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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물의집 Jul 13. 2015

바르셀로나에서 아침을

크로와상 한 입 물고 더 게을러진 여행

올 해 2월, 드디어 바르셀로나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이 점점 과거가 되어갈수록.. 보다 또렷한 기억으로 남는 게 하나있다. 바로.. 매일 똑같은 카페에서 맞이했던, 바르셀로나의 아침이다.


평생을 아침 안먹고 살면서

여행가면 꼭 아침을 챙겨먹는다


아침 풍경을 구경하면, 그곳의 일상이 더 가까이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선 되도록 아침형인간으로, 일찍 눈을 떠 근처 빵집에 가서 사람 구경을 한다. 그래서 여행지에 도착하면 숙소 주변의 동네 빵집이나 카페부터 알아본다. 잠깐 왔다가는 여행객일 뿐이지만, 최선을 다해 살다가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바르셀로나의 아침을 열어준 카페이자 빵집은 바르셀로나 대학 근처의 DelaCrem

여행지에 대학교가 있으면 꼭 가보는 편인데, 아침부터 바르셀로나 대학 근처를 누비다 엄청난 빵냄새에 홀리듯 이끌렸다.

Beautiful Croissant by DelaCrem, 2015

빵집을 가면 식빵이나 크로와상으로 그 빵집의 수준을 가늠하는기 때문에 (*기본기 체크 중요) DelaCrem에서는 크로와상과 카페콘레체(=카페라떼)를 시켰다.


너무나 아름다운 자태.. 봉긋하게 부푼 방금 나온 크로와상이라니! 한입 크~게 베어 물면 봉긋하게 부푼 빵이 사르르포옥~ 꺼지는데.. 충격적인 맛!!!!!!!!! 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정도가 지나치게 맛있었다. 더구나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그래, 이번 여행은 여기다!

DelaCrem 테라스 풍경

그렇게 일주일간 짧은 바르셀로나에서의 삶에는 매일 아침 크로와상과 카페콘라체가 있었다.

Croissant & Cafe con Lache

다음날 아침에도..

그 다음날 아침에도...

친구 데리고,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 아침에도.....

특히 더 잘 구워진 것 같은 날의 크로와상

드디어 마지막 날 아침................ 공항 출발하기 직전 겨우 짬을 짜내어 이별의 크로와상을 먹었다.

크로와상의 빈자리
물론 크로와상 맛있는 곳이야
얼마든지 또 있겠지..
그럼 중요한 건?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사실 빵이 맛있는 곳은 더 있을 수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얼마든지. 하지만 이미 그런 건 상관없다. 여행에서 잊지말아야 할 한가지! 바로, 자족하는 마음이다. 여행은 일상보다 주어진 시간이 훨씬 짧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미션마냥 맛집, 멋집을 클리어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그 짧은 시간의 생활에서 더 맛있는 곳, 더 멋있는 곳만을 생각한다면 주어진 시간만큼, 최대 딱 그만큼의 재미만 얻게 될 것이다.



어느 정도 괜찮은 곳이라면,

그정도로 만족해 보자.

더 괜찮은 곳을 찾으려는 마음을 비우면, 분명 또 다른 재미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을 것이다. 주변을 채우는 사람과 공간. 같은 곳이라도 평일과 주말의 각기 다른 풍경. 만족한 곳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익숙해지면서도.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경험! 그렇게 쌓인 진한 추억은 주어진 짧은 시간으로는 엄두도 못낼 어마어마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DelaCrem도 그랬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특별한 곳으로 남을 수 있었다. 물론 환상적인 크로와상이 있었지만, 보다 새롭고 맛있는 곳을 찾아다니기 보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그곳을 가면서 어설픈 단골로서의 추억을 얻었다.


오늘은 빵들이 어떻게 디스플레이 되는지 어제와 어떻게 다른지를 눈치챘고, 좀 서투른 주문 덕분에 DelaCrem의 새로운 멤버가 교육받는 중임을 알게 됐다.


문이 열렸을 때와 닫혔을 때 스푼이 하나였다가 둘이었다가. 이건 분명 멋쟁이 사장님이 치밀하게 의도한 거겠지?!?! 넘겨짚어보기도 했고.


창가에서 멍때리며 앞건물을 바라보다 꼭대기 테라스에서 식사 중인.. 낭만넘치는 남자를 스토킹하기도 했다. (같이 살래?)


단골인지 처음인지,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을 보며 누구는 출근하는 길. 누구는 동네 마실나온 사람으로 상상했고, 이 동네는 이렇게 아침이 흘러가는구나.. 나의 아침과 닮은점, 다른점을 자연스레 깨닫기도 했다.

최고의 재미는 역시 사람 구경, 특히 예쁜언니 멋진오빠 (하트)

여행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적당히 게으른 여행을 했고, 게을렀던만큼 깊이 새겨졌다.


이렇게 특별해진 DelaCrem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바르셀로나가 되어버린 이유, 나만의 작은 바르셀로나를 가끔씩 꺼내보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


빵이 나옵니다.
예쁜언니가 빵을 가져다 줍니다.
예쁜언니 멋진오빠

Heladería DelaCrem
Carrer Enric Granados, 15-17, 08007 Barcelona, Spain
http://goo.gl/maps/OIE2n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빵은?

무조건 '갓 구운 빵' 이죠.

아무리아무리 맛있는 크로와상이라도 식으면 최고는 아니에요.

인생은 역시,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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