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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물의집 Aug 11. 2015

사라진단골집 #1.Gagarin

이봐요 가가린, 문 닫아요

[사라진단골집]이란 사진 폴더가 있다.

애정했던 공간들이 유명해지고, 건물주가 세를 올리고, 결국 이사 가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이 생기다 보니 이렇게 넋 놓고 당하는 이별이... 당하고 또 당해도 여전히 참 힘들고 답답해서 하나씩 앨범에 모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이 앨범에 가장 담기 싫은 두 공간이 있는데, 하나는 가가린이고 https://brunch.co.kr/@1221/25

또 하나는 mk2이다. https://brunch.co.kr/@1221/7


그런데 결국...

가가린이 이 앨범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

.

.

애정하는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 tothere (투데어)라는 브런치 매거진을 만들고 설레는 마음에 가가린에 대한 글을 썼었다. 어느곳보다 나만 알고 싶은 곳이었지만, 그럼 더 오래 함께할 수 없는게 두려워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마지막 코멘트를 남겼었다.


가가린을 지켜주세요.


왜 하필 그런 말을 남겨서 이 이별을 더 큰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었나.. 참 원망스럽다. 오늘 받은 가가린의 이별 편지는 끝까지 가가린스러운 느낌이 가득 담겨있었다.


이제 가가린 같은 곳은 꽤 많아졌지만, 가가린을 대체 할 수 있는 곳은 결코 없다. 가가린같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은 많아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곳들의 느낌 또한 꽤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어서 가가린만의 독특한 느낌은 오히려 점점 독보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이곳은 정말 취향 비슷한 동네 이웃들이 주섬주섬 모여 탄생한 사랑방이었고. 그래서 한명의 주인을 닮아있는 모습이라기보다 뭐라 정의되지 않는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또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수많은 동네책방, 독립출판물 서점과는 아주 다른, 뭔가 투박하고 무심한 냄새가 이곳엔 있다. 친절하고 정감 넘치진 않아도, 듬직하게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 같달까.


서촌, 통의동에서 가가린의 의미는 정말 대단하다. 단지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를 넘어, 언젠가 가가린이 없어진다면 그건 서촌과 통의동이 사라지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가가린은 정말 유행을 뛰어넘는 대단한 가치였고, 문화였다.


무한도전마냥 내가 사는 평생 곁에 머물러주길 원했다. 그러고보면 참 욕심도 대단했지.. 어떻게 보면, 그래도 가가린 정도 되니까 이만큼 버틴걸텐데. 공간이란 뭘까. 인테리어 비슷하고 콘텐츠 비슷하다고 해서 비슷한 공간이 되지는 않는 분위기의 힘! 그건 정말 풍진 세월이나 그 공간을 아끼는 사람들의 떼가 묻어야 하나보다.


아쉽고도 아쉽지만.

조금 남다른 것을 찾아해매고,

로컬 문화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늘 이정표로 남아줘.



수고했어 가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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