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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현 Feb 03. 2024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3주 정도 지났을까? 어머니가 말을 했다. 너희 아버지 할아버지한테 일 못한다고 하고 제주도로 갓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는 그때 나를 보고 너네 아빠처럼 살지 말아라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30년간 병원에서 좌천당하시고도 버티던 어머니는 살면서 가장 힘들어 보였고, 나는 그 모습을 애써 무시하며 난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대화를 했다.


 돌이켜보면 어머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난 나 자신이 너무 힘들 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의 짐을 덜어줄 순 없었을까 지금 와서는 더 나을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은 할 수 있지만 그때를 떠올려보면 가능할 거라는 건 자기 오만이고 돌아가도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몇 달이 흐르자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지금 제주도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냥 힘들어서 전화를 해봤다고, 돈을 벌고 있고 일하면서 지내고 있다는 식의 대화가 오가다. 금세 끊어졌다.


 필자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을 아니었지만, 그때 처음으로 사람이 혐오스러워 대화하기 싫다는 감정을 경험했다, 나를 패고 도망치고 나한테 위로받으려 한다고?


그런 모습자체가 너무나도 싫고 용서하기 어려웠고 그 사람이 너무나도 싫었고 미웠다.


 23살에 대학을 다니며 , 그저 아버지에 대한 신경을 껐었고 그가 연락을 해도 네 네 알겠습니다. 정도의 대화로 그냥 1년에 한두 번 오 가는 말이 다였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말을 가슴에 세긴 것 같다. 난 저런 혐오스러운 인생은 안 살아야지 더 나은사람이 되어야지 라는 지속적으로 나 자신을 가스라이팅을 하고 살았다.


 그때부터인가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고, 몰두하고 싶은 걸 찾던 와중 우연히 대학원진학에 대한 추천을 받았고 학부연구원으로 랩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하루 2~3시간 만을 자며 실험을 하고 데이터를 뽑는 과정 단기적인 목표를 이루는 것 자체에 더더욱 몰두했고 나를 몰아붙였다.


 실에 밤을 새우며 실험을 진행했고 집에 안 들어가던 나를 어머니가 걱정하셔 전화를 하면 차마 그냥 안 좋은 생각이 들어 집에 가지 못하겠어요를 입에 담지 못한 건 마지막 양심일까


그저 영상통화를 찍으면서 나 랩실에서 잘 지내 엄마라고 거짓말을 입에 담고 살았다. 그게 그저 어른이란 이런 거구나 하며 착각했다.


어머니도 더 이상 묻지 않으셨고 우리는 그저 가면을 쓰고 상처를 숨기는 관계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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