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호학과 학생이다.
내 인생의 항로를 돌아보며 재정비하고, 그토록 바래 왔던 글쓰기에 온전히 집중해보고자 방학 중에 휴학계를 제출했다.
한 달에서 두 달 정도의 시간 동안 온전히 쉬는 것도, 그렇다고 미래를 향한 발길질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다. 어정쩡한 자세로 주 3일 겨우겨우 알바 하며 남는 시간, 좋아하는 독서와 헬스 정도 하며 그냥저냥 시간 죽이듯 보냈다.
나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지금의 세상이 너무나 혼란스럽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끝 모를 저성장 국면, 경기 침체.
나에게는 이 두 가지 키워드가 너무나 괴리되게만 느껴져 혼란스럽다.
2030 사회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나는 먼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분명 의미를 추구하고 또 열심히 할 자신은 있는데 무엇에 열심을 내야 하는가.
내가 쏟는 정성이 내 안위를 보장해줄 수 있는가.
옛날처럼 하나만 평생 하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거기에 대한 대안이 명확히 떠오르지는 않는 아이러니.
요즘은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또래의 얼굴들을 보며 저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막연한 궁금증에 사로잡히곤 한다.
저 사람은 지금의 삶을 긍정하고 있을까.
무슨 일을 하며 얼마를 벌까. 거기에 만족은 할까.
그냥 사니깐 사는 걸까, 아니면 제 나름의 비전은 있을까.
지금 연애 중일까 솔로일까.
타인에 대한 오지랖이 심한가?
모르겠다.
내가 떠안고 있는 고민을 타인에게 투영함으로써 뿌연 안개 속의 방랑자, 나 자신이 위로받고 싶은 것인지도. 너만 그런 거 아니라고.
그래서 내가 쓰게 될 글에 책임감이 더해졌던 거 같다.
이런 각박한 환경 속에서도 헤쳐나갈 길은 언제나 있다고 믿기에.
아직 그 해답을 찾았다곤 못하지만 언젠가는 다다를 오아시스를 갈망하기에.
나의 글이 나에게도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잠깐이나마 성찰의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의지를 북돋고 또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집합 의례가 되기를 소망한다.
글을 보는 시간과 장소는 다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