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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활용한 50대의 탈바꿈

by 들풀생각

자기의 이미지를 포장(탈바꿈, Transformation) 하기 위한 여러 방법 가운데 사이버공간(Cyberspace)을 활용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작년에 가족들과 함께 싱가포르에 간 적이 있다. 영어로 말할 줄 몰라도 여행에 전혀 지장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해외여행이나 단순한 생존을 목적으로 배우는 영어에 굳이 돈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웬만한 곳에 가더라도 QR Code, Kiosk, Grab, Google Map을 쓰면 안 되는 것도 없고 국내에서 예약해서 가면 그냥 “OK”만 하면 된다. 자리 안내도 로봇이 해주고 물도 가져다준다.


한발 더 나아가, Open AI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인 ChatGPT와 GPT-4까지 가세하니 머지않아 단순 기술번역과 통역의 설 자리는 없어질 듯하다. 업계 사람들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물은 흘러간다.


차라리,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남는 장사다.


이들에 맞설 나의 공진화 전략(Co-Evolution Strategy)을 간추린다.


공진화 전략(Co-Evolution Strategy)

인문고전 독서를 통하여 인간의 고유 능력인 감성•상상력•고도의 분석 및 추론 능력•융합능력을 키워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정연한 논리와 체계적 법리 전개로 AI(ArtificialIntelligence)를 가지고 놀아본다. 그리고, 어려운 원문을 초등학생들로 이해하기 쉬운 글로 바꾼다.

AI(Artificial Intelligence)등의 기계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을 떨쳐내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솔직히 여의도에 있는 맥도널드나 스타벅스에 들어가 주문할 때도 어리바리하는 내가 영어로 한다고 별반 다를까!


그런 곳에서 말을 잘하면 영어를 잘하는 줄 안다.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소용없다. 진정한 영어실력이 말보다는 외국인이 쓴 글을 정확하게 읽어내어 통찰력(Insight)을 얻고 자기만의 생각을 영어 또는 한글로 잘 옮기는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창한 발음과 말의 빠르기 그리고 요란한 몸짓을 보고 실력을 평가한다.


한때 길 치였던 나 같은 사람들에게 내비게이션이 나타나 구세주 노릇을 해 주었듯이, 새로운 문명의 이기(利器)는 또 다른 기회를 준다.


이제는 원어민이 쓰는 생활영어에 목을 매지 말고 원문 읽기와 내용 간추리기 연습에 매달렸으면 좋으련만! Native Speaker가 우릴 보면 초등생이나 내나 통역사나 모두 자기들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건 매 한 가지라 할 텐데. 겨우 저학년과 고학년 차이밖에 더 날까 몰라!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저기서 먹고 둘러보다가 기념품(Souvenirs) 가게로 들어섰다. 내 눈길을 끄는 것이 없어 그분만 따라다닌다. 국내의 백화점이나 여행지나 줏대 없이 따라만 다닌다고 잔소리를 듣는다. 처갓집에 일이 있을 때도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한다.


그럴 때는 또 잔소리 대신 오히려 칭찬한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 몇 가지를 빼고는 거의 따르는 편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영역에 그분이 좋아하는 것은 없기 때문에 특별한 마찰이 없다.


갑자기 나보고 가게 모퉁이에 서서 입을 헤벌리고 웃는 당나귀 옆에 서보라고 한다. 영문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했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진을 찍는다. 그러고는 카톡으로 보내며 아들과 함께 키득거린다.

뭐 가족사진이 라나? ㅋㅋㅋ


내가 가만히 들여다봐도 둘이 닮은 것도 같다. 두 사람이 옛날부터 나를 당나귀라 놀려왔지만 나는 극구 부인해 온 터다.

그런데 오늘 보니 또 많이 닮았다. 물론, 익살맞은 이미지만 말이다.

※ 제목란 배경으로 올린 사진에 나의 얼굴 일부가 나오는데 아주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다.


​나는 경상북도 영양군 일월면을 쓰고도 동(리)과 골을 더 써야 주소지가 완성된다. 거기서 민법상 성년이 될 때까지 자랐다. 그래서 가수 심재경의 앨범낙동연가의 수록곡 ‘참 좋으이더’라는 노래를 자주 듣는다.


그 노래가사에는,


안녕하시이껴? 밥 잡샀니껴? 우리 참 오랫 마이씨더, 참 좋으이더.

이게 얼마 마이 껴? 잘 지냈니껴? 옛 모습 고대로씨더, 참 좋으이더.

머 한다고 그리 바빴는지 서로 얼굴도 못 보고 지냈니더. 우리 인제는 자주 쫌 보시더 이래 보이 얼마나 좋으이껴? 안글리껴?

안녕하시이껴? 밥 잡샀니껴? 우리 참 오랫 마이씨더, 참 좋으이더.


내가 자주 쓰는 고향말이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고향생각이 아련해 올 때 한 번씩 YouTube에서 듣는다. 서울 사람이 듣고 매우 투박해 보인다고 한다.


​내 키는 대략 172cm에 74kg 그리고 반 곱슬에 짧은 머리 그리고 검은테 안경을 끼고 허리는 쫙, 고개는 꼿꼿이 들고 다닌다.

말을 할 때는 빙빙 돌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던지며 짧고 간결하게 한다. 마음에 없는 소리는 거의 못한다. 그래서 다들 무뚝뚝하다고 한다.

고집도 세고 한번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한다. 멧돼지가 따로 없다.


이것이 모두 나의 겉모습이다.


종합해 보면,


나는 시골 양반 댁에서 책을 읽는 것보다는 산에서 나무를 해오거나 장작을 패고 또 마당을 쓰는 것이 딱 어울린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게 본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이 쓴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의 내용을 잘 모르지만, 아마 그러한 특징들이 나를 많이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회사 내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조차도 전철에서 영어원서 또는 The Economist를 읽는 나의 모습을 보면 많이 놀랜다.


그리고, 임마뉴엘 칸트순수이성비판이나 칼 마르크스자본론을 읽었다 하면 거의 믿지 않는다. (어떤 때는 카톡 프사에 있는 서재를 보며 어느 서점에서 찍은 거냐며 놀리기도 한다.)


아무튼, 나를 둘러싼 여러 가지의 선입견이나 편견 때문에 적잖이 손해를 보아왔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처신을 그렇게 한 것에서 생긴 일이라 별 후회도 없다.


남들이 나를 이러한 모습으로 본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2003년 내 나이 30대 초반이었다. 남들의 눈으로 나를 돌아보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일단, 나의 모습 가운데 고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하되 그렇지 못한 것은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꾸미려 애써본다.


사람의 성격은 고쳐 쓰지 않는다 하지 않던가!


이때부터 나는, 벼슬(富貴)을 탐하지 않고 자기 수양을 통하여 현실 세계에 몸을 담고 삶을 개선해 나가는 데 도움 주는 산림처사(山林處士)Role Model로 하여 탈바꿈하기로 마음먹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책을 읽으며 자기를 수양하는 사람의 이미지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전철이든 회사 든 내가 있는 모든 곳엔 늘 영자신문이나 영어원서를 들고 다니며 읽는다. 그리고 회사에서 짬이 나면 법률학교과서로 공부한다.


정확히 알고 있는 사실 이외에는 말을 아낀다. 단, 발언의 기회가 생길 때는 명확한 법률과 규정의 근거를 제시하며 논박한다.


조선 시대 시집살이의 모토인 귀머거리 삼 년 벙어리 삼 년을 지내니 독서인의 이미지가 구축되었다. 이제야 주변인들이 나무꾼이 아닌 시골 선비로 대접한다.


일 단계 이미지 변신은 성공했다.




날마다 같은 시간에 책을 읽고 운동을 하니 고지식한 사람이라는 평판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소통이 힘든 사람이라 폄하한다.

인간의 본성은 성악설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장점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커녕 오히려 깎아내리려 하는 경향이 있다. 굳이 말은 안 해도 직장인들은 모두 라이벌이라 여길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카톡 프사에 내방의 서재 사진을 올리고 블로그를 개설한다. 그리고 이웃들과 소통한다. 그리고 내 주변에 나를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에게 우회적으로 내 모습을 보여준다. 대놓고 자랑하면 또 다른 흉을 볼 핑곗거리를 찾을 것이다. 원래 인간들이 그렇게 생겨 먹었다.


그리고 일부러 그들과 웃기는 얘기도 자주 하고 점심도 함께한다. 다만, 저녁 술자리나 골프모임은 삼간다. 너무 쓸데없이 시간을 많이 버리기 때문이다. 술자리는 자기 자랑 아니면 남의 험담이 안주거리이고, 골프는 내기에 모두 빠진 듯하다. 그런 자리에 있기보다는 차라리 다른 데 가서 자본론을 읽는 게 훨씬 더 낫다.


2단계인 이번에도 대성공이다.




내 주변에 내 나이 또래 사람들 가운데 블로그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블로그를 운영하려면 무엇보다도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결코 시간이 남아돌아 죽이는 게 아니다. 그러려면, 차라리 그들처럼 스크린 골프나 치고 술을 먹고 노닥거리는 게 시간 죽이기에 더 효과적이다.


책을 읽고 글도 쓰고 소통도 했지만 이제는 실학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리고 싶어 졌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며, 밥벌이가 되는 공부를 하자는 목적으로 영어를 기준으로 책을 읽고 번역을 공증하고 그리고 나만의 글도 써서 책을 낸다. 급기야는 영자신문에 기고도 하기로 장기목표를 세운다.


은퇴 후에 행정사사무소를 개설하고 번역인증과 출판번역 그리고 집필과 기고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략을 세우며 이미지를 구축해 간다. 아마 그때에는 여기에 금융분쟁조정 상담코너까지 더해 나의 경쟁력을 높이리라 여긴다. 기분 좋은 생각에 큰 고래 한 마리를 가슴속에 키우며 뚜벅뚜벅 나아간다.


이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므로 나중에 그럴듯하게 되었을 때 보태 쓰기로 한다. 그리고 부드러운 이미지는 포기한다. 대신에 웃길 줄 아는 사람으로 대체한다.


사이버 공간을 도구로 나의 이미지 개선을 한 사례는 여기서 멈추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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