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짧은 생각(4)
I. 이 글을 남기는 이유
나는 지적욕구가 식욕만큼 강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책을 많이 읽은 사람, 영어를 잘하는 사람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그들의 독서 수준은 3번 이상 읽은 책의 목록으로, 영어 읽기의 수준은 The Economist의 정독여부로 가늠한다. 지적 수준을 판단하는 나만의 비법이다.
새해부터 The Economist를 구독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 그 잡지를 덥석 정기구독 하다 가는 아까운 돈만 날릴 수도 있다. 나를 따라 하다가 그렇게 되는 지인들을 몇 명 봤다. 내가 좀 더 진중했어야 했는데. 어쨌든 이 잡지를 읽을 수준이면 시사와 관련한 웬만한 영어원서는 다 읽을 수 있다.
가급적 이 잡지를 추천하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바로 정기 구독하지 말고 교보문고로 달려가서 단행본으로 구입하여 찬찬히 읽어보고 구독할지 말지를 결정하리라 믿는다.
아래의 글은 나와 비슷한 환경 속에서 공부는 머리가 아닌 엉덩이로 해야 한다고 믿고 뒤늦게 독서의 즐거움(양이 아닌 질)을 느끼고자 하는 이웃님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II.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
살아오면서 부(富) · 권력(權力) · 명예(名譽)를 많이 가진 사람보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과 영어를 잘하는 사람 그리고 논리적인 의사표시를 잘하는 사람이 많이 부러웠고 여전히 그렇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 해서 이를 극복하려고 부단히 애쓴다. 그래서 부러운 사람들과 맞서보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본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들의 공통점은 양에 치중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을 똑같이 따라 해 봐야 완패가 될 것이 뻔하므로 양보다 질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다.
III. 부러운 사람들에 맞서기
1. 우선,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말 그대로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이다. 1년에 적게는 100권 이상에서 많게는 300권도 읽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그들이 읽는 대부분의 책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목록으로 같은 책을 2번 이상 거의 읽지 않는다. 그리고 골치 아픈 경제(특히 금융)나 법학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경제신문 또는 잡지의 사설이나 법원 판결문을 술술 읽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일단 베스트셀러 목록에 나오는 책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읽지 않으며 인문 또는 사회과학 고전 그리고 법학교과서를 3번 이상 읽는 것으로 대체한다.
【분야별 대표고전】
정치•경제학(국부론, 자본론, 정의론), 철학(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 순수이성비판, 정신현상학), 역사(역사의 연구, 로마제국쇠망사), 사회•문화(오리엔탈리즘), 법학(법의 정신, 법철학), 자연과학(종의 기원, 과학 혁명의 구조)
2. 다음으로 영어를 잘한다는 사람들 대부분은 발음을 좋게 하여 생활영어는 물론 남이 한말을 잘 통역하고 남이 쓴 말을 잘 번역한다. 그리고 소설(특히 추리소설)과 자기 계발서와 같이 대강의 문맥만 알아도 이해가 쉬운 영어원서 읽기에 주력한다.
그러나, 이들은 정밀한 분석과 비평을 요구하는 정치•경제와 같은 시사영어를 소홀히 하며 인문학 중 철학과 역사 및 사회과학 도서는 별로 안 본다.
그래서 나는 The Economist를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읽고 Financial Times의 The FT View를 3번 이상 읽으며 남들이 읽지도 그리고 읽을 수도 없는 철학 및 사회과학 고전을 원서로 이해가 될 때까지 읽는다.
3. 마지막으로, 한글 또는 영어로 논리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보통의 사람들은 드물다.
그러나, 법조인이나 Native Speaker들은 그렇게 많이들 한다.
그래서 철학과 법학과 사설을 많이 읽으며 꾸준히 글을 쓰는 연습을 하여 극복하기로 하고 있는데 평생 과제로 설정해 두고 아래와 같이 논리적인 글쓰기에 도전장을 내민다.
IV. 논리적인 글쓰기 도전
올해부터는 한글과 영어로 글쓰기에 집중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한다.
한글은 소설과 같은 문화 분야의 독서를 넓히고 영어는 우선 작문에 관한 고전인 The Element of Style (William Strunk JR. E.B White) On Writing Well(William Zinsser)을 비롯하여 The FT View를 필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CNN이나 BBC를 볼 때나 The Economist와 FT 그리고 영어원서를 읽을 때는,
Native Speaker들의 논리적인 의사표시 행위가 너무도 부럽지만,
평생 쫓아가다 보면 그 격차가 지금보다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굳게 믿고,
오늘도 무작정 달려본다.
뭐 별거 있겠나 하며 막무가내로 나가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