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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Aug 21. 2023

풋감이 떨어지고


  나무 밑에 작은 풋감이 몇 개 떨어져 있었다. 곧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가 다가온다. 기세 좋던 더위도 밤에는 살짝 누그러졌다. 낮 동안 틀어두었던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면 더운 공기보다 먼저 매미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일기가 아니더라도 글을 쓸 때 날짜를 적곤 하는데, 해가 바뀌면 한동안 새 연도를 쓰는 게 어색하다. 대부분 신경을 써서 2023년이라고 쓰지만 무심코 잘못 쓴 적도 더러 있다. 2022년은 그렇다 치더라도 2015년이나 2017년이라 쓴 걸 보면 스스로도 의아했다. 그 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무의식 어딘가에 각인돼 있다가 튀어나온 걸까, 하고. 당연히 기억나지 않았다.


  8월이 중반을 넘어서도록 2023년에 적응하느라 애쓰는 나를 두고 시간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가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땅만 보고 다니다 어느 날 올려다보면 나무에 꼭 붙어 있던 감이 붉게 물들어 있겠지.           

  ......     

  2023년엔 하늘을 나는 보드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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