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리스 에테리아

우주 수호대 강령

by 안이서

우주 수호대 강령


제1조 ― 우주의 법칙에 대한 충성

우주수호대는

개별 문명, 개인의 욕망, 감정의 충동보다 우주의 질서와 균형을 최우선으로 한다.

우리는 창조자가 아니며, 심판자도 아니다.

오직 법칙의 감시자이자 보존자일 뿐이다.


제2조 ― 성령을 가진 인간에 대한 보호

성령을 지닌 인간은 우주의 정보와 직접 연결된 존재로서,

그 자유의지와 성장 가능성은 어느 문명보다 존중되어야 한다.

우주수호대는

그들의 영혼이 훼손되거나 강제로 이용당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 자체를 대신하지도 않는다.


제3조 ― 개입의 엄격한 제한

인류가 겪는 고통은 대부분 스스로의 선택과 진화의 결과이다.

우주수호대는

멸종, 정보의 단절, 자유의지의 붕괴와 같이 되돌릴 수 없는 파국에 한하여 최소한의 개입만을 허용한다.

기적은 남기지 않는다.

의존을 만들지 않는다.

해답이 아닌 방향만을 남긴다.


제4조 ― 육체적 관계의 금지

우주수호대는

육체를 가진 인간과 개인적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인간이 더럽거나 열등해서가 아니라,

너무도 사랑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 인간에게 쏟아진 애정은 필연적으로 다른 인간에게서 거두어지는 애정이 된다.

우리가 가진 사랑은 누군가를 택하는 순간, 공평함을 잃는다.


제5조 ― 편애의 죄

우주수호대에게 있어 가장 무거운 죄는 악이 아니라 편애이다.

특정 개인의 생존, 행복, 혈통을 위해 우주의 흐름을 왜곡하는 순간, 그는 수호자가 아니라 개입자가 된다.


제6조 ― 기억과 감정의 절제

우리는 감정을 느낄 수 있으나 그 감정에 머물지 않는다.

슬픔은 기록하되 집착하지 않으며, 사랑은 인식하되 소유하지 않는다.

기억은 보존하되 판단을 흐리게 하지 않는다.


제7조 ― 추락에 대한 책임

강령을 어긴 자는 처벌보다 먼저 책임을 진다.

우주수호대의 자리에서 물러나며, 자신의 선택이 낳은 결과를 직접 목격하고 감당해야 한다.

어떠한 추락도 우주의 기록에서 삭제되지 않는다.


제8조 ― 인간에 대한 최종 원칙

인간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이다.

우리는 그들이 넘어지는 것을 허락하되,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때만 손을 내민다.

그 손은 구원이 아니라 선택지여야 한다.


마지막 조항 ― 침묵의 맹세

우주수호대는

자신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역사는 인간의 것이다.

신화조차 남기지 않는 것이 우리가 인간에게 바치는 가장 깊은 존중이다.




서루와 세라이아


난자체취가 끝난 후, 서루와 세라이아는 이렇게 자주 산책을 나왔다. 아갸라 불리는 유인원의 몸과 세라이아의 인간 몸은 에덴스아크의 방안에 있다.

아갸의 물질적인 몸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세라이아가 그 몸에서 서루의 정보를 이끌어냈다.

에너지체 상태의 두 사람은 노바리스 에테리아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었다.

지금 그들이 거니는 곳은 서쪽 남방에 있는 아름다운 계곡이었다.

단정하고 섬세한 여섯 개의 폭포에서 물이 쏟아지고, 폭포 물이 모인 작은 호수 속은 유리처럼 투명해 그 안에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훤히 보였다. ‘끼룩, 끼룩’ 하늘에서 목과 다리가 긴 거대한 흰 새가 날개 짓을 줄이며 물가로 내려왔다. 등줄기와 날개 끝에는 오색 빛이 하늘거렸다. 서루가 새를 보고 중얼거렸다.

“뱁새다.”

세라이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서루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지구의 황새와 닮았는데? 세라이아의 생각을 읽은 서루는 웃으며 말했다.

“강률이 그렇게 이름 지었어. 지구에서 황새와 비교되는 뱁새 생각이 났나봐. 아, 맞아, 그러고 보니 내 전생 나다니엘도 생각했다.”

에너지체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서루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아갸로 강률과 오두막에 같이 살 때, 강률은 저 새를 처음 보았다. 아갸가 느끼기로 강률은 저 새와 누군가를 연결 지었는데, 지금 재정립된 정보로 강률이 그때 저 우아한 새가 생전의 나다니엘과 닮았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스승에게 버림받고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니 뱁새처럼 느껴졌고. 화풀이라도 할 요량으로 새의 이름을 뱁새로 지었다.


강률……. 그의 생각이 끼어든 세라이아의 마음이 좀 어둑하고 무거워졌다.

제자가 되고 싶다고 찾아 온 강률을 보았을 때 이전에는 느껴 본 적 없는 거부감이 일었었다. 당시에는 왜 그런지 몰랐지만, 강률의 에너지체가 커질수록 당시의 이서(세라이아)는 그의 에너지체에서 전생의 정보를 읽었다. 그리고 분노했다.

강률은 전생에 사람들을 현혹시켜 서루를 살해한 ‘달’이었다.

도대체 우주의 신은 어떤 의도로 달(강률)을 세라이아(이서)의 제자로 보낸 걸까?


세라이아는 어두운 기분을 떨쳐내려고 고개를 흔들며 서루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서루는 세라이아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만 용서해.”

세라이아는 서루의 손에 뺨을 기대며 대답했다.

“용서하고 말 것도 없어. 난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아.”

그때 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비행체가 보였다. 새떼를 향해 돌진하는 것을 보니 그 안에 누가 탔는지 알만했다. 야미 일행이 분명했다. 무리지어 날던 새떼들이 갑작스러운 침입에 놀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세라이아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탐험이라고 하겠지만, 세라이아는 ‘살생’이라는 걸 안다. 짜릿함, 기분전환, 모험이라는 꾸밈말이 들어간 살생.



작가의 이전글노바리스 에테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