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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현 Jan 14. 2024

생일을 애인이 까먹기 vs 100만 원 사기당하기

여자친구와 이야기하고 적는 글

 밸런스게임을 들어본 적 있나요? 어제 여자친구와 전화하면서 자기가 자주 보는 유튜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픽셀이라는 채널에서 밸런스 게임으로 애인이 자기 생일에 까먹기 vs 선물사다 100만 원 사기당하기라는 주제로 밸런스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필자와 여자친구의 대화를 복기해 보자면


나:

당연히 까먹으면 안 되잖아 100만 원 사기당한 게 중요해?? 그 마음 자체가 중요한거잔아.


여자친구:

아니 당연하지 왜냐면 나는 선물도 못 받았는데 심지어 애인이 사기당한 걸 달래주기까지 해야 하잖아? 그럼 얼마나 화나겠어


나:

음?? 달래주는데 왜 화가 나는 거야?


여자친구:

그 사람들이 한 말이 그거잖아 100만 원을 받지도 못했는데 사 기도당해서 내 감정소모를 하는 게 얼마나 화나겠어


 이때부터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것 같아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실 이 밸런스게임에 대한 대전제 자체에 대해 내 뇌가 비판하고 있었다고 본다.


  100만 원 사실 작은 돈은 아니고 사기를 당했다면 충분히 화날만한 돈이다 다만 그 돈이 없으면 죽느냐라고 물어본다면 글쎄? 힘들긴 하겠지만 죽는 돈은 아니잖아? 이런 생각이 자연스레 내 머릿속에 들었다?


 그러면 나는 여자친구에게 내가 평소에 원하던 판타지를 부탁할 것 같은데, 그렇게 위로하고 100만 원은 다음에 그러지 말자 하고, 서로감정 추스르면 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내 머리에 들었다.



나:

자기는 그래도 안 그러잖아, 나도 100만 원 사기당하면 짜증은 나겠지만 자기한테 어느 정도 위로해 달라하고 넘어갈 것 같고 그냥 위로해 주고 끝나는 거지 아니야?


여자친구:

 아니 아니 자기야 내 말을 들어봐 우리야 그러겠지만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는 여자들이 많단 말이야? 그러면 내가 짜증 날 수 있는 거 아닐까?


나:

그 생각 자기 생각은 아니고 그 사람들이 이야기한 거지


여자친구:

어 맞아 토론에서 그렇게 이야기했어


나:

그 사람들 그래도 대략 30줄쯤 아니야??


여자친구:

어 그렇지?


 그때 생각이 이어졌다. 음 그 친구들 진짜 사랑하는 연애를 안 해본 이야기구나 , 생각해 보면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픽셀이란 사람들이 100만 원 가지고 토론을 하는 건 그냥 어느 정도 콘셉트의 느낌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 진생각은 음 좀 서글프도 안쓰러웠다 실제로 7년 넘게 연애를 한 나에게 투영해 봤을 때 저기서 달래준다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굉장히 서글픈 일인데 이런 생각이 들어 여자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나:

자기야 난 저기서 달래준다는 단어 쓰는 게 좀 안쓰러워


여자친구:

왜?


나:

나는 저기서 쓴 달래다라는 표현자체가 여자친구를 조금 더 가까운 타인으로 보는 것 같아서 좀 그래 나는 자기를 달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 사람이 마음 아프겠구나 하고 위로하고 공감하다가 못해 준 게 있으니 내가 자기하고  xxxx 한(19금 내용이라 생략) 일을 부탁할 것 같거든 그렇게 서로 감정을 추스르면 해결되는 문제잔 아


100만 원이 큰돈이기는 한데 뭐 내가 데이트비용을 더 내는 게 대수인가? 자기도 내가 돈 없으면 자기가 돈 더 내줄 건데 그리고 요즘세상에 당근 나가서 다치거나 칼부림당하면 어떻게 해 그런 거 안 당하고 돈만 잃었으면 다행이지 난 그 돈보다 자기가 안 다친 게 훨씬 중요한걸?


솔직히 그리고 우리는 기념일은 안 챙기지만 생일은 챙기기로 약속했잖아 그러면 헤어져야지


여자친구:

....... 자기 확실히 성장했구나 완숙해졌어...


나:

내가 좀 잘 낫지 자기 사랑해


후략


 그리고 잠시 서로에게 말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여자친구는 꽤나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정답을 맞혔다고 해야 할까? 통화가 끝나고 잠시 생각에 잠겼었다.


 사실 후자를 고른 사람들도 많을까? 그럴 거라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지는 않고 가슴 떨리는 사랑을 안 해보기도 했을 것이고 감정자체에 가치를 안 두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며, 자신의 감정보다 물질적인 게 더중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유튜버들이야 돈을 많이 벌어도 시청자들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2대 2를 나눠 토론을 진행했을 테지만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확실히 나는 돈보다는 내 감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구나 내 여자친구를 참 사랑하는구나  과거의 어린 시절 나였다면 무조건 100만 원을 골랐을 텐데 하며 잠시 우수에 빠진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밸런스 게임이란 게 별거 아닌 것같이 보여도 자신의 가치관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리고 내 가치관은 이런 거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럼 이제 글을 읽은 당신에 질문해 보자 당신은 어느 쪽인가? 전자인가 후자인가?


그 사람과 나를 타인으로 보지 않는 계산 없는 사랑을 해본 적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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