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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의 길

어느 꼰대의 역사관 (2)

by 들풀생각

​I. 한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1. 로마제국쇠망사


내가 한국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바로 Edward Gibbon로마제국쇠망사(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를 읽고 나서부터다. ​



이 책은 1776년에서 1788년에 걸쳐 저술한 에드워드 기번의 걸작으로 로마제국이 전성기를 거친 후 쇠망해 가는 과정을 그린 총 6권 (약 4,500페이지)의 역사서기독교적 세계관을 갖춘 서양인들에게는 필독서라 한다.

그러나, 에드워드 기번이 로마제국의 쇠망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기독교를 들고 있어 한동안 불온한 서적으로 분류되었고 또 그 내용 또한 18세기의 영어로 쓰여 있으며 또 장편이라 읽기가 버거워 역사학자들을 제외하고 서양인들도 거의 읽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 주변에서 원서는커녕 번역본도 읽어봤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다만,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시오노 나나미가 쉽게 쓴 로마인 이야기를 많이 읽었다고 한다.

2.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나는 Mortimer J. AdlerHow to Read a Book에서 인문고전의 대표 역사서로 소개한 것과 함께 영국의 저명한 수상인 Winston Churchill이 자서전에서 이 책을 격찬한 것이 동기가 되어 원서로 읽게 되었다. 처칠에 따르면, 그의 명연설의 바탕은 바로 에드워드 기번의 유려한 명문장을 외우고 인용하면서라고 한다.

원서는 2009년 12월 31일, 종로에 있는 영풍문고 본점에 하드커버로 된 전집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바로 구입하였다. 그리고 연말의 들뜨고 어수선한 전철 안에 낑낑거리며 신주 모시듯이 집으로 가져왔다.

그때의 그 희열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가끔 내가 그 책을 들고 다나는 모습을 본 지인들은 무슨 도시락을 그렇게 싸 들고 다니냐며 놀리기도 했다.


3. 한국사 이해의 필요 각성

그렇게 구입을 하고 나서 오랜 기간을 거쳐 3 회독을 하였지만 별로 남는 것이 없었다. 아마 내가 이 책의 기본이 된 서양의 문화와 사상인 기독교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듯했다.

그렇게 계속 고민하던 어느 날 친구와 술자리를 하면서 그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외국인도 그런 것을 읽는지 궁금하여, 친구가 알고 지내는 원어민 지식인에게 물어보았다.

역시나 대답은 뻔한 결말이었다. ​


그런 책의 존재조차도 모르며 쓸데없는 책을 읽지 말고 원어민이 쓰는 실용영어나 열심히 하라는 핀잔을 들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나는 누가 나에게 내가 굳게 믿고 있는 가치 따위를 무시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것들을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증명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그래서, 내 앞에서는 누구든지 가급적 지적자극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 사건을 가만히 돌이켜보니 그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나도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이 우리 글로 쓰인 한국의 역사를 물어온다면 나 역시 그렇게 대답할 것 같았다. 솔직히, 그때까지 나도 이렇다 할 만한 한국의 역사학자와 그들의 저작을 제대로 읽어본 일이 없었다.

스스로를 크게 뉘우치고 나서 이런저런 고민을 한 끝에 내가 가장 존경할 만한 역사학자로 단재 신채호 선생을 꼽았고 그의 대작을 원서(한문) 전집으로 사서 로마제국쇠망사 바로 위에 올려놓고 있다.

물론, 온통 한자로 쓰여 있어서 내 실력으로 독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는 이유는, 『내 나라 역사 똑바로 알기』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4. 아래 글의 간추림

아래의 글은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쓴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주어 듣고 받아 쓴 한국인의 사회적 성격과 더불어 역사공부의 필요성을 사대주의의 극복방안과 어울리도록 그냥 써본 것이다.

어떠한 주제를 찾으려 노력하지 말고 그저 글쓴이의 생각이 저렇구나 정도로만 읽어 주시면 좋겠다.

II. 역사에 민족의 길을 묻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길래, 역사에 민족의 길을 물어보았더니, “의리”를 지키라고 답한다.


1. 한국인의 사회적 성격 (최재석 교수)


한국인의 대표적인 사회적 성격은,

“가. 가족주의와 가족적 인간관계의 사회적 확대, 나. 감투 지향•일류 지향의 사회, 다. 체면과 눈치의 사회, 라. 친소 및 파벌의식, 마. 집단이기주의”와 그리고 “의리”이다.

2. 한국인의 정치성향 분류 (함재봉 교수)

한국인의 정체성을 5가지로 분류하면, 가. 친중위정척사파, 나. 친일개화파, 다. 친미기독교파, 라. 친소공산주의파, 마. 인종적 민족주의파이다.

지금부터는 모두 들풀생각일 뿐이다!

이 정체성은 해방 이후에 현대사를 거치며 진보(가, 라, 마)와 보수(나, 다)로 나눠진다.

3. 한국인 성격의 공통점

가. 의리에 대한 곡해

“의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가 아니라 ‘자기가 속한 패거리의 이익을 위한 편협한 의식활동’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의리는 골목의 양아치들이 잘 지킨다.

나. 경전공부의 절대 부족

각자가 소속된 정치 또는 종교성향에서 반드시 공부해야 할 경전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

가령, 공산주의자 또는 사회주의자는 ‘자본론’을,

자유주의 또는 자본주의자는 ‘국부론’을,

중도주의자는 ‘정의론’(자본론과 국부론의 장점 포섭)을,

거의 읽지 않는다.

정치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종교인들(기독교: 성경, 불교: 불경)은 그들과 다르리라 믿고 싶다.

다. 사대주의 정신의 만연

중국•일본•미국을 시대별로 섬기고 외래사상은 무조건 좋은 것이니 그대로 베낀다. 참고로, 인종주의적 민족주의 사상도 독일 (헤겔의 좌파 또는 우파)에서 건너왔다.

4. 하나로 뭉치는 방안

한국의 근•현대사 공부(1876년~1953년)와 자본주의적 세계관의 철저한 이해 (중세 서양 : 기독교적 세계관, 중세 동양 : 유교적 세계관)를 통하여

각 파별로 양심 있은 세력의 규합을 위하여 “의리”를 되찾는다.

5. 백범 김구 선생의 가르침

통일은 네가 이기고 내가 지는 그런 싸움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와 싸워온 곧맴(양심)이 하나가 돼서 갈라진 땅덩이, 찢긴 겨레를 하나로 하고 그래서 참다운 통일 독립국가를 만드는 것!

III. 단재 신채호 선생의 꾸짖음

끝으로, 5천 년간 조선의 얼을 강조위당 정인보의 정신적 스승인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으로 윗글을 쓴 핵심의도를 전한다.


우리 조선 사람은 매양 이해 이외에서 진리를 찾으려 하므로, ​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며, ​

무슨 주의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 한다. ​​

그리하여 도덕과 주의를 위하는 조선은 있고, 조선을 위하는 도덕과 주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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