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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Dec 19. 2022

겨울 옷장




  한겨울이 오기 전 옷장 정리를 했다. 면으로 된 옷은 외출복에서 평상복으로 강등되기도 했고, 가지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준 것도 있다. 대부분은 재활용함으로 들어갔다. 검은색 구스 롱 패딩은 둔해서, 속에 누빔이 있는 카멜색 바바리는 너무 풍덩해서, 진회색 오리털 두꺼운 패딩은 어깨가 아플 만큼 무거워서 거의 입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정리를 한 후 한동안은 옷장을 열고 공간을 충분히 차지한 옷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드디어 맥시멀리즘에서 벗어나 동경하던 미니멀리즘 쪽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파가 몰아닥쳤다. 

  얇은 코트나 가벼운 경량 패딩으로는 뼛속까지 시린 추위를 감당할 수 없었다. 히트텍 상하의를 사 입었다. 아아, 사라진 옷들이여. 성급한 이별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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