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9월에 첫 입사를 해 회사를 3개월 다니다 퇴사한 무직백수다. 일본 외국계회사 한국지사 반도체 장비 CS 업무 내가 처음으로 들어가서 담당하게 될 업무였으며 꽤나 폼나보였고 업무로 주변에 영어와 일본어로 된 명함이 나와 자랑처럼 SNS에 올렸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일본어도 못하는 갓 군 전역을 한 나를 좋게 보셨다는 당시 차장님의 말씀에 덜컥 상경을 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약서를 안 써주고 낮은 연봉에 도저히 다닐 수 없다 판단해 퇴사를 감정적으로 결정해 버린 것은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멍청한 짓이었다.
사실 퇴사를 하고 약간의 우울증에 걸려 지난 1년을 허비하듯이 날려 버던 중 9월에 넣었던 대기업 채용공고에 덜컥 붙어 1차 면접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 준비했었다.
아니 솔직히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착각했었다. 지금 돌아보면 최선을 다해 준비하지 않았던 나 자신이 보이고 당시 해당산업분야에 비슷한 부분에 대한 논문을 써봤다는 이유만으로 관련 산업 분석이나 공부를 소홀이 했다.
대체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그저 합격할 거라는 자기 오만 그리고 나는 될 놈이라는 믿음이 어디서 온 건지 소위 말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부르는 근자감을 가지고 조금 더 공부해야 하는 부분들과 가장 중요한 기본을 안 하다니 지금 봐도 나 자신이 너무나도 우습다.
면접을 복기해 보면 제시된 문제는 의도대로 잘 푸셨다 칭찬받은 것에 풀어져 버려 기본적인 법칙에 관련하여 실수를 한다던가, 업계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개념자체를 까먹고 이상한 대답을 한 것, 거기에 모르는 분야에 질문을 던졌을 때 고민을 안 하고 이상한 답변한 것 등등 시니어 기술자분들이 보시기에는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지 않았던 것이 티가 날 수밖에 없을 거라 나는 회고한다.
거기에 솔직히 인정하려는 태도도 부족하고, 자기 자신을 객관 하려는 태도자체도 부족했으니 내가 나를 차갑게 평가한다면 가능성은 있지만 굳이 뽑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만한 지원자였다.
10월에 그렇게 떨어지고 12월에 있는 채용에 다시 지원하며 어차피 저번에 서류 붙었으니 조금만 수정하자 라 생각하고 자소서를 다시쓸 생각조차 안 했고 그동안 어떤 성장을 했는지도 표현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기 위안으로 그냥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나는 최선을 다해 살고 있어라는 착각 속에 빠져들어 직무적합 인증서를 따거나 인증서를 주는 강의를 듣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하지만 그걸 글로 표현하려는 노력을 했냐? 물어보면 안 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12월 말쯤 되자 이번에는 서류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그날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는 형이 놀러 갈래 라는 전화를 했었는데 떨어진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한참을 핸드폰을 바라보다 전화를 받자마자 떨어졌다고 짜증 내며 좀 자겠다는 말을 했었다.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하다가, 나를 돌아봤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사과했다. 부끄럽게 살았노라고 나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이 미안하다고
대기업인사팀에서 알바를 했었으면서 그때 배웠던 것들을 안 써먹은 것을, 그 사람들이 얼마나 독하고 최선을 다해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면서 나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인 자소서마저도 가벼이 여긴 것을
마지막으로 내 인생에 대해 너무나도 가볍게 여긴 것을
미안하고 부끄럽고 참담했다 나는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나?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달라 지기로 했다. 할 수 있는 게 뭘까부터 생각하고 나 자신을 돌아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뭘까? 분석하고 글을 쓰고 표현하고 나타내는 것, 그리고 그것이 표현된 글, 나는 글 자체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비록 웹소설일지라도 매일같이 계속해서 책을 읽어왔던 사람이구나를 깨달았다.
그러면서 또 반성했다. 항상 했던 생각 나도 글 잘 쓸 수 있는데 나중에 써야지. 논문도 써봤는데 인터넷에 글들보다 잘 쓰겠지, 이런 안일함을 반성했다.
왜 안 썼을까 내가 공부하고 분석한 것들을 표현해 주면 그것 자체로도 커리어가 될 것인데 왜 그런 걸 안 했을까 타인의 글을 보며 이거 이렇게 쓰면 더 나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왜 안 해봤을까?
그저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돌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티스토리를 시작했다 내가 공부했던걸 그냥 블로그에 나름대로 정리해서 쓰면서 약 3주 정도 되는 시간 동안 50개의 글을 작성했다.
그러면서 느꼈다. 난진짜 1도 모르는 바보였구나, 정말 깊이 있게 생각하고 사고하는걸 안 했구나, 내 생각을 표현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있으면서 안 했구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자연히 브런치 스토리라가 눈에 들어왔다.
가끔 자료조사를 할 때마다 깊이 있는 글을 보게 되거나 괜찮은 글을 본 적이 있어 기억해 둔 플랫폼, 뭐지 하고 찾아보니, 양질의 글을 원하는 플랫폼인가 싶어서 글을 쭉 둘러보고 느낀 점은 하나였다.
나도 할 수 있겠는데?
그날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솔직히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글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하나에 자기소개와 계획을 다 한 줄로 날려서 썼다 기억하기로는 "전기차 분야에 관심이 많은 공대생입니다."와 "테슬라와 현대차 관련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진짜 자기소개와 계획에 단두줄만을 작성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첫 글을 대충 1시간 30분 정도 걸려 썼다 티스토리에 써놓은 글을 뼈대삼아 공부하며 알게 된 것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나의 생각을 넣어서 한번 쓴 글을 재가공해서 쓰는데 정말로 나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게 다시 한번 보였다. 왜 문단구성이 이렇지? 왜 보는 사람을 배려 안 했지? 하면서 조금 더 자기 학대를 했던 것 같다.
결국글을 완성하고 티스토리를 연결해 신청을 했다. 그 이후 합격후기를 찾아보면 3번씩 떨어진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또다시 나 자신을 혼을 내었다.
그때 든 생각이 아 망했다 다시 써서 올려야겠다. 라며 블로그에서 이런저런 글을 쓰고 다시 초안을 잡았던 것 같다.
지금도 궁금하다 나는 왜 단번에 합격했을까? 그냥 분야를 잘 고른 운 좋은 놈이었구나 라는 생각으로 부족한 나에게 기회를 준 브런치에 감사를 생각하며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을 하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를 와 글을 다시 잡기 시작한 지 오늘로 꼭 한 달 하고 2일이 되는 날이다 과연 나는 성장했을까? 그런 의문이 들어 나의 이야기를 이렇게 글로 써본다.
내가 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백수가 되고 1년을 생활하던 중 가장 열정적으로 살고 있고 그냥 사람들이 라이크하나만 눌러주는 것 만으로 조회수가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도 읽을 수 있는 글을 썼구나 좀 더 가면 면접관이 내가 산업분야에 관심이 많고 정말 노력했구나 라는 말을 입에서 나오게 해주겠어 라는 결심으로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