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가지 문을 열어볼 수 있는 엽서책
1. 제품명: Berlin Full Moon (베를린풀문)
2. 주제: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3. 설명
베를린을 다녀온지 벌써 5년이 되었네요. 저에게 베를린은 좀 특별한 도시입니다. 오랜 시간 아주 가고싶었던 도시였고, 마침내 갔을 때 저는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됐었거든요!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베를린을 가라고. 꼭 가라고. 자주 얘기하지만 저와 베를린의 첫 만남에 대해서 자세히 풀어놓아 본 적은 어디서도 없는 것 같아요. 당시 친구들이 “베를린 어땠어?” 물어볼 때 “응! 문만 엄청 봤어!” 했는데 다시 봐도 정말 온통 문 사진 뿐이더라구요. 스물아홉의 저는 왜그렇게 베를린 문에 반한걸까요? 5년만에 다시 꺼내보니 그 답을 알 것도 같았는데요.
베를린의 다양함과 뒤섞임을 오래오래 동경해온 저에게, 어느하나 똑같은 게 없는 대문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문이 이렇게나 다른데 이 문을 열면 또 얼마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까? 막 설레더라구요.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트루먼쇼에 갇혀 살던 트루먼은 자신의 삶이 쇼 안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진짜 삶을 알기위해 간절히 노력합니다.
마침내 그는 문 앞에 서게 되죠.
새로운, 진짜인 삶으로 나아가는 그 문 앞에서
트루먼은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굿애프터눈, 굿이브닝 앤 굿나잇.
그는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평생 살아온 사람과 공간을 벗어나 알 수 없는 세상에 한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그것이 진짜든 멋지든 뭐든 두렵긴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하지만 활짝 웃으며 두팔을 크게 벌려 정중하게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서 두려움을 넘어선 기쁨을 만끽하게 됩니다.
베를린에서 담아온 33개의 문은
‘진짜’를 발견하는 나만의 문 앞에 서기를,
주저하지 말고 문을 열고 들어가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저에게 큰 영감을 준 이상은, 승효상 선생님과 함께 문이 차오른 베를린을 소개합니다.
* 깨알 디테일
- 노필터 노보정 사진입니다.
- 선물의집 로고를 베를린버전으로 바꿔봤어요!
- 쭈욱 엽서를 보다가 한번 시원한 느낌을 드리고 싶어 중간에 양면인쇄된 커다란 문을 넣었습니다.
- 마지막장은 베를린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이었던 유대인 박물관이고 그 주소를 넣었답니다!
- 커버를 넘기고 첫번째 엽서는 제가 가장 아끼는 문입니다. 두괄식 커뮤니케이숑 *•*
4. 제품 구성
1) 앞/뒤 커버 1장씩
2) 문 엽서 32장
3) 짧은 메시지 6장
4) 과일망 안전포장
+ (선착순 덤) 베를린 포스터
5. 종이
- 엽서책: 르느와르 내츄럴화이트 320g
- 미니포스터: 미색모조지 80g
6. 제작후기
1) 한시간 만에 기획 완료
전혀 계획에 없던 책이었다. 지난주 침대에서 멍때리고 앉아있다 벽에 붙여놓은 호안미로 작품 엽서가 눈에 들어왔다. 엽서로 길들여진 사이즈와는 다른, 꽤 크고 긴 형태의 엽서! 이 형태가 무척 독특하고 또 호안미로 작품과 아주 잘 어울려 기분좋게 샀던 기억이 생생하다. 몇년간 방 한켠에 두고 지낸 엽서였는데, 그날따라 갑자기 그 엽서가 프레임으로 보이더니 베를린에서 찍어온 문들이 그 속에 쏙쏙 들어가는 그림이 그려졌다. 오! 길다란 문 엽서를 만들어볼까? 바로 컴퓨터를 열어 베를린 사진첩을 뒤졌다. 호안미로 엽서와 같은 비율로 베를린 문 사진을 넣어보는데.. 마음에 쏘옥 드는 것이었다!
그래 좋다.
내가 진짜 갖고 싶은 것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바로 이름짓기에 돌입했다. 이제는 좀 식상해진 ‘베를린’이란 단어를 쓰기는 싫고.... 문... 문이라... 문문? 문이 열리네요.... 문.... moon.... 오! 내가 좋아하는 달! 달이 문이니까.. 보름달이 영어로 뭐지? 오오오오! full moon! 나의 베를린은 문으로 가득했으니 정말 딱인걸! 그리고 berlin 이란 제목도 흔하면 어떤가! 좋아하는 마음 그대로 넣어보자. 베를린 풀문!
어떤 커버를 쓸 것인지
어떤 흐름으로 문을 배치할 것인지
Berlin Full Moon 은 대문자로 쓸지 소문자로 쓸지 섞어쓸지
어떤 폰트로 쓸지
어떤 종이로 쓸지
제본은 어떻게 할지
차곡차곡 고민하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그렇게 한시간만에 모든 기획을 완료하고!
2년만에 일러스트레이터 시험판을 깔았는데, 아주 기본적인 것만 다룰 수 있지만 그래도 메시지카드를 만들며 몸에 많이 익었는지 어렵지 않게 툴을 다룰 수 있었다. 본격 편집의 시간! 키노트로 시안잡았던 것들을 실제 작업에 옮기면서 탈락한 문들도 있고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문도 있고, 순서는 일부러 스타일이나 시대별 느낌이 마구 섞이도록 배치했다. 중간중간 나의 베를린행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승효상, 이상은 선생님들의 멘트를 넣고나니 내가 정말 갖고싶은 책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KPI 달성!)
2) 성실해야만 하는 시간, 그 이름은 노가다.
6시간 정도를 집중해 편집에 매달렸다.
파일이 40개이다보니 검수에만 한시간, 파일정리와 업로드에만 또 한시간. 엄청난 몰입이었다.
수입지를 써서 당일출고가 안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후가공이 없어 그날밤 바로 출고됐다는 소식에 인쇄업체까지 오랜만에 운전까지 해 달려갔다.
성수동의 꺼지지 않는 24시 인쇄소!
인쇄를 하고 처음 제품을 만나는 순간... 이건 좀처럼 질리지도 않게 떨리고 긴장된다.
역시 비싼 종이를 썼더니 색이 무척 잘 나와있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손을 휘감는 아름다운 판형을 직접 만지니 어찌나 황홀한지! (종이와의 스킨쉽이 너무 행복해 나는 영원토록 종이를 열정적으로 사용하고 종이로 계속 무언가를 만들 작정이다)
3일 앞으로 다가온 마켓에 나가기로 했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자정 다 되어 집으로 귀환해 40장의 엽서를 풀어해쳤다.
펼쳐놓으니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ㅠㅠ
40종류의 엽서를 원하는 순서대로 펼쳐놓은 뒤 기스나 지문이 남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레 한장씩 한장씩 모았다. 처음엔 이게 뭐 그렇게 힘들겠어? 했는데..... 한시간이 다 되도록 겨우 10세트 남짓을 모으고 나니.... 이 일이 보통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지만.... 이미 늦었다. 펼쳐놓은 이상 세트를 다 모아놓아야했다... 2000장이 넘는 종이가 내 손을 거쳤고 꼬박 4시간동안 단순노동을 반복했다.
한세트 한세트 다치지 않도록 사이사이 종이를 끼워넣고 무거운 것들을 가득 쌓아 눌렀다.
하룻동안 잘 숙성시켜야지!
맛있는 빵이 탄생할 것만 같았다 >.< 생각도 빵도 제품도 숙성은 참 중요한 과정!
마음같아서는 우리 아이들을 무균실에서 보관하고픈 심정이었다.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보자기에 소중히 싸놓는 것 뿐! ㅠㅠ
자, 이제 남은 건 이틀.
1221.선물의집의 매력포인트는 포장인데 흠흠흠 어떻게 포장하면 좋을까? 또 고민에 빠졌다.
평생동안 갖가지 포장재를 모아온 나는 그중에서도 딸기플라스틱통과 과일망을 좋아했다. 엽서 종이가 상하지 않아야 해서 완충이 가능하면 좋겠는데다 OPP봉투를 쓰는 것은 왠만하면 싫어서 다른거다른거다른거~ 를 찾다가! 앗! 풀문에 과일망을 씌어볼까?
그간 모아온 종류별 과일망을 꺼내
샘플북에 껴 보았다.
와우~~~~* 귀여워라! 마침 노랑색 과일망을 끼우니 네모난 보름달처럼 밝고 환한 것이, 독일 국기의 노랑색 같기도 하고! 바로 주문 직행. 우리나라는 진짜 없는게 없다 없는게 없어!
그리고 다음날 집에 가니, 엄청난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침대수준 부피의 과일망! 0_____0 적당히 쓰고 삼촌네 과수원에 기부해야겠다...
이제 드디어 오롯이 나의 몫인 제본과 포장만이 남았는데 ㅠ_ㅠ 몇시간 후면 마켓이 시작한다. 한밤에 엄마아빠님까지 일단 총동원했으나 퀄리티 유지를 위해 혼자 강행하기로 마음먹고.. 고독한 제본의 문을 열었다.
한권씩 한권씩 무겁게 누른 채 목공풀로 부드럽게~ 부드럽게~ 여러차례 바르고 나니 깨끗하게 한장씩 잘 떨어지는 엽서책이 탄생했다. 이 작업 역시 한두시간이면 되겠지.. 했던것이 3시간.. 4시간.. 해가 떠버렸.....
(친환경 목공풀을 사용했어요우!)
그래도 잘 말려 과일망 포장까지 해두고 보니
정말로 내마음에 쏙 들어! 신기했다.
사람들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는 정말 심각할 정도로 나의 결과물에 불만이 많다. 결과는 항상 아쉽기 그지없었는데, 이번 작품은 단 3일만의 탄생이란 맥락이 깔려 그런지... 5년만에 정리한 여행이라 그런지... 퀄리티가 잘 나와서 그런지... 어쩐지 마냥 좋은 작품이다.
그와중에 아쉬운 부분은 물론 있지만
(표지는 코팅할껄, 로고 더 고민할껄, 본문 폰트 사이즈 하나만 더 키울껄, ... ) 좋은 부분들이 훨씬 강력해 극복되는 아쉬움이라 다행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마구마구 잘 팔리면 금상첨화겠지만, 나는 이 책이 많은 사람보다 내가 원하는 한명이 좋아하는 작품이길 바란다. 내가 원하는 한명도 좋아하고 많은 사람도 좋아하면 완벽하겠지만 ㅋㅋ 그런 일은 10년에 한번정도 벌어지는 것 같으니 좋아하는 그 사람과 베를린풀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아님 이것이 좋은 사람을 새롭게 만나는
또 하나의 문이기를.
자, 차린게 많습니다. 들어오세요!
핸드메이드초한정판 베를린풀문 엽서책!
구매문의는 아래 인스타그램 DM 으로 : )
www.instagram.com/analogcho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