특히 주가와 환율 그리고 채권금리 등이 나오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를 몰라 한글을 읽고 있음에도 마치 외국어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나도 답답해서 85학번인 4학년 형에게 물어보았다. 형의 말에 따르면, 신문의 사설이 이해가 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이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경제학을 공부하기에 좋은 책을 하나 추천해 달라고 하니 조순의 경제학원론을 읽어보라 했다. 당장 서점에 들어가 그 책을 사서 도서관에 자리 잡고 한 장씩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그 책은 각종 그래프와 수식이 많이 나와서 내용도 어렵거니와 설상가상으로 국한문 혼용체로 쓰여 있어서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냥 소처럼 한 달이 넘도록 그 책을 모두 다 읽었다.

그러나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또다시 그 선배를 찾아가서 고충을 얘기하니 나보고 미련하게 그것을 독학하고 있다고 핀잔을 주었다. 그리고는 당장 이 길로 종로의 고시학원으로 가서 경제학원론을 수강하라고 일러주었다.


그 형이 시키는 대로, 낮에는 학교에서 영문학 강의를 듣고 밤에는 종로로 나가서 비좁은 학원강의실에서 2달에 걸쳐 미시와 거스를 각각 수강하였다. 강의 소감을 한 말로 비유하자면, 그냥 히브리어 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당연히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모두 흘러나갔던 것 같다.


학원수강을 모두 마치고 나서 다시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기본서를 다시 정독해 보았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의 이해를 시작으로 나중에 물가, 실업률 그리고 환율 등의 내용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영어영문학도 이었음에도 Wiliam ShakespeareGeoffery Chaucer의 저작보다 경제학원론을 보는 것이 월씬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각론으로 이학용의 미시경제학과 정운찬의 거시경제학을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했다.


급기야는 아예 대학을 졸업한 후 영문학과 졸업생들이 대체로 가는 길을 택하지 않고 경제학을 전공으로 필기시험으로 보는 금융기관, 대기업 및 공사를 목표로 취직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문학을 제외한 실용영어 즉 생활영어나 시사영어는 동시통역 대학원생들의 공부법을 따라 하였다.​


이러한 공부 패턴으로 대학 4년 전학기에 단 한 번의 장학금도 받지 못했다. 시골의 부모님께는 ‘대학교에서는 장학금제도가 없는 것 같더라!’며 둘러대었다. 영문학과의 교과과정상 문학과 어학의 비중이 6:4 정도인데 문학을 포기하니 장학금은커녕 학점관리도 엉망이 되었다.


어쨌든, 경제학을 독학으로 공부한 덕택으로 그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금융투자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부터는 업무상 그리고 나의 장래를 위하여 민법과 행정법을 비롯하여 회계학 등도 독학을 하며 공부를 해 나갔다.

그중에서도 특히, 민법은 2002년부터 회사의 부동산 업무를 맡으며 교과서를 독학으로 정독하면서 공부를 해오고 있다. 아마, 대학 시절의 독학으로 경제학 공부를 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오늘에 이른 것으로 추정한다.


2. 내가 설정한 평생공부 과제


회사업무를 제외하고 학문분과별 독학으로 하는 공부과목은 2022년 12월 25일 올린 글 『전공분야별 한국 지성인들의 교양 수준』 에서 이미 밝혔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의 공교육시스템상 정규과정에서 가르쳐주지도 않고 배울 수도 없는 내용을 분야별로 분석한 후 혼자서 원서 등을 읽어가며 공부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다시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가. 인문·사회·자연 고전 독서 분야


분야별 대표 고전을 원서로 읽거나 번역본을 3번 이상 읽은 사람을 보지 못함 (국부론, 자본론, 정의론, 법의 정신, 역사의 연구, 순수이성비판, 종의 기원 따위)


나. 정치·경제학 분야


가. 정치철학을 몰라 보수·진보·중도의 가치 개념이 전무함

나. 주류경제학 (고전학파·케인즈학파·신자유주의)만 배워 비주류인 마르크스 경제학은 전혀 모름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과정은 기존의 경제학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봄)


다. 법학 분야


법조윤리와 Legal Mind를 골고루 갖춘 법조인은 드물며, 판·검사·변호사등은 법적사고는 뛰어나지만 나머지(법학전공자)는 이 조차도 없음 (대신 아는 척 말만 많이 함)


라. 역사학 분야


한국의 근·현대사 특히 특정기간(1931-1953)의 역사 공부가 전무하여 21세기 오늘날 편협하고 왜곡된 역사관 보유


마. 어문계열(영어) 분야


TOEIC 또는 말하기 공부는 많이 했으나 원서 또는 시사영어 일간지(주간지)를 제대로 읽는 사람 거의 못 봤음


바. 철학 분야


칸트·공자의 철학을 줄줄 외며 옮기는 사람은 많으나 자기 삶의 철학(세계관)은 없거나 모름


III. 결 론


1. 평생 공부를 위한 독학의 중요성


평생공부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독학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본다.


독학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바탕으로지식의 창조주권의 실현을 위한 주춧돌이라고 볼 때, 이것 만큼 공부의 효과와 효율성 측면에서 능가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공부의 실력이 는다’는 것은 『자기가 깨달았을 때 그리고 그 개념이 자기의 것이 되었을 때』 가 아닌가 생각한다,


독학은 자기 혼자와의 싸움이며, 모르는 것이 있어도 마땅히 물어볼 곳도 없으며 경쟁상대가 없어서 사기진작의 요소가 떨어지고, 급기야는 지식의 이해에서 독단과 독선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많기는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과 단점 모두는 공부를 깊게 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과제라 생각한다. 또한, 본문에서 언급한 공부할 분야들은 나 혼자자서 세운 것이라 오류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공부라는 것이 스스로의 무지를 깨달아서 앎을 조금씩이라도 넓혀가는 과정이라는 생각 하므로, 그 오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배우고자 하는 나에겐 오히려 더 잘된 일이라 여긴다.


2. 진정한 공부의 뜻

끝으로, 진정한 공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며 이 글을 마친다.


진정한 공부란, 생각의 틀을 유연하게 만들고, 세계의 변화를 읽어내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일이다!


어떤 사람이 수십 년간 굳게 믿어온 그릇된 가치와 신념을 올바른 것으로 바꾼다는 것은 그의 정신적 성숙도가 매우 높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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