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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물의집 Jul 13. 2015

친구들과 문방구 쇼핑

일상 속 만만한 여름놀이 Part.1

여름이 싫었다. 겨울을 너무 좋아하니까.


겨울은...

너무 낭만적이다.(하트) 사람들이 모여야 따듯해지니까 사람도 좋아지고, 연말연시라 괜히 감사해지고, 옷은 레이어드도 할 수 있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소품 고르는 재미까지!


그런데... 여름은...

일단 사람들이 스치기만 해도 덥고! 끈적여서 싫고! 예민해지고! 모기 싫고! 물도 별로 안 좋아하니까 물놀이는 나랑 상관이 없고! 옷은 훌렁훌렁 벗으면 그만이니 몸매 좋은 게 장땡이라 재미없고! 막 덥고! 심지어 습하고! 여름은 그저 겨울을 기다리는 시간, 겨울을 더욱 좋아할 수 있게 만드는 연단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 수영을 배우고, (나이 탓 안 하고 싶지만 바뀐 건 내 나이뿐) 추위가 점점 견디기 힘들어지다 보니, 어부지리 여름도 좋아졌다. 여름도 여름만의 낭만이 있다는 걸 눈치 채버렸다.

바다 바다 노래를 해도, 막상 보러 가면 좋은 건 10분. 그걸 알면서 또 바다바다 노래를 부르게 만드는 무한매력의 바다

조금씩 여름이 좋아지면서 여름을 기다리는 자세도 달라지고 여름을 즐기는 나름의 노하우도 생긴 것 같다. 대표적인 여름 놀이는 바다와 캠핑인데,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라지만 슬슬 걸어나가면 바다인 동네에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캠핑은 너무 유행으로만 번져, 캠핑이라는 과정의 참맛보다는 그저 완성된 분위기만 즐기는 안타까운 모습이 되어버렸다. 자연을 찾아 먼 곳으로 떠나는 거창한 여름놀이 말고 기나긴 여름을 채울 일상적인 여름놀이는 뭐가 있을까?



친구들과 함께하는

만만한 여름놀이 준비물 다섯가지!


#1. 동네 친구들 소집

심심한 애들 참 많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이왕이면 집 근처 동네친구들을 소환할 것!

분당구청 앞



#2. 동네 문방구 쇼핑

문방구가 예전만큼 많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초/중/고등학교 앞은 문방구가 지키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앞으로 가면 더욱 재미 난 아이템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학동초등학교 앞

휘황찬란한 놀이도구들 중에서도 스테디셀러 놀이도구인 공기, 물총, 연을 강력 추천하며, 기억을 소환해 보려 한다.



공기는 반드시 사전 실력체크가 필요하다.

유년시절에 따라 개인차가 좀 심할 수 있다. 10년 이상의 공백이 있다고 해도, 육감은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몇번 하다 보면 금세 실력이 돌아오기 마련! 공기보다 고무줄을 한 여자라거나, 공기와 담 쌓았던 남자라면 영 재미를 못 느낄 것이다. 반드시 친구들의 수준을 먼저 체크한 다음 비슷할 경우에 진행하는 게 좋다.

* (알만 한 사람은 알겠지만) 문방구에서 구입한 상태의 공기는 가볍다. 두 알 정도의 심을 하나에 합쳐주는 사전 준비는 센스.


물총은 대단한 담력이 필요하다.

옷이 젖거나 화장이 지워지는 것을  거슬려할 친구가 있다면 물총놀이는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친구들이 괜찮아한다면 이보다 빠른 시간 빅재미를 선사할 놀이도 참 드물기 때문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물총에 좀 적극적인 친구들까지 있다면 물풍선도 같이 구입할 것을 추천한다. 물총과 물풍선을 같이 쓸 수 있다면 전략을 보다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 물풍선이 적중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맞더라도 터지기가 참 어려운데, 이게 제대로 맞아서 터지기만 하면 기분이 엄청 나쁘기 때문에 상대의 전투력을 순식간에 무너트릴 수 있다.

* 물풍선에 물을 넣고 매듭을 짓는 것이 초딩시절 고사리 손으로 했을 때보다 엄청 힘들어서 당황할 수 있다.

* 화장실이나 수도꼭지가 있는 곳 근처로 장소를 잡아야하고, 물풍선이 터졌을 경우 반드시 쓰레기를 치울 것!


연날리기는 엄청난 지구력이 필요하다.

연날리기는 누구나 즐겨하던 놀이가 아니다 보니 딱히 사전조사가 필요 없다는 게 장점이지만, 그만큼 누구도 쉽게 성공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뭔가 교과서에서나 봤던 부담스런 전통놀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몇 년 전 보스턴 어느 공원에서 연날리기 하는 커플을 본 후, 연에 대한 편견이 무너졌다.

그때 그 연날리기 커플

https://brunch.co.kr/@1221/31


연은 바람, 연의 컨디션, 연 날리는 노하우 등 영향을 받는 요인이 많다 보니 첫 술에 배부르기 어렵다. 우선 오래오래 달려도 지치지 않을 각오가 필요하다. 풍향을 읽으며 바람을 따라 계속 달려야 한다. 노하우는 아직 전혀 알지 못해서 그저 달리자는 말만...

* 최대한 넓은 곳으로 갈 것!  


기타 등등

캐치볼, 원반던지기, 플라이윙은 금세 질리지만 여럿이서 놀러 가면 '기타 등등' 수준으로 깨알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갖고 있는 보드게임이 있다면 꼭 가지고 나가 볼 것!





#3. 당(구급약)

야외에서 노는 것이라 금방 지칠 수 있다. 달달한 초콜릿이나 사탕이 은근히 제 역할을 한다.



#4. 동네 장소 물색

녹지가 잘 조성되어있는 동네도 있고, 좀 열악한 동네도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동네마다 적어도 학교는 있고, 학교 운동장도 있다. 넓을수록 어떤 놀이도 거뜬히 해낼 수 있겠지만 넓은 장소에 집착하다 보면 어디든 성에 차지 않을 수 있으니, 장소는 좀 관대한 마음으로 물색하는 것이 좋다.




#5. 용기

어디서나 돗자리를 깔 용기가 필요하다. 학교 운동장이든 동네 공터든 공원이든 사람들의 시선이 전혀 없는 곳은 없다. 정작 일상 속에서는 잘 못 놀면서, 판이 다 깔려 있는 휴가지를 찾아다니는 이유. 바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 아닐까? 놀려고 작정하고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놀 수 있다면, 우리들의 일상은 너무 가엽다. 이제 집에 들어가기 아쉬운 날들이 계속될 것이다. 여름 휴가로 어느 바다를 가고, 어느 계곡을 가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우리들의 주말이 지나갈 것이다. 바다를 가는 듯, 계곡을 가는 듯 동네의 자연 속에서도 여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용기만 있다면,




올 해의 여름은 바닷가, 캠핑장, 카페, 술집에만 가둬두지 말고, 지천에 깔린 공원이나 운동장을 놀이터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Part.2에서는 혼자하는 만만한 여름놀이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야외에서 어떻게 혼자..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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