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가르침 그리고 삶 (3)
화이부동(和而不同)은 화합하되 붙어 다니진 않는다는 뜻으로, 붙어 다니되 화합하지 못하는 동이불화(同而不和)의 반대말이다.
공자는 논어의 자로 편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라고 했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하지는 않지만 이들과 화목할 수 있는 군자의 세계를, 밖으로는 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나 실은 화목하지 못하는 소인의 세계와 대비시켜 군자의 철학을 인간이 추구해야 할 덕목이라고 공자는 주장한 것이다.
(토막 이야기 1)
얼마 전에 사업을 하는 친구가 카톡으로 연락을 해왔다.
서로 본인과 가족 그리고 삶을 얘기하다가 친구가 나에게 대뜸 “삶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어온다. 고리타분한 주제로 대화를 자주 하는 사이는 아니면서도 서슴없이 “큰 사람이 되는 것”이라 대답한다.
그랬더니 친구는, ‘크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크다는 것은 모호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미션과 비전을 가지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냐?’고 물어온다. 그리고 자기는 성과 코칭 프로그램에 참가 중이라 한다.
차라리 나에게 ‘큰 사람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와 ‘큰 사람이 되기 위하여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 왔더라면 대화가 좀 더 깊이 들어갔을 텐데.
아쉽다!
나에게 있어 큰 사람이란, 학문(學問)을 통하여 스스로를 깨우쳐 모두를 돕는 살아있는 인격체이다.
배우고 묻는다는 뜻의 학문(學問)이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 『엄격한 스승과 좋은 벗을 만나 그들에게서 날마다 좋은 가르침을 듣고, 옛사람이 지은 고전을 읽으며, 여행과 유람을 하면서 세상을 두루 살펴 견문을 넓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문학 특히 철학을 공부하면 업적, 성과, 미션, 비전, 혁신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고 에둘러 말한다.
그랬더니 친구는 삶에서 철학, 인문학, 독서, 깨달음 등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한다. 이어서 그는 2012년부터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며 삶에서 돌파구를 많이 찾았다고 보탠다.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일반적·추상적인 가치 개념 하나쯤은 있어야 할 터인데…
아뿔싸!
개별적•구체적으로 독해하는 사람도 인정해야 진짜 인문학 하는 사람이니 그들의 가치도 존중하자.
친구야!
내 생각이 모자랐다.
내가 큰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뜬 구름 잡는 소릴하니, 개별적·구체적인 가치 개념을 가지라는 뜻인 듯하다.
이래 가지고는 대화가 더 나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올 한 해도 건강하게 잘 지내보자며 급하게 대화를 끝낸다.
속으로는 ‘큰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달려온 인생이 금융분쟁조정전문가이자 국가공인행정사이며 브런치작가가 되었고 또 몇 년 후에는 영자신문에 기고도 할 Columnist가 될 것’인데 한다.
(토막 이야기 2)
주변인들이 종종 나에게 홀로 책만 읽지 말고 사람들과 술도 마시고 골프도 치며 삶을 즐기자고 한다.
또 회사의 지인들은 날마다 운동하고 책을 보는 나를 매우 단조로운 생활을 한다고 대놓고 말한다. 그리고 그걸 어찌 견디냐고 묻는다.
여기서 ‘그대는 그래서 뭐 하시길래?’라고 되받아치면 하수다. 그래서 그냥 씩 웃고 만다.
나이 들고 은퇴 후 함께 해야 할 사람이 필요하니 지금이라도 네트워크를 많이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부추기는 사람도 더러 있다. 자기들과 함께 스크린 골프도 치고 술도 먹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또 ’글쎄!‘ 하며 머뭇거린다.
그런데, 나이 들고 돈 없으면 저런 모임도 자주 갖지 못할 텐데. 그리고 골프는 맨날 치던 사람과 내기하는 게 거의 다던데 인맥을 어찌 넓힌다는 걸까!
나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로 지난 50여 년간 나를 스쳐간 인연들께 안부를 전하며 다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데 말이지!
이제는 사회에서 만난 뜨내기가 아닌 평생 같이 갈 사람을 모으는 중이다. 특히, 탐욕•시기•질투가 없는 사람들을.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혼자 지내는 연습을 하는 게 오히려 낫지 않나?
사실 내가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것을 하는 것은 임마뉴엘 칸트를 흉내 내는 것이다. 그는 복잡한 사상과 관념철학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독서 또는 사유하는 시간 이외에는 모든 생활을 아주 단순화시켰다고 한다.
나도 그래서 그를 따라 해 봤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어쨌든, 나는 그들의 제안을 모두 정중하게 거절한다. 그 까닭은 매우 난해한 철학공부를 하는 것이 골프나 술자리보다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상품의 판매를 위하여 개인 및 법인영업을 오래 한 나는 골프도 어느 정도 칠 줄도 알고 술도 굉장히 잘 마신다.
다만, 자기 절제(Self-Command)를 하는 것뿐이다!
나에게 이런 공부는 쓸모나 목표가 아니라 목적 바로 그 자체다.
그 목적은 다름 아닌 감각과 경험의 세계를 넘어 사유의 단계로 올라가는 것!
나를 깨우쳐 남을 돕기 위하여… ….
지난 20여 년 이상 혼자서기를 하는 나를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지인들은 이제야 나를 조금씩 이해한다. 그 무엇보다도, 은퇴 후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며 그 성과까지 내는 걸 보고.
그러나, 나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하지만,
이제는 우라늄도 농축해서 핵무기와 이것을 탑재할 ICBM까지 만들고 실험발사도 성공했으니, 이제는 미세조정(fine-tuning)만 하면 될 뿐!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며, 밥벌이가 되는 공부를 찾아 해야 한다!
골프나 게임을 즐기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꽃과 나무를 찾으며 산을 오르거나,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며 소개 글을 올리며, 베스트셀러의 자기 계발서(투자 관련 또는 힐링서적)를 보는 것과
마라톤을 하면서 법학이나 철학이나 영어공부를 즐기는 것은 모두 한 가지다!
눈에 보이는 세계를 뛰어넘어 추상적인 관념의 세계로 들어가면 세상의 가치가 더 넓게, 더 높게 그리고 더 깊게 보이리라 믿으며 오늘도 달려본다.
참 좋은 데 남들에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