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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소나무와 20년 후 나

고전의 가르침 그리고 삶 (2)

by 들풀생각

I. 못난이 소나무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 군락지에 가면 못난이 소나무 (보호수 16-1)가 나옵니다.


​이 나무는 수령이 520년이 넘은 노거수로 나무의 높이는 23m, 나무둘레는 3.5m입니다.


​금강소나무는 일반 소나무와 달리 휘지 않고 하늘로 쭉쭉 뻗는 것이 특징인데, 이런 나무들은 모두 좋은 건축재로 쓰이다 보니 인간들이 다 베어갑니다.

반면, 이 못난이 소나무는 말 그대로 건축용 자재로는 쓸모가 없어 오랫동안 살아남았습니다.

나 같은 후학들이 이 나무를 보며 크게 깨닫고 찾는 이도 많다 하니 얼마나 값진 삶입니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지나간 그리고 다가오는 나날들,

나도 그냥 저 못난이 소나무처럼 생긴 대로 그리고 주어진 대로 살아가겠습니다.


II. 앞으로 20년 후 내 모습

작년 말에 초등학교 동창회를 가려고 평촌에서 KTX광명역으로 가는 택시를 탄 적이 있다.

택시를 타고 가며 기사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걸 즐긴다. 70대가 넘은 기사님도 동창회를 자주 다니는데 요즘은 기를 피고 사신다고 한다. 한국전쟁 직후에 태어나 많이 배우지 못해 젊은 시절 동년배들한테 괜히 기죽어 지냈다고 하신다.

그러나, 이제는 친구들 사이에 인기도 많고 자존감이 매우 높아졌다고 자랑하신다. 그 잘 나가던 친구들이 몸이 편찮거나 사회활동을 못해 도리어 자기를 부러워한다고 하신다.

지금 내가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20년 후 나의 앞날을 그리기 때문이다.


그 나이가 되면 지금까지 해왔던 여러 부질없는 고민, (곧 경쟁사회가 나은 찌꺼기)이 모두 하향 평준화 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지금은 여느 사람들처럼 쓸데없는 걱정 대신 나 자신에 충실한 삶을 사려고 애쓴다.

몸(건강)과 맘(지력)이 허락된다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며 내가 좋아하는 독서를 평생 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오늘도 달린다.


삶은 버티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 가는 것이다!

오늘밤에는 노사연의 "바람"을 듣고 자야겠다. 그 노래의 가사에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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