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란의 사진은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석파정옆 너럭바위 아래에 있는 아주 작은 우물(?)로써 그 둘레가 동전크기 만하다. 이 우물이 생겨난 원인은 수억겁년 바위 위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주일무적(主一無適)하게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다 보면, 언젠가는 멋있는 우물 하나를 파지 않을까 하여 사진을 게시한다.
글을 읽고 또 읽고 되풀이하여 읽고 있다.
그랬더니 처음에 매우 어려웠던 물음들이 하나둘씩 풀린다. 그러고는 모두의 얼개가 얼추 맞춰진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 내가 안 것을 쉽게 알리는 힘도 생긴다.
아마, 내가 그 책의 노른자위를 꿰뚫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내가 알아낸 틀로 남이 잘 알아듣게 밝혀 말하려 애써보니 주저리주저리 하지 않고 똑바로 말한다.
그제야 말이 깔끔하고 짧아진다. 입이 무거워진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남이 알아듣지 못한다면, 스스로 모른다고 여겨야 한다. 그리고, 모두 갖추어 안다면 듣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내가 쓴 글을 읽은 사람들이 그 뜻을 모른다면 남이 아닌 나의 글 솜씨를 탓해야 한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글감 찾기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가 알맹이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다.
무엇을 쓸 건가를 찾아보려 다른 지은이들이 누리사랑방(블로그)과 아점(브런치)에 올린 여러 글들을 이리저리 살핀다. 모두들 여러 가지 글감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생각들을 잘 쓴다. 그 가운데서도 그 사람만이 겪거나 겪은 일을 쓴 글이 눈에 확 띈다.
그래서 내 안에 그런 것이 있나 또 찾아본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끊임없이 글을 쓰려면 여러 가지 일들을 많이 겪어봐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여기저기 돌아다녀 본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또 남다른 삶을 살아 본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풀릴 물음이 아니다. 그래서 늘 하던 대로 Financial Times의 사설, The FT View를 본다. 이것은 날마다 5번을 넘게 읽고 또 집에 가서 베끼어 쓰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그러하게 세상 공부가 되고 영어 실력 또한 느는 것 같다. 그리고 그날에 지구상에서 일어난 가장 뜻있는 일의 씨알에 가까이 설 수도 있다. 아울러, 담배를 끊는 구실로 정기구독한 The Economist를 꼼꼼히 볼 일과 CNN과 BBC를 눈여겨보고 귀담아들을 일이 생겼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갑자기 멋진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 바로 이거야(Eureka)!
The FT View를 읽고 나서 그것들을 글감으로 삼자. 저작권 법령을 준수하며 내 생각을 펼쳐보자.
솜씨 없는 내 글을 누가 읽겠냐마는 내가 언제 남한테 보여주자고 글을 썼냐. 그냥 나를 위한 공부라 여기고 속속들이 꿰뚫어 빈틈없이 해보자.
고구마줄기 뽑듯 여러 생각이 이어져 떠오른다.
남과 견주고 겨루기를 싫어하여 남들이 다하는 건 잘 안 한다. 남들이 보고 싶어도 잘 못 보는, 또 하고 싶어도 잘 못하는 그런 것을 많이 한다. 책은 절판되거나 품절된 명저를 주로 본다. 거의 원서로 사거나 중고 헌책방을 뒤져 사기도 한다.
이렇게 보고 배운 새 이야기를 꺼내보기로 한다.
남의 생각을 옮겨 쓰고 베껴 쓰고 또 줄여 쓸 생각 말고 내 생각을 담아 보자.
투박하고 어설퍼도 내 소리를 내보자.
누가 아느냐? 그럴리야 없겠지만, 어쩌다가 우연히 누가 내 글을 보고서 뭐 하나라도 얻어 갈지. 그만하면 잘한 거지.
가장 먼저, The FT View를 읽고 난 느낌을 글로 나타내 봐야겠다. 사설 말고 또 재미난 기사가 있으면 그렇게 해보자. 아울러, 짬나는 대로 위에서 말한 그런 책들을 공부해서 느낀 바를 남겨도 보자.
이제야 마음이 넉넉해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