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에, 나 또한 부족함에도.
낡은 외투 속 얇은 옷 가지 두 벌
때 탄 운동화에 얼어버린 발로
몇 십분째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당신을 봤다 나는.
작은 어깨 한껏 웅크리고
지친 눈은 초라한 발을 바라보고
조금의 한기라도 들어갈까,
주머니에서 조금이라도 빼놓지 못하는 두 손과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가방을 멘 당신을 봤다.
그렇게 한 참을 영화인지, 책인지, 드라마인지
어느 장르의 무슨 장면인지 모를 한 장면 속의
당신을 한참을 바라봤다.
-당신의 겨울이 조금이라도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감히, 주제에, 그렇게 행복을 빌어봤다.
당신이 기다리는 봄이 빠르게 오기를 바라며,
지금 그 순간 또한 모두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나 또한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