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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Aug 07. 2023

왁스플라워



  “와, 예쁘다.”

  앞서가던 M이 유리 냉장고 안의 꽃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거 진짜 꽃이야?”

  내가 물었다.

  “어, 이거 생화 맞아.”

  S가 대답했다.

  “왁스플라워예요.”

  소매가 봉긋한 블라우스를 입고 베이지색 앞치마를 두른 주인이 다가오며 말했다.

  꽃잎에 왁스를 바른 것 같아서 그렇게 부른다고. 전에 백합과 함께 이 작은 꽃을 사본 적이 있다는 S가 꽃집에 있는 왁스플라워를 모두 사서 세 등분으로 나눠 포장을 부탁했다.

  고마워,라는 말보다 왜? 괜찮은데,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꽃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사서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어.”

  S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는 여리고 시원한 향이 나는 꽃다발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지하철을 탔다.

  “아까, 그런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다는 말 좋더라.”

  내가 말했다.

  “난 냉장고에 캔맥주가 끊기지 않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M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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