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3일 만에 온 매우 값진 그 책

하마터면 블랙컨슈머 될 뻔(후기)

by 들풀생각

드디어, 마침내, 비로소, 그제야 그 책이 왔다!


2023년 3월 3일 올린 글 ‘하마터면 블랙컨슈머 될 뻔!‘의 소재인 2023년 2월 7일에 주문했던 그 책 말이다. 제목은 David Harvey의 A Companion to Marx's Grundrisse이다.


원래는 2023년 3월 17일에 집으로 도착해야 하는데 또 5일이나 늦었다. 민법상, 기간을 자연적 계산법으로 따지면 주문한 날로부터 43일째다.


사실 서점에 전화하기가 두려웠다. 지난번 ㅇㅇㅇㅇ에서처럼 절판되었으니 주문취소를 하라고 할까 봐 말이다.


이번에도 똑같이 그렇게 일방적 통보를 해오면 마지막 수단을 강구할 생각이었다. 내 글을 읽은 멋진 블로그 이웃님이 미국 현지에 연락해 대신 구매해 주겠다고 했다. 정말로 그렇게 할 요량이었다.


그만큼 나에게 이 책은 절실했다.


왜냐하면, 칼 마르크스가 분석한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의 이론적 배경인 토대(土臺)와 상부구조(上部構造)의 이해가 하고 싶었다. 왠지는 모르지만,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써 반드시 알고 가야 할 것 같아서다.


일종의 지적허영 같은 것이다!


어쨌든, 이것은 칼 마르크스의 Grundrisse를 읽기 쉽게 주석을 단 책으로 알고 있다.


참고로, Grudrisse는 마르크스가 1850년대 말 공황으로 인해 혁명이 도래할 것을 예상하고 출간 목적이 아닌 ‘자기 이해’를 위해 써 내려간 글이다.

자본주의의 옹호와 프루동주의 등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이 책을 마르크스의 대작 자본론과 비교하면서 읽는 다면 더욱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 한다.

마르크스가 꿈꾼 세상과 사상을 엿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따위와 같은 이데올로기는 나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다. 오직 나는 지적호기심으로 그런 것을 보니 괜한 시빗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국부론자본론 그리고 정의론을 모두 읽어왔으며 현재는 자유 시장경제체제의 영원한 기수The Economist와 Financial Times를 탐독하는 시장의 파수꾼이다.


한마디로,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자의 기반을 가진 ‘어울려 아우름’이라는 세계관을 갖추고 세상을 공평과 신의칙으로 바라보기를 원하는 그냥 들풀일 뿐이다


David Harvey의 저작을 좋아하게 된 것은 A Companion to Marx's Capital을 읽고 나서부터다. 나 혼자 생각이지만, 세상의 그 어떤 학자가 Karl Marx의 저작들을 David Harvey 보다 더 잘 분석하고 현대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전 세계적인 석학들 사이에 재조명을 받게 된 Karl Marx의 자본론을 18세기가 아닌 21세기의 관점으로 분석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쓰인 책을 읽고 감탄을 했던 일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 책을 주석서로 하고 Capital I•II•III을 펭귄 출판사 영역본을 읽으니 세상이 새롭고 다르게 보였다.


Capital을 기본서로 A Companion to Marx's Capital를 참고서로 읽고 나서 David Harvey의 사상과 학문에 크게 매료되어 아마존 닷컴에 올라 있는 그의 대표 저서를 거의 다 구입해서 두 번 이상이나 읽었다.


The Limits to Capital, The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The New Imperialism, Marx, Capital, and the Madness of Economic Reason, Enigma of Capital, The Ways of the World, Seventeen Contradictions and the End of Capitalism, The Anti Capitalist Chronicles


얼마 전에 또다시 찾아온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내재한 구조적인 위기를 이해해 보고자 2008년 금융위기를 분석한 그의 주저 Enigma of Capital을 다시 읽었다.


<자본이라는 수수께끼>라는 제목의 이 책은 자본의 순환과 재생산 원리, 자본주의 세계에 위기(Crisis)의 의미와 이를 우회하고 모면해 왔던 방식을 상세히 분석한 것이다.


주요 내용을 간추리면,


자본은 '이익의 사유화, 위험의 사회화'라는 명목으로 자본주의 제도의 자체 모순(생산수단의 사적소유와 노동의 사회화로 인한 자본의 과잉공급)으로 생긴 경제위기와 그 폐해를 다른 계급 및 지역으로 이전시키며 붕괴의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제도가 노동과정, 일상생활과 자본의 재생산 과정, 기술과 조직 혁신, 사회적 관계, 정신적 개념, 자연과의 관계, 제도적, 행정적 장치 등 여러 영역에서 다양하게 진화한 것처럼 이를 극복하는 반자본주의의 운동을 펼치는 세력 역시 해당 영역에서 서로 협력하고 추동하며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자본주의의 한계와 이에 저항하는 탈자본주의 운동 및 공진화방식에 관해 자세히 분석한 것으로 평가한다.


21세기 초엽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번 세기 들어 벌써 세 번의 대규모 공황을 경험하고 있다.


21 세기의 벽두인 2001년에 미국에서 IT공황이 발생하였고,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오며 또 한 번의 대공황이 발생하였으며,

그 여파가 여전히 가시지 않는 상태에서 2020년 세계 대공황이 발생하였으며,

현재 그 과정이 진행 중이라 보는 견해가 있다.


그래서 그 진위여부를 직접확인 해보고 판단을 내리기 위하여 이 책을 2번이나 정독하였는데 나름 일리가 있다.


이제부터는 다시 Karl Marx의 Capital로 그동안 여기저기서 배운 내용을 응용하며 공부해야겠다.


그리고 이번에 내 품 안으로 들어온 귀한 서책을 주석서로 삼아 The Original Text인 Grundrisse마저 읽어내어 인식의 지평을 더욱더 확장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AI와 함께 즐기며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