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 부탁드립니다. ^.^
헬리오스 코어실로 이어지는 통로는 조용했다.
에덴스 아크를 우주로 떠밀 핵연료가 보관된 곳이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파란 불빛만이 그곳으로 가는 길을 밝혀 주고 있었다.
밀폐형 방호복을 착용한 남자와 여자는 에덴스 아크 연구지의 경비였다.
외부 침입을 막는 것이 그들의 공식적인 임무였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노바리스 에테리아 프로젝트’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 아르마게돈의 요원들에게 그 경비를 맡겼다는 사실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 그만큼 그들은 대담했고, 준비했다고 믿었다.
사실 그들의 진짜 임무는 나다니엘의 암살이었다.
그러나 그의 신변은 철통같이 보호되고 있었고, 그 틈을 파고들 여지는 없었다.
그렇게 삼 년이 흘렀다.
그 사이 에덴스 아크 안에는 이미 삼천여 명의 이주민이 입주해 있었다.
그들 역시, 나다니엘의 세계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우주선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의 삶에 적응하며,
그들 역시 나다니엘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었다.
헬리오스 코어로 향하는 길에는 별다른 방어 장치가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만약 사이렌이 울린다면, 그 자리에서 자폭할 생각이었다.
헬리오스 코어에 직접 폭탄을 설치하는 것보다는 충격이 약하겠지만,
우주선 안의 사람들을 쓸어버리기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고요함이 오히려 신경을 긁었다. 적막 속에서 방호복 내부의 공기 순환 소리만이 지나치게 크게 울렸다.
“이상하지 않아?”
앞서 걷던 남자가 속삭였다.
“이 정도 시설이면 진작 들켰어야 하는데.”
뒤에 있던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헬멧 안쪽에 맺힌 땀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누구도 자신의 야망을 꺾을 수 없다는 나다니엘의 오만함이 방심을 불러온 것이다.
오늘 밤, 그 오만함의 끝이 어디인지 직접 보여 줄 생각이었다.
마침내 헬리오스 코어의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다. 허탈할 만큼 쉬웠다.
폭탄 설치 역시 간단했다. 문에 부착하고 작동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1차 폭발로 문이 파손되고, 연쇄 폭발이 이어진다.
그 끝은 헬리오스 코어의 붕괴였다.
그 순간, 에덴스 아크는 물론 연구지 전체가 사라질 것이다.
모든 과정은 20분 안에 끝난다.
그들 역시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었다.
상관없었다.
이 희생은 신이 천국행으로 보상해 줄 것이다.
남자가 문에 폭탄을 부착했다.
“—안 돼.”
낮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동료에게 고개를 돌리며 짜증 섞인 투로 물었다.
“뭐라고?”
이 중요한 순간에 뜸을 들이게 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여자는 숨을 삼킨 채 되물었다.
“뭐? 왜?”
남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잘못 들은 건가?’
그 순간,
톡.
부착된 폭탄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 된다고.”
이번에는 분명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렸다.
두 사람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말했다.
“어딘가에 감시 카메라가 있나 봐. 지금 우릴 다 보고 있는 거야.”
그들은 숨겨진 카메라와 스피커를 찾으려 했지만 곧 포기했다.
다른 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어차피 노출된 이상,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최선이었다.
여자가 폭탄을 주워 다시 문에 붙이려 했다.
그때,
보이지 않는 힘이 여자의 손에서 폭탄을 들어 올려 공중에 띄웠다.
그리고 다시 목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선명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이 우주선을 왜 파괴하려고 하지?”
두 사람은 대답 대신 소리쳤다.
“누구야? 어디 있는 거야? 이리 나와!”
공포에 질린 그들은 허공에 뜬 폭탄을 붙잡으려 뛰어오르고,
주변을 미친 듯이 두리번거렸다.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이려는 거야?”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이들을 단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말과 달리, 그들은 왔던 길로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계획은 노출되었고, 이미 늦었다.
다음을 기약하려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그때,
한 여인이 반투명한 모습으로 홀연히 나타나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의 눈에 비친 여인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유령에 가까웠다.
여인은 두 사람을 압박하듯 폭탄을 눈앞에 내밀고,
천천히 다가오며 물었다.
“신의 뜻이 그러하다면, 직접 단죄를 하겠지. 전지전능하신 신이 뭔들 못하겠어? 이건 신의 뜻이 아니라, 너희의 뜻 아니야?”
그들은 뒷걸음질 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을 욕보이지 마라. 너는 지금 경망스러운 말로 신을 시험하는 것이다.”
여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신이 어떤 존재인지는 알아? 너희 취향에 맞는 신을 그려 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복종을 강요하지 마. 그게 신을 욕보이는 거야.”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통로 끝에서 울려 퍼졌다.
여인은 경멸과 연민이 섞인 눈빛으로 인간들을 바라보다,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경비들이 도착했을 때, 폭탄은 이미 무력화되어 있었다.
식당 텔레비전 앞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믹스커피를 홀짝이며, 오래된 의자에 몸을 맡긴 채였다.
드물게 찾아온 휴식이었다.
[참회와 새 삶 선원]
명상과 호흡, 철학을 가르치는 이곳은 규모가 꽤 큰 교육 단체였다.
매일같이 밀려드는 교육생들로 숨 돌릴 틈이 없었고, 오늘은 석 달 만에 얻은 귀한 쉼이었다. 마침 읍내에 오일장이 서는 날이라, 다른 지도자들은 단체로 외출을 나갔다.
텔레비전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차 안에서 촬영 중인 화면이었다.
황토빛 땅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는 지나치게 파란 하늘이 얹혀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먼지 냄새가 콧속으로 밀려드는 듯했다. 화면을 뚫고 여기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을 삼십 분가량 달려야 ‘에덴스 아크’ 개발 센터가 나옵니다.」
카메라가 흔들리며 멀리 구조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옹기종기 모여 선 건물들, 그리고 그 너머에 자리한 거대한 우주선. 발사대에 얹힌 채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은, 기계라기보다 하나의 의지처럼 보였다.
삼 개월 후,
저 우주선은 삼천 명이 넘는 사람을 태우고 지구를 떠날 것이다.
가까워질수록,
그 화려함과 우아함, 그리고 크기에서 풍기는 압도감이 화면 너머로도 전해졌다.
“실제로 보면 입이 떡 벌어지겠지?”
다연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강률은 그것이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기자가 차에서 내려, 우주선을 배경으로 섰다.
「외부 침입이나 테러를 막기 위해 ‘에덴스 아크’ 개발사는 센터 반경 일 킬로미터를 완전히 비워 두었습니다.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전혀 없기 때문에, 침입자가 있다면 위성에서 즉시 포착됩니다.」
잠시 화면이 전환됐다.
「그럼에도 테러 단체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경비 직원으로 잠입해 삼 년 이상 근무하다가, 오늘 새벽 두 시 사십 분경, 에덴스 아크의 중앙 핵연료봉을 폭파하려 했습니다.」
말이 끝나자, 경찰에 연행되는 남녀의 모습이 클로즈업됐다.
흰색 방호복 차림이었다. 헬멧은 벗겨진 채였다.
땀에 젖은 머리칼이 뺨에 들러붙은 여자가, 넋이 반쯤 나간 얼굴로 외쳤다.
“저 우주선 안에 유령이 있어! 여자 유령이 있다고!”
곁에서 함께 끌려가던 남자가 그녀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
“유령이 아니라 악마다! 나다니엘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신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
남자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말은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
“이 세상에 신은 한 분뿐이다. 우리는 그분의 권능 앞에 무릎 꿇어야 한다.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는, 어떤 타락보다도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우리는 신의 전사다. 신에 대적하는 자는 우리의 적이다.”
그는 숨도 고르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나다니엘 위트모어가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을 개척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곳에서 가장 높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다. 스스로 신이 되려는 오만함이, 에덴스 아크라는 거대한 관을 만든 것이다. 그 우주선은 새 행성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말은 점점 선동처럼 변해갔다.
“그는 지구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만 골라냈다. 머리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신 앞에서의 겸손은 없는 자들이다. 사 년 후면 ‘노바리스 에테리아’에 도착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우리는 믿지 않는다. 신께서 허락하실 리 없다. 이들은 신의 권위에 대적하려는 야망에 사로잡힌 마귀들일 뿐이다.”
그가 단어 하나하나를 단호하게 토해내는 동안,
뒤에서 여자는 계속 외쳤다.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소리였다.
“우주선에 유령이 있어! 여자 유령이야. 동양 여자야!”
그쯤에서 다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카메라 앞에서 저 말 하려고 연습했나 보다. 말 되게 잘하네.”
경찰차에 구겨 넣듯 태워지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화면은 다시 기자에게로 돌아왔다.
그의 옆에는 언제부터인지 나다니엘 위트모어가 서 있었다.
삼십 대 초반의 백인 남자.
잘생긴 얼굴, 다듬어진 몸, 크고 단단한 체구. 키는 백구십 센티미터가 넘었다. 하이힐을 신은 기자조차 고개를 들어야 할 만큼이었다.
나다니엘은 잘 재단된 양복을 입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자의 눈에는 노골적인 선망이 어렸다.
“전 세계 테러 단체들이—”
말을 잇던 기자는 갑자기 가볍게 기침을 했다. 뺨에 홍조가 번졌다.
“흠. 나다니엘, 네이드라고 불러도 될까요?”
화면을 보고 있던 다연이 짧게 비웃었다.
“쳇. 끼부리는 거 좀 봐. 아홉 번째 마누리가 되고 싶은가 봐.”
강률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다니엘은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짧게 말했다.
“노.”
기자의 얼굴에 떠 있던 홍조가, 설렘에서 당혹으로 변하며 번져갔다.
그러나 나다니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카메라 너머에 고정돼 있었다.
기자는 재빨리 표정을 수습했다. 노련한 사람이었다.
“전 세계 테러 단체들이 회장님의 목숨을 노리고 있습니다. 두렵지는 않으신가요?”
그제야 나다니엘은 기자를 바라보았다.
표정은 진지했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을 향한 살해 위협이 아니었다.
신의 뜻을 따른다고 주장하며, 기꺼이 살인자가 되려는 사람들—
그들의 정신 상태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을 뿐이다.
“나를 비롯해 이주지원자들은 모두 개척가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진짜 신의 뜻에 반한다면, 그 분이 막겠지요. 전능하신 그 분이 알아서 하실 텐데, 굳이 인간들이 나설 필요가 있나요? 일이 진행이 안 된다면 나도 신의 뜻인가 보다 생각하고 이 계획을 접었을 겁니다. 하지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고 있어요. 새 행성, 웜홀, 우수한 인재들.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 왜 도전을 안 하겠어요?”
다연의 심경이 복잡해졌다. 아르마게돈과 나다니엘, 누가 옳은 걸까?
다연은 사형인 강률의 생각을 물어보려 고개를 돌리다 열린 문 밖에 서서 화면을 보고 있는 스승, 안이서를 보았다.
희미하게 웃는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다니엘과의 사이에 남들이 모르는 교차점이 있는 것 같은 미소였다.
강률도 다연의 시선을 따라가 스승을 발견했다. 그때 화면 속의 나다니엘의 목소리가 울렸다.
“안이서, 조만간 봅시다.”
그 말에 다연과 강률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확인하려는 듯 동시에 시선을 텔레비전으로 옮겼다. 이서의 눈동자는 흔들렸다.
기자는 예상치도 못한 그 말의 의미를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위트모어 회장님, 방금 한 말이 무슨 의미죠?”
나다니엘은 뚱해진 얼굴로 별 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의미 없어요. 한 사람만 빼고.”
교정 시작했는데, 3편까지만 브런치에 올려볼까 합니다.
이웃 작가님들의 고견을 듣고 싶어서요.
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