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
새 생명
사랑을 끝낸 강률은 엘라라의 몸 위에 그대로 엎어져 가쁜 숨을 골랐다.
엘라라는 두 팔로 그를 끌어안았다. 한 손으로는 그의 머리칼을, 다른 손으로는 등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덧 여섯 달을 넘기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애정은 옅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어졌다. 어떤 의심도 없이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 눈만 마주쳐도 가슴 어딘가가 저릿해졌다.
‘나는 너의 것이고, 너는 내 것이다.’
그 소속감은 두 사람 모두에게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이렇게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겠다.
엘라라는 속으로 그렇게 빌었다.
그러나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마음 한편을 조용히 짓눌렀다.
그녀의 에너지 변화에 강률이 몸을 일으켜 엘라라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일 있어요? 왜… 두려워해요?”
엘라라는 피식 웃으며 기침으로 말을 대신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주워 입었다.
“지금 그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닐 텐데? 수련실에 가야 하지 않아?”
강률은 방금 전, 엘라라의 마음을 스쳐 지나간 ‘죽음’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왜 벌써 죽음을 생각해요? 신체 나이는 이제 오십 일뿐이잖아요.”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전호흡도 시작했고요. 곧 에너지체를 만들게 될 거예요. 죽음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강률은 엘라라의 상의 속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귀 가까이 속삭였다.
“우린 영원히 함께할 거예요.”
그는 에너지를 모아, 알몸 위에 옷을 덧입히듯 몸을 감싸고는 그대로 그녀의 방에서 사라졌다. 수련실로 이동한 것이다.
이 방에 혼자 있는 일은 익숙한 일이었다.
그러나 몇 달 전 강률이 함께 머물게 된 이후, 이 공간은 ‘완전한 곳’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언제부터였을까.
혼자 남겨질 때마다 방이 점점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기분이 가라앉고, 의욕이 사라졌다. 설명할 수 없는 피로가 밀려왔다.
그래서 엘라라는 방을 나섰다.
‘내 욕심이 너무 과했던 걸까.’
자연의 질서대로라면 이미 끝났어야 할 삶을 기술로 붙들어 왔다.
거기에 강률과의 사랑으로 더 큰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남은 시간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체중이 5킬로그램이나 빠졌다. 먹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음식은 종이 씹는 것처럼 메마르게 느껴졌다. 두세 입이면 더는 삼킬 수 없었다.
이제 정말… 죽을 날이 가까워진 걸까.
고향의 풍경이 자주 떠올랐다.
조용하고 고전적인, 어여쁜 사바나의 거리.
울적했다.
그녀는 자신이 노바리스 에테리아로 이주한 이유를, 이 세상에 남은 인연이 나다니엘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신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난 강률을 만나기 위해 우주선을 탔던 거야. 그게… 신의 계획이었어.’
그래서 고향이 그립기는 했지만, 완전히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고향에서 먹던 쉬림프 앤 그리츠가, 미치도록 먹고 싶었다.
그것만 한 입 먹을 수 있다면, 앞으로 에너지바만 먹고 살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심에 차 중앙광장을 거닐던 엘라라는 화단 앞 벤치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린다를 발견했다. 배가 제법 솟아 있다. 지나던 남자가 린다 옆에 앉더니,
‘저이 이름이 크리스였던가? 맞아, 크리스.’
얼마 되지도 않는 이웃들이고, 수십 년 동안 인사를 주고받은 사람인데 이름을 기억하려 애써야 하다니.
엘라라는 그 사실이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그가 린다의 배를 어루만지며 자기가 아빠라도 되는 양 배에 대고 속삭였다.
“아가야, 예쁘고 건강한 모습으로 잘 자라야 한다. 넌 우리의 희망이야.”
린다 뱃속의 아이는 7개월이 됐다.
에덴스아크의 주민들은 매일 오후 광장 알림판에 올라오는 초음파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뱃속의 아기는,
뿔이 달리거나, 눈이 하나라거나, 코가 없다거나……,
인간들이 상상할 수 있는 해괴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인간의 태아와,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인간들이 하이브리드 인간 프로젝트를 반기는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