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밑바닥인 곳에서 일을 하며 밥벌이를 한다.
다시 말해, 탐욕과 공포의 가치를 바탕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피해를 본 투자자•판매회사•운용회사•금융감독기관의 가장자리에서 분쟁을 조정하는 노릇을 한다.
금융분쟁조정업무를 맡은 지 10년이 지났다. 이 일을 하며 배운 가장 큰 보람은, 이기심과 탐욕의 각축장인 자본시장(Capital Market) 속 온갖 위치의 사람들, 특히 이 사회의 엘리트 계층, 의 민낯을 낱낱이 보게 된 것이다.
돈 앞에서는 성인군자가 아예 없는 모양이다. 절대 있을 리가 없지! 이런 것이 바로 자본주의가 낳은 폐해인 ‘천민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이요, 투기세력들의 군상이리라!
바로 이런 이유로,
나는 자본(돈)에 절대 종속되는 삶을 살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대신, 자본 특히 금융을 그 누구 보다 더 넓고 깊게 알아가기로 작정하고 오늘도 ‘자본론’을 읽고 또 읽는다.
어느 유명한 스님이 설법 중 감정노동일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보살이며 일터가 곧 절이고 수도처라고 하신 우스개 소리가 생각난다. MBN의 ’ 나는 자연인이다!‘의 주인공처럼 ‘산’이나 ‘강‘ 대신 ‘여의도 일터’로, 사람을 만나는 것을 피하는 대신 ’즉석 만남‘을 즐기러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꿋꿋하게 내 길을 간다.
여전히 내게는 평생을 두고 읽어 내야 할 인문학 고전들이 서재에 가득하다. 그래서 늘 즐겁다!
이상이 오늘 올리는 글의 주제다. 조금 긴 글이므로 짬이 없는 분들은 위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들풀생각을 읽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내가 인문학 공부를 하는 목적은 오직 하나, 인간의 본성을 알고자 함이다.
인간의 본성을 알고자 하는 까닭은 나의 본성을 먼저 깨닫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그것을 알아내어 상황에 따라 맞게 처신한다면 사회적 관계의 기초인 원만한 대인관계는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껏 파악한 나의 본성은 한마디로 결기(氣)다.
결기(氣)란,
좋게는 곧고 바르며 과단성 있는 성미이지만, 나쁘게는 못마땅한 것을 참지 못하고 성을 내거나 왈칵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세상 모든 일은 내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고 믿는 바, 본인의 바탈(本性)을 깨우쳤으니, 이제부터는 상대방의 것만 분석하고 파악하여 요령껏 적용하면 나의 세계관인 어울려 아우름은 실천되리라 굳게 믿는다.
이 글은 나 이외의 모든 사람을 민원인으로 설정하고 민원을 유형별로 정리한 후에 논리적 설득과 감성적 공감의 방법을 적용하여 민원을 해소한다는 주제로 쓴 것이다.
1. 민원인의 정의와 민원해소
가. 민원인의 정의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민원인이다. 가족도 예외가 아니다!
민원인이란, 행정기관에 민원처리를 요구하는 자연인 또는 단체를 말한다. 통상 민원은 주민이 행정기관에 대하여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일이다. 이 정의에서 행정기관을 나로, 민원인을 타인으로 바꾸면 나를 제외한 모든 이는 민원인이 된다.
민원인은 크게 합리적인 인간과 비합리적 인간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이성적 존재이며 후자는 감성적 존재다.
나. 민원의 해소
내가 금융분쟁조정업무를 하면서 겪은 민원인의 약 90%는 합리적 청원인으로 관련법령 등의 규정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방식인 논리적 설득을 통하여 민원이 해소되었다.
반면, 나머지 10%는 감성적 또는 감정적 민원인으로 논리와 상식이 거의 먹히지 않는다. 이들 가운데 약 10%는 문제행동 소비자(이른바 블랙슈머)로 발전한다.
하지만, 이들 또한 대부분(90%)은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식 설명으로 논리적 설득을 실행하면 민원이 해소된다. (가령, 잘난 척하는 사람은 내가 더 잘나 버리거나, 큰 소리를 치면 더 당당하게 맞서되 논리 정연한 태도를 갖춘다.)
이들을 상대할 때 주의할 점은, 공감 능력이 절대로 필요하므로 그들을 대변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어느 정도 민원의 해소가 가능하다.
2. 문제행동 소비자
가. 문제 행동소비자 분석의 중요성
금융분쟁에서 해결하기가 가장 어려운 대표적인 유형은 바로 문제행동 소비자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의 일상에 언제나 있음 직한 유형이므로 이들을 잘 분석한다면 본 글을 쓴 목적에 부합한 해답을 얻을 것이다.
대표적인 문제행동소비자는 아래와 같다.
나. 먼저, 비대면 특히 전화통화를 통한 민원의 유형을 살펴보자.
욕설·폭언 등 모욕을 주는 행위, 성적으로 희롱하는 행위, 동일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 사소한 사항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꼬투리를 잡는 행위, 규정 외 처리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행위
적정한 업무처리에 대해 정부기관 등에 민원 제기를 주장하는 행위, 적정한 업무처리에 대해 언론, 인터넷 등 게재를 주장하는 행위,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행위, 무조건 상급자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행위, 회사의 과실이 있는 경우의 과대 보상 요구 행위, 회사의 과실이 없는 경우의 과대 보상 요구 행위
다. 다음으로 대면 또는 직접 면담 시 발생하는 민원의 유형은 아래와 같다.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 욕설·폭언 등 모욕을 주는 행위, 소란을 피우는 행위. 직원을 협박하는 행위, 성적으로 희롱하는 행위, 동일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 상습적으로 업무시간 외에 민원을 제기하는 행위, 사소한 사항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꼬투리를 잡는 행위. 규정 외 처리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행위,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
적정한 업무처리에 대해 정부기관 등에 민원 제기를 주장하는 행위, 적정한 업무처리에 대해 언론, 인터넷 등에 게재를 주장하는 행위,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행위, 무조건 상급자와 면담을 요구하는 행위, 회사의 과실이 있는 경우의 과대 보상 요구 행위, 회사의 과실이 없는 경우의 과대 보상 요구 행위가 있다.
3. 인간본성의 파악을 통한 민원 해소법
가.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
나는 인간의 본성을 유학에서 말하는 사단(四端)과 칠정(七情)과 불교에서 말하는 6가지 근본 번뇌라 생각한다.
풀이하면, 사단은 인(仁)•의(義)•예(禮)•지(智)의 단서(端緖)가 되는 네 가지 마음, 즉, 인(仁)에서 우러나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의(義)에서 우러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예(禮)에서 우러나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지(智)에서 우러나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의 네 가지를 일컫고,
칠정은 유학에서는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또는 예기에서는 희노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
그리고 6가지 번뇌는 [탐진치/만의견(貪嗔痴/慢疑見)이다
나. 인간본성의 이해를 위한 노력
오랜 시간에 걸쳐 금융분쟁조정 즉 감정노동업무를 하면서 배운 것은 크게 법률 지식의 습득과 인간관계법의 요령 터득이다. 그 결과 서점에 숱하게 널려 있는 대인관계법을 알려주는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고도 높은 자존감으로 흔들림 없이 내가 만든 것을 기준으로 하여 꿋꿋이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내면의 수양이 가능했던 것은 철저히 나와 나 이외의 모든 것들의 본성 파악을 통해 어울려 아우름의 실천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자 유학의 대표 경전과 불교학에 대한 조금의 지식 그리고 서양철학 특히, David Hume의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A Treatise of Human Nature)와 Adam Smith의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을 읽으며 공감과 동감의 의미를 함께 배우고 있다.
다. 나의 본성 파악
나의 본성을 파악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이렇다.
우선 나 이외의 또 다른 나를 설정한다. 나는 그를 Adam Smith의 도덕감정론이라는 책의 내용을 본떠서 The Impartial Spectator라고 부른다. 그가 나의 행동거지, 곧 말투•억양•속도•얼굴빛 따위를 스스로 분석해 놓고 나와 관계하는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보는 식이다.
이상에서 파악한 나의 바람을 토대로 미세조정을 하고 있는데 The Impartial Spectator가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대에서 욕심과 화를 내고 교만하고 고집을 부리는지를 살핀다. 그 결과 나는 나에 대하여 상당한 정도로 많이 알아내었다.
아주 대단한 성과다!
라. 상대방 본성의 분석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각양각색이라 쉽게 알기 어려운 상대방의 본성은 유형별로 범주화하여 적당한 거리를 조정하며 그 관계를 유지한다. 상대방의 본성에 대한 분석은 위에서 언급한 동•서양 철학이론을 가운데로 놓고 내가 겪은 사실을 대입하며 분석해 보았다.
업무 특성상 회사에 녹음되는 모든 통화기록을 열람할 수 있으며 민원인이 제출하는 서류 및 불법행위를 한 직원의 경위서 검토 그리고 분쟁조정 이해 당사자와 직접적인 면담을 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오랫동안 이 일을 반복했더니 경험이 축적되어 통화기록상의 목소리를 듣고서도 민원서류에 쓰인 글의 형태와 논리 전개 방식만 보아도 그 사람의 성격, 배움의 정도나 교양 정도가 보이고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민원 해소에 효율적인지가 보인다.
말 그대로 직관이 생긴 것 같다.
물론, 100% 다 맞추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의 효과를 내며 민원 해소에 큰 역할을 한다. 마치 다른 사람의 심리를 많이 공부한 학자 또는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면담하고 처방전을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소설 작품을 많이 읽거나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에 감정이입이 되어 그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을 이끌어내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해도 좋을듯하다.
이들의 녹취기록과 민원서류와 경위서를 보는 것 만해도 웬만한 소설과 수필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내용의 질이 높으니 이런 것들이 오히려 진정한 문학작품이 아닐까!
1. 인문학 공부의 목적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민원인이다. 설사 가족이라도 예외는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물론, 민원인은 합리적 민원인과 비합리적 또는 감성적 민원인으로 분류하는데 세상을 살아보니 그 비율이 약 9대 1 정도인 듯하다. 그래서 나의 본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른 사람들의 것은 일반적인 범주로 묶어 서로 조율해 나가면 모든 대인관계는 원만해지리라 믿는다.
아울러 모든 민원의 해소는 논리적 설득과 감성적 공감을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전자의 방법 터득을 위해 법학과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후자를 위하여 동양철학을 비롯한 인문학공부를 한다.
2. 사회생활에서의 응용
회사에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도 모두 민원인으로 본다.
따라서 모두 일정한 거리를 두고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며 그들의 행태를 하나씩 모두 관찰한다. 적당히 떨어진 상태에서 그들을 관찰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나의 행동에 티가 날 일은 거의 없다. 퇴근을 하고 나서 달리거나 걷기를 할 때 그날에 있었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돌이켜보며 나의 잘못을 찾아내고 스스로를 깨우친다.
이들 가운데 요주의 관찰 대상은 남을 무시하는 사람, 잘난 척하는 사람, 화를 자주 내는 사람, 정치적 또는 종교적 성향이 극단적인 사람, 그리고 남을 시기 또는 질투 잘하는 사람, 그리고 남의 모든 것을 부정부터 하고 보는 사람이다. 모두 나에겐 아주 좋은 연구 및 분석대상이다. 그들에게 주도면밀하게 다가갈 생각을 하니 너무 즐겁다. 그리고 그런 성향과 성격이어서 너무 고맙다.
3. 마무리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 했다.
나를 알고 남을 알면 정말로 불편하지 않은 관계로 살 수 있다. 본문에서 언급한 나의 통화기록을 보니 내가 어느 정도의 발성 톤과 속도 그리고 언어 구사능력이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되는지를 안다.
그리고 나도 남을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나의 글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 글에서 언급한 방식으로 다듬으면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