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
아는 동생이 왔다. 또! 왔다.
“코스트코 갔다 왔잖아. 남자는 하나도 없어. 여자들만 드글드글 거려. 아우, 정신없어! 애들 학교 보내고 다들 거기로 왔나봐. 갈 데가 그렇게들 없나? 나 사십만 원 넘게 쓰고 왔잖아.
언니, 물건 정리 다 한 거야? 아직 안 온 거야?”
“아직. 3~40분쯤 후에 오겠다.”
“내가 주말마다 엄마네 일 도와주러 가니까 우리 아저씨 집에 혼자 있잖아? 심심한가봐. 나도 미안하기도 하지. 근데, 오토바이를 타고 싶다는 거야. 자기가 하는 일이 정적인 일이니까, 주말에는 액티비티를 즐기로 싶은 거지. 근데, 너무 위험하잖아. 비싸지도 않다느니.”
“얼만데?”
“칠백 만원. 세상에 밀린 월급도 못 받아 왔으면서 칠백 같은 소리 하고 있어.”
“언니, 내가 엄마네 일 도와주러 다니잖아? 옛날에는 한 시간이면 갔단 말이야. 요즘은 한 시간 반이 걸려. 중간 중간에 카메라를 얼마나 많이 달아놨는지, 60을 넘기질 못해. 벌금 나올까봐, 맨날 조마조마 하나다니까?”
“…….”
“어제는 장 파열되는 줄 알았어. 아니 내가 식당 언니한테 갈비찜 남은 거에다 물 넣고 라면 끓어 먹자고 했지. 근데, 언제 먹고 남은 건 지 모르겠는 순두부찌개도 같이 넣더라고. 그래서 그런가? 다른 사람들은 배가 안 아팠나? 먹고 삼심 분 지났나? 배가! 와~ 너무 아팠어.”
“…….”
“내 딸 소희가 갑자기 지 노트북이랑 내 컴퓨터랑 바꾸자는 거야. 걔 노트북이 두 개거든. 나는 걔가 날 뭘 줄지 모르니까. 왜 바꾸자고 하냐니까, 새벽에 게임하러 피시방에 간데. 걔가 수업 듣고, 학원 알바하러 가고, 자격증 시험 준비하고. 걔 친구들이 ‘나는 너처럼 못 산다. 피곤해서 어떻게 사냐?’ 그런데. 그 와중에 게임하려고 피시방 가려니까 피곤하지. 내 컴퓨터가 게이밍용이거든. 그러니까 내 컴퓨터를 자기가 써야겠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랬지, 어쩌구, 저쩌구, 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못 바꿔, 라고 했더니, 그럼 사달라는 거야. 너무 어이가 없지 않아? 그래서 내가 그랬지. 너가 어린 애도 아니고 그게 삼사백은 들텐데, 공부하려고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게임하려고 사달라는 게 말이 된다고 보냐? 그랬더니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
“…….”
“내가 우리 엄마네서 일하는 중국 아줌마 아저씨 얘기 했었지? 중국에서 하반신 다 잘라내고, 돌봐 줄 사람이 없으니까 아줌마가 우리나라로 데리고 왔는데, 오줌이 옆구리로 새서, 죽네 사네 해서 입원했었거든. 그 아줌마가 아저씨 간병하느라고 두 달 동안 일을 못했어. 어제 퇴원했다더라? 월요일부터 바로 일 시작하겠다고 전화가 왔었나봐. 근데 엄마네가 화요일에 쉬거든. 그래서 수요일부터 나오라고 했데. 그 아줌마도 돈이 궁하니까 하루도 못 쉬고, 에휴.”
“…….”
“우리 엄마네는 식당하면서 자기네가 먹을 반찬은 하나도 없잖아. 가면 먹을 게 없어. 그래서 내가 음식을 해 가잖아? 해다 줘도 맛이 싱겁네, 짜네. 아휴, 좋은 소리 하나 못 듣는데, 난 또 빈손으로 못 가겠어. 먹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
“내가 앞치마를 만들었거든. 파란색하고 핑크색 두 개를 만들었단 말이지. 엄마 마음에도 들었나봐. 벗어보라고 하고 입어보더라. 쿠팡에서도 하나 산 게 있어. 옆으로 주머니 달리고 그런 거. 파란색이 편했거든. 숙여도 엉덩이가 잘 가려지고. 근데, 이번에 세탁을 했거든. 세상에! 서 있어도 엉덩이가 안 가려지는 거야. 이게 줄은 거지. 내가 엄마네 일할 때 그 앞치마를 입는데! 그래가지고, 쿠팡에서 산 걸 입었거든. 엄마가 막 뭐라고 하는 거야. 너무 길다느니, 키는 난장이 똥자루만한 게 그렇게 긴 걸 왜 입냐느니.”
물류 차가 가게 앞에 주차하는 게 보였다.
“물건 왔다.” 내가 말했다.
아는 동생은 밖의 차를 확인하더니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며 일어났다.
“난 가야겠다.”
아는 동생이 갔다.
하아~, 기 빨린다. 쉬지 않고 지껄일 수 있는 저 동생의 MBTI는 뭘까? 아니다. 알고 싶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