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얀 뭉게구름이 늠름하게 떠 있고, 그 아래로 짙은 녹색 은행나무가 줄지어 있었다. 나는 빌딩 1층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서 리넨 셔츠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리고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창밖의 작은 화단에는 반쯤 접힌 우산처럼 꽃잎을 아래로 늘어뜨린 핑크색 꽃이 피어 있었다.
여름휴가를 떠나서일까, 지난주보다 카페에 사람이 덜했다.
아이들이 크고 나서는 휴가철에 여행을 간 적이 없다. 어쩌다 바다에 가더라도 물에 풍덩 들어가지 않고 바닷가를 맨발로 걷는 게 고작이다. 반려견이 있으면 덕분에 물에 들어가기도 한다던데. 남편과 둘이 또는 혼자 갔다가 물에 들어가는 일은 없다. 수영할 수 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가 젖고, 샤워장을 찾아가 씻고, 다시 머리를 말리고, 화장품도 필요하고 등등의 모든 일을 하기에는 너무 게으르다. 그땐 참 좋았는데. 언젠가 그럴 날이 있겠지, 하며 오래전 바다에서 튜브를 끼고 아이들과 놀았던 걸 떠올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트레이를 들고 일어섰다. 남은 커피를 빨대로 쪽쪽 빨아 마시며 곁눈질을 했다가 다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10분 후면 나도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