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서연 Oct 18. 2022

바람 부는데, 헤이!


  “바람 부는데, 헤이. 비가 오는데, 헤이. 이 노래 알아? 우리 삼촌 18번이었어. 까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더라고.”

  K가 말했다.

  “그거 해골바가지 노래 아냐?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내가 물었다. 

  “약간 비슷한데 아니야.”

  K가 웃었다. 

  옆에 있던 J가 작게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 젊은이들만 있던 카페 한구석에서 K와 내가 소곤소곤 노래에 동참했다. 

  “그런데, 이 노래 언제 끝나?”

  우리 중 누군가 말했다. 그런 노래가 있다. 도돌이표가 있는 것처럼 자꾸 되돌아가거나 비슷한 노래와 붙임성이 좋아 은근슬쩍 팔짱을 끼는 노래.      


  집에 돌아와서도 그 노래가 자꾸 입가에 맴돌아 찾아보았다.      


  바람 부는데(헤이) 바람 부는데(헤이)

  비가 오는데(헤이) 비가 오는데(헤이)

  우산도 없이 거니는 연인들

  사연이 무엇이길래 저토록 비를 맞으며

  헤어질 줄 모르고 걸어가고 있을까

  ……     

  나머지 가사는 반복이다. 제목은 <빗속의 연인들> 내용도 그냥 빗속의 연인들.      


  내 아버지의 18번은 <사랑해 당신을>이었다. 가을이라 그런가. 느릿하고 단순한 가사의 옛 노래들이 자꾸 떠오르네.     





           

작가의 이전글 가을이 시작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