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대한 짧은 생각 (6)
나를 찾아가는 길 (On my way to myself)
나를 둘러싼 바깥 세계를 옳게 읽고 내게 알맞은 삶을 살고자 독서한다.
그러나, 책은 삶이라는 실전문제의 연습 문제집일 뿐이다.
덧붙이면, The Economist (Financial Times) 따위에서 뽑아낸 시대정신이 시험문제이고, 그 정답을 찾는 과정이 삶이며, 책(정치학•경제학•철학•법학)은 곧 수험서다.
성격 탓인지는 몰라도 남들이 모두 몰려다니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굳이 그들을 따라 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지적인 영역이 가장 그렇다.
아래의 글은 ‘내가 나로 똑바로 서려는 몸부림’을 토막 이야기(Episode)로 엮은 것이다.
(토막 이야기 1)
가끔 네이버에서 교보문고가 게시한 베스트셀러 목록을 본다. 내가 읽었거나 읽으려 하는 책이 대상에 있으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번역서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 원서를 살까도 고민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관심분야가 아니라 그냥 넘어간다.
창의니 창조니 주체니 독립이니 입으로 떠들면서 모두들 ‘부자 되는 법, 직장에서 성공하는 법, 공부 잘하는 법, 고전 짜깁기, 마음의 상처 치유법 따위‘의 책을 읽고 토론한다. 다들 똑같거나 비슷한 생각으로 말하거나 쓴다. 만약, 나 같은 아웃라이어가 그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큰일이라도 난 줄 안다.
가령,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읽고 아래와 같은 의견을 낸다고 해보자.
Jared Diamond는 Guns, Germs and Steel에서 자연과의 관계를 설정하면서 인간의 진화를 자연적인 환경의 결정론으로 바꿔놓았다. 아프리카인들이 가난한 것은 인종적인 열등 또는 제국주의 약탈이 아닌 환경적인 이유라고 주장하는 게 영 맘에 안 든다.
다시는 이 모임에 못 나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의 추세 특히, 우리나라 현대인들의 의식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어떤 책이 유행하는지는 반드시 살핀다.
다만, 목차만 대충 보고 사지도 않고 세밀하게 읽지도 않는다.
어쩌다 외국의 인문서적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어 있지만 내 취향이 아니라면 YouTube에 들어가서 책을 소개해주는 코너를 찾아 듣는다.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어야 각종 모임에서 대화에 끼어들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원문을 직접 읽지 않은 이상 절대로 아는 척도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하지 않는다.
책의 내용을 깊이 있게 읽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그들도 거의 대충 읽은 사람들이라 깊이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겨우 맞장구 칠 정도로만 이해하고 만다.
베스트셀러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나서는 관련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 제대로 된 책을 찾아 읽는다. 그런 것들은 대부분이 고전이거나 사회과학 아니면 시사와 관련한 원서에 해당된다.
아마존 닷컴에서 해당 주제를 다룬 세계 최고권위자의 책을 찾아보고 국내의 대형서점에 구매신청을 한다. 책을 사고 나서는 몇 개월이 걸리든 간에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독서한다.
이 단계를 거친 후 관련주제가 대화석상에 나올 때 한 번씩 의견을 내기도 한다. 베스트셀러라고 하면서 한번 대충 읽고 만 사람들이 그 책의 존재를 잊을 즈음에 나는 여러 번 읽어 내어 지식으로 축적한 후 생각을 넓히는 도구로 활용한다.
(토막 이야기 2)
브런치에 입문하면서 글을 잘 써보겠다며 시나 소설과 수필과 같은 문학작품을 읽어 보려 한다. 또한, 브런치의 다른 작가나 네이버 블로거들의 글을 많이 벤치마킹하려고 이글 저글을 찾아 읽는다. 모두 글 쓰는 실력이 출중하다. 저들을 따라 하다가는 국물도 없다.
그래서 나는 또 남들이 안 가는 나만의 길을 찾아 나선다.
지적 수준의 잣대는 논리적 글쓰기 능력으로 가늠해야 한다고 여긴다!
논리적인 글을 쓰려면 우선 많은 글을 많이 듣고 바르게 읽어야 길러진다. 넓게 배우고 깊이 물어 신중하게 생각하면 글을 쓰고 싶어 진다. 왜냐하면, 글로 하는 의사표현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학문의 영역인 철학•법학•영어의 실력은 에세이 또는 법률문서의 논리적 구성 능력으로 가늠한다. 정확하고 간결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글을 쓸 줄 알아야, 조리 있게 말을 한다.
간추리면,
많이 읽어야 잘 쓰게 되고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조리 있게 말을 한다. 어떤 글이든 정확하게 읽을 수 있어야 듣고 쓰고 말할 수 있다.
또 다른 글쓰기의 목표인 영자신문(The Korea Herald, The Korea Times)에 essay 기고를 위해 The Economist와 Financial Times의 기사를 낱낱이 분석한다.
마음의 소리로 간결하고 명확한 그리고 논리적인 글쓰기 또한 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비록 그 길이 멀긴 하지만 눈에 조금씩 보이므로 헛된 망상은 아니리라 굳게 믿는다.
(토막 이야기 3)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공교육시스템상 정규과정에서 가르쳐주지도 않고 배울 수도 없는 내용을 분야별로 분석해 혼자서 원서 등을 읽어가며 공부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적어본다.
인문·사회·자연 고전 분야별 대표 고전을 원서로 3번 이상 읽거나,
주류경제학(고전학파·케인즈학파·신자유주의) 대신 비주류인 마르크스 경제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며,
법조윤리와 Legal Mind를 골고루 갖추기 위해 민법과 형법 그리고 행정법교과서를 교양독서목적으로 정독하며,
1931년에서 1953까지 한국의 근·현대사 공부를 깊이 하며,
The Economist와 Financial Times를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한 이슈는 빠짐없이 읽는다.
나의 좌우명은,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그 일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한다면 그 누구보다 더 잘할 것이다!‘이다.
(Although someone who substitutes for me might do the job, I can complete it better than anyone else, if I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