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내리는군요. 따뜻한 차가 든 컵을 들고 창가에 서 있습니다. 잠옷을 입은 둘째가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한 채 화장실에 가려고 나오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듭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서울에 다녀왔어요. 그간 한랭알러지 때문에 집에만 있었습니다. 영상으로 오른 날씨 덕에 조심조심 외출을 감행했었죠. 다행히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만 몹시 피곤했습니다.
집에 있을 때도 가만히 있지 않았어요. 미뤄뒀던 정리를 했고, 눈에 띄지 않던 곳까지 구석구석 청소를 했습니다. 나름 부지런히 움직였는데도 바깥나들이는 그런 것들과 달리 힘이 드네요.
비가 오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오늘처럼 아파트를 반쯤 흐릿하게 만드는 안개비가 내릴 때는 더더욱. 올겨울 나는 나와 잘 지내는 법을 알게 됐어요. 유난히 심심한 걸 못 참는 성격이어서 볼 것, 할 것, 만날 것 등을 촘촘한 징검다리처럼 놓아두었어야 했는데, 그게 사실은 내가 나와만 있는 순간을 견디기 힘든 거였나 봐요. 나 자신과 어색함을 풀고 화해하고 잘 지내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지금 어때?”
“괜찮니?”
“왜 그럴까?”
같은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자주 합니다.
대답을 기다리고 무슨 대답이 떠오르든 지지해 줍니다.
그래도 당연히 주어진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을 징검다리는 필요합니다. 다만 그 사이가 조금 벌어져 있어도 덜 심심하고 덜 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