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짧은 생각 (3)
살다 보면 별별 희한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2023년 2월 10일에 브런치에 첫 번째 글을 발행하고 나서 약 12일이 지난 2023년 2월 22일 17: 08에 브런치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퇴근을 앞둔 시간이라 서둘러 집으로 가야 해서 대충 메일의 제목만 보고 삭제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제목이 조금 수상하다.
매일 제목이 ‘【 brunch 】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이다. 그냥 브런치에서 무슨 광고를 보냈구나 하고 가볍게 넘겨버렸다. PC-Off 제도의 시행에 따라 17:30에 컴퓨터를 끄고 퇴근을 하였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해서 밤새 들어온 메일을 정리하려고 컴퓨터를 켰다. 메일을 체크하다가 어제저녁에 브런치로부터 받은 메일을 삭제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업무가 새로 시작된 지금은 어제와 사뭇 다르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 나에게 배달된 모든 메일을 찬찬히 본다. 그런데 어제 삭제를 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은 메일이 예사롭지 않다.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니 이렇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브런치를 통하여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검토 후 제안하신 분과 메일로 직접 의사소통 부탁드립니다. :)
그래서 본문 내용을 열어 꼼꼼히 살펴보니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 중인 회사의 Product Owner가 보낸 제안서가 틀림이 없다.
제안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기존에 뉴스 등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AI로 유통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중심에 두고 운영 중이라 한다. 현재 브런치 작가, 인스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작가와 함께 협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내가 올린 글 “확대경으로 책 보던 그 어르신”과 “ (II-3) Financial Times 읽는 요령”에 영감을 받아, 나의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연락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될 때 Product Owner에게 연락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다.
솔직히 말해, 얼떨결에 브런치에 작가가 되긴 했지만, 나는 글을 쓰는 능력이 형편없고 또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이웃수는 약 1,200명 정도는 넘지만 방문객 수는 하루 기껏해야 50명 안팎이며 내 글의 조회 수도 그다지 많지 않다.
대중성과 거리가 멀든지 아니면 글을 쓰는 능력이 형편이 없어서 인기가 별로 없다. 그래서 그냥 내가 한 공부 여정을 기록에 남긴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포스팅한다. 요즘은 내가 먼저 이웃 신청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루언서 선정이나 애드 포스트 같은 이벤트는 나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틈나는 대로 내 마음의 소리나 글로 나타내 보자는 각오로 글을 남긴다.
요즈음엔 소수 정예 이웃님들이 내 글을 읽고 깊이 있는 댓글을 남겨 주실 때 크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래서 혼자 하는 공부가 삐뚤게 가지 않고 똑바로 나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사실, 내 주변 사람들도 내가 쓰는 글이 어렵고 대중성과 거리가 멀다고 얘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 내게 정형화된 법률문서의 문체투를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남들도 쉽게 잘 이해하고 재미있는 글을 쓰려면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그런 종류의 글을 읽어야 한다. 그런데, 2022년 3월부터 영어로 된 글과 한글로 된 것은 법학 교과서 이외에는 아무것도 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옛날에도 그다지 즐겨 읽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나는 브런치가 글쓰기에 별 재능이 없는 나를 왜 작가로 승인해 주었는지가 궁금하다. 그러나,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애써 붙은 자격을 박탈당할까 싶어 숨죽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나에게 제안을 한 이 업체는 사정이 다르다.
신규로 작가에 데뷔한 모든 사람들에게 유사한 메일을 보낸 것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 이유는, 아직 첫 글을 발행한 지 열흘 밖에 안되었고 더군다나 구독자 수도 겨우 10명 안팍에, 올린 글에 대한 조회 수와 라이킷 수도 겨우 10회에서 15회 정도인 그야말로 변방에 흩어 있는 들풀에게 이런 귀중한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너무나 궁금해서 다음날 제안을 한 장본인(Product Owner)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젊은 남자분이 정중히 전화를 받으며 나의 필명을 묻는다. 내가 ‘들풀생각’이라고 대답을 하니 자기소개와 더불어 왜 나에게 연락을 했는지에 대하여 설명한다.
특히, 그는 내가 쓴 글을 여러 개 읽은 모양이다.
내 글의 특징은 블로그나 브런치에서 희소한 주제를 담고 있고 그 내용과 포맷 특히 법학 이론의 틀을 딴 서론-본론-결론 형식이 자기 회사가 추구하는 콘텐츠의 방향과 맞는다는 것이다.
그 회사에서 내가 할 일은 블로그나 브런치와 같이 그냥 글을 발행하면 되는 것이라 한다. 메인 포탈에 노출하여 조회 수를 높여주고 그에 부수한 광고 수익 또한 지급하겠다고 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여러 면에서 초자인 내게 솔깃한 제안이다.
지금 같은 주제와 내 실력의 글로 브런치 메인에 어느 세월에 올라가겠는가!
그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서 나는 현재 집중해야 할 본업이 따로 있어서 당장은 제안을 승낙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대답했다. 덧붙여, 내가 쓴 글은 겨우 초보 수준이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거리가 천리만리이므로 당분간은 글 쓰는 연습에 집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귀사의 제안이 하찮은 내게 너무 고마운 소식이기에 일단은 참고하겠다고 하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상대방의 진심 어린 응대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나는 오랜 기간 금융분쟁 조정 업무를 하면서 불만고객과 수많은 통화를 한 덕택에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숨소리나 말의 높낮이 그리고 어휘 구사력 따위로 대화의 진정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진실한 답변이다.
제안의 승낙 또는 거절 여부를 떠나 내가 쓴 글의 내용과 포맷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분이 좋다. 이 사건과 더불어 브런치 작가 승인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들에 대한 이웃님들의 진정성 있는 댓글을 종합해 보면, 내가 쓴 글이 비록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나름 통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더더욱 나를 흥분케 만든다.
세상일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올해 들어 겪은 나의 글쓰기 영역과 관련하여 누가 뭐라 해도 나름 나만의 고유영역을 잘 구축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그리고 내 안에 창조적 창작 주권이 무한하게 잠재되어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과제가 쌓여 있기에 경거망동(輕擧妄動)을 삼가고, 은인자중(隱忍自重)하며 글쓰기 실력을 연마할 생각이다.
이럴 때일수록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총욕약경(寵辱若驚)을 되새기려 한다.
쉽게 옮기면,
총애는 위에 있는 것이고, 굴욕은 아래에 있는 것이니, 그것을 얻게 되어도 그리고 잃게 되어도 모두 놀란 듯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