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O THER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물의집 Jul 17. 2015

그 때 그 연날리기 커플

Boston, 2009

<친구들과 문방구 쇼핑>에서 연날리기를 소개하면서,

https://brunch.co.kr/@1221/27


연날리기에 대한 편견(연날리기는 전통놀이)을 날려준 한 커플을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 속편으로 그때의 소중한 기억을 풀어보려 한다.


2009년, 보스턴에 도착하고 며칠 되지 않아 Alewife 역 근처의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다. 공원으로의 나들이가 익숙지 않았던 당시의 난 모든 것이 어색했다. 보스턴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은 삼삼오오 각자 싸온 음식과 근처 Whole Foods에서 사온 건강하고 맛있는 것들을 잔뜩 꺼냈다.

자리를 풀고 주섬주섬 먹으며 놀고 있는데, 저 멀리 수상한 커플이 보였다.

설마. 저 사람들이 날리고 있는게... 연인가? 연? 설날 날씨 배경으로 나올법한 그 연날리기?

가까이 가서 맞는지 좀 봐야지.

커플이 붙잡고 있는 실의 끝, 진짜 연..


전통놀이인 줄만 알았던 연이 신세대 놀잇감으로 쓰이는 현장이 너무 놀라웠다. 그대로 몇 걸음 물러서서 공원과 커플과 연까지 한눈에 담아냈을 때의 그 아름다운 장면은, 100살이 돼서 인생 최고 명장면 TOP.5를 꼽으라고 해도 꼭 들어갈 명장면으로 기억하고 있다.

멍- 해질 정도 멋있는 순간이어서 이대로 오래오래 이 연날리기 커플을 지켜봤다. 며칠 동안 비만 오다가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던 청아한 날, 선선한 바람을 타고 연은 오래도록 높이 떠 있었다.

딱히 뭔가 하는 건 없는 거 같은데 편안하게 잘 떠 있던 연.

덕분에 연날리기에 대한 편견을 깬 대신, 연날리기가 꽤 쉬운 놀이라는 깊은 오해를 품게 되었다.




2009년 여름, 3개월 동안 미국 보스턴에 머물렀다. 큰집 식구들이 살고 있는 덕분에 여행자의 여행이라기보다 최대한 사는 척에 가까운 여행이었다. 어렸을 때 가 본 미국에 대한 인상이라고는 정말 왕만했던 아이스크림 뿐이고, 워낙 유럽을 동경하며 살았어서 그런지 미국에 대한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 3개월이면 꽤 긴 시간의 여행인데도 신기할 정도로 무덤덤했다.

얕은 낭만과 문화일 것이라 무시했던 미국에서 뜻밖의 깊은 낭만을 만났고, 동네 공원에서 친구들과 연을 날려봐야겠단 결심을 하게 만든 보스턴 여행.


여행이 좋은 이유는, 혼자서 쌓아올린 편견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에 있지 않을까?

막연히 갖고 있던 생각들을 경험으로 부셔주는 스릴

6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보스턴에서 느낀 낭만들을 떠올리면 기분이 발그레-해진다.


오늘. 서울 하늘도 구름도 충분히 멋지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들과 문방구 쇼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