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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Nov 09. 2022

붉은 단풍잎이 비처럼 쏟아졌다




  찬바람이 요란하게 불었다. 붉은 단풍잎이 비처럼 쏟아졌다. 고개를 돌려 봄부터 여름까지 줄곧 함께했던 나뭇잎을 바람에 맡기는 키 큰 나무를 한동안 올려다보았다.

  이번 가을은 단풍이 유난히 예쁘다. 길가에 있는 은행나무, 바늘잎 참나무, 플라타너스가 저마다 노랗게 붉게 갈색으로 물들었다. 가을 색이 짙어진 풍경을 보며 나도 나무처럼 아낌없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는 뭐든지 사면 아까워서 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한참 놔뒀다가 조심조심 쓰고 입었다. 아껴서 똥 만드는 성격인가 했는데, 어쩌면 새것의 반짝임과 이물스러움을 잘 견디지 못하는 것일 수도……. 낯가림을 하듯 사물과도 편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쪽이었나 보다.


  아무려나 이제부터는 오늘의 나를 위해 어떤 것도 아끼지 말아야지. 이런 결심은 틈틈이 자주 되뇌어야 한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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