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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독서에 관한 법률(안)

독서에 대한 짧은 생각(3)

by 들풀생각

The Economist를 읽다가 독서법에 대한 생각이 갑자기 떠올라 저만의 색깔로 구성해 본 것이니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가칭) 고전 독서에 관한 법률(안)


I. 제 1 조 (목적)

이 법은 인문학문·사회과학·자연과학 분야의 대표고전을 읽으려고 하는 독자들에게 독서의 궁극적인 목적인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각자에게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II. 제 2 조 (용어의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 각호와 같다. 이 법에서 달리 정의되지 않는 것은 모티머 애들러(Mortimer Jerome Adler)의 명저인 『How to read a book』에서 규정한 뜻을 따른다.

1.정독(精讀): 어떤 글을 뜻을 새겨 가며 자세히 읽는 것

2.다독(多讀): 정독(精讀)의 횟수를 높여 나가는 것

3.선비 독서법: 『중용』에 나오는 박학(博學), 심문(審問), 신사(愼思), 명변(明辯), 독행(篤行)의 다섯 가지 독서 방법

4.통합 독서법: 일명 Syntopical Reading이라 하며 비슷한 주제를 가진 여러 책을 읽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통합적 독서 방법

5.원문(Original Text): 베끼거나 번역하거나 퇴고한 글에 대한 본래의 글로써 그 언어를 불문함

III. 제 3 조 (적용 범위 등)

1. 이 법은 시나 추리소설이나 수필과 같은 문학작품(고전반열에 된 문학작품 제외)과 자기 계발서 또는 힐링 서적과 같은 지적유희 목적의 저작을 제외한 인문학문과 사회과학 그리고 자연과학의 고전 읽기에만 적용된다.

2. 이 법에 따라 적용되지 않는 서적의 독서법은 독자의 뜻대로 때와 장소 그리고 태도 등은 각자 편한 대로 한다. 자세 등은 알아서 하기로 한다.

IV. 제 4 조 (독서 방법)

1. 독자는 선비 독서법을 실천할 때는 반드시 『박학(博學): 두루 혹은 널리 배움 - 심문(審問): 자세히 물음 - 신사(愼思): 신중하게 생각함 - 명변(明辯): 명백하게 분별함 - 독행(篤行): 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실천함』 과 같은 순서를 따라야 한다.

2. 독자는 통합 독서법(Syntopical Reading)을 실천할 때는 『Elementary Reading - Inspectional Reading - Critical Reading - Syntopical Reading』 의 순서를 따라야 한다. 단, Critical Reading은 상황에 따라서 Analytical Reading으로 대체할 수 있다.

3. 독자는 반드시 본 법에서 규정한 도서에 대하여 인터넷 등에 게시 또는 공시할 목적으로 서평을 쓰거나 소개를 할 경우 반드시 3회 이상 읽어야 한다.

특히, 읽은 책에 대한 논평을 쓰거나 다른 사람과 논쟁을 벌일 때읽은 책과 정반대 되는 생각을 가진 작가의 저작 내용에 대한 핵심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난 다음에 이행하여야 한다.

V. 제 5 조 (독서의 실천)

1. 이 법에서 정한 대상 도서는 반드시 원문으로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라틴어, 독일어, 불어 등과 같은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번역본을 읽되 그 순서는 영어번역본 - 한글번역본을 따른다.

2. 독서는 반드시 의관을 정제하고 몸을 단정하게 하는 등 바른 자세로 실천해야 한다.

3.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카페 등과 같이 책을 읽는 장소가 일정하지 않을 경우에도 전항의 내용을 준용하되, 상황에 맞는 유연한 방식을 취한다.

4. 이 법에서 정한 대상 도서는 반드시 소장용으로 구입하여야 하고, 타인에게 매각 또는 대출을 허용하지 못하도록, 책의 지면은 형광펜이나 볼펜 등을 활용하여 최대한 너저분한 상태가 되도록 읽는다.

VI. 제 6 조 (특칙, 사이비 독서가의 분류)

1. 이 법에서 규정한 책을 각 조문에서 정한 내용과 달리 독서를 하고서도 독서인으로 불리고자 하는 사람들사이비 독서가로 분류한다.

2. 사이비 독서가에 대한 세부사항은 별지목록으로 규정한다.

VII. 제 7 조 (위반시 조치사항)

이 법의 전체 조문의 내용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벌칙, 벌금 또는 과태료 등은 처분되지 않는 대신 염치 없는 독서가로 대놓고 부르기로 한다.

VIII. 제 8 조 (기타사항)

이 법에서 특별히 정하지 않는 독서법은 다산을 비롯한 조선의 선비 독서법모티머 애들러의 How to read a book통설, 판례, 상관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 방식이 객관적이고 보편 타당한 것을 따른다. ​

부 칙

I. 제 1 조 (시행일)

이 법률은 공포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에 시행한다. 다만, 불가항력, 독자불만 또는 불필요 등의 사유로 공포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즉시 폐기한다.

II. 제 2 조 (기존 독서 방식의 변경 적용 등)

이 법의 시행이 이전에 체득한 독서법은 시행일 이후부터 이 법률의 내용에 따라 변경하되, 그 유예기간은 1달로 한다.



【별지목록】

본 법에 따른 사이비 독서가의 유형


1.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를 하지 않는 자

2. Syntopical Reading을 하지 않는 자


(예, 보수의 가치에 관한 독서 후 진보 및 중도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나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지 않고 자기가 아는 지식만 늘어놓고 강요하는 자)

3. ​평생 세 번 이상 정독한 도서가 한 권도 없는 자

(타인에게 “너 그 책도 안 읽어봤냐!”라고 타박하며, 본인은 핵심 주제를 한 줄로 요약할 줄 모르는 자)


참고로, 같은 책을 세 번 이상 읽으면 책의 주제를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함

4. ​기타 유형


(독서를 취미라며 세상 편한 자세로 침대나 소파나 카페에서 책 읽기를 즐기는 자)

5. 이상의 유형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사이비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을 하지 못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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