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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Mar 28. 2023

무나물을 먹고

  요즘 무나물을 즐겨 먹는다. 밋밋하고 무심한 맛에 눈을 떴다고나 할까. 이러면 할미족이라던데, 아무려나. 집집마다 고유의 레시피가 있겠지만 나는 단순하게 한다.     


  채 썬 무를 마늘과 소금을 조금씩 넣고 들기름에 볶는다.

  감치미를 조금 넣고 살강살강할 정도로 익힌다. 

  불을 끄고 후추를 살짝 뿌린다.     


  무나물을 먹다가 문득 떠오른 이야기가 있다. 옛날 옛적에 너무 게을러서 소가 된 사람이 있었다. 소가 된 남자는 말 그대로 소처럼 일하느라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그 남자를 소로 만든 사람은 소를 산 사람에게 한 가지 주의를 주었다. 

  “절대 무를 주지 마세요. 이 소는 무를 먹으면 죽습니다.”

  견디다 못한 소는 어느 날 무 밭으로 뛰어 들어가 무를 뽑아먹었다. 그는 죽지 않고 다시 사람이 되었다.      


  쑥과 마늘은 곰을 사람으로 만드는 변신의 재주가 있고, 무는 벌을 받아 탈바꿈했던 남자를 다시 사람으로 돌려놓는 회복의 기운이 있나 보다. 하지만 무턱대고 행동이 느리거나 움직이기 싫어하는 걸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나름의 이유와 속도가 있는 거니까.      


  오후에 무를 두 개 더 사 왔고, 그중 한 개로 또 무나물을 만들었다. 자주 먹으면 나도 회복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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