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서촌) cafe
통의동 산책하고 mk2에서 커피 한 잔
동네라는 말 참 좋다.
오래 살던 곳이나, 스쳐 지나가 보기만 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는 곳이나 .. 사람도 그렇듯 동네도 끌리는 곳이 있기 마련인 것 같다. 종로구 통의동이 나에게 그런 공간이 된 건, 순전히 mk2 때문이었다.
오래 전이라 어떻게 mk2를 알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mk2를 찾으러 간 동네에서 일생일대의 공간을 만났다. 그야말로 첫 눈에 반했다.
경복궁 서쪽 돌담길을 따라가다 제법 큰 골목이 나오면 우회전! 통의동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이다. 은은하게 퍼지는 감격은 늘 한결같이 짜릿하다.
요즘은 서촌이라는 이름으로 대림미술관의 흥행과 더불어 관광객과 20대 힙스터들이 자주 찾는 곳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그 곳이 주는 여유는 사람을 참 편안하게 만든다.
특히 좀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는 이곳을 좋아하는 단골들과 동네 주민들, 경찰들만 남아 한층 더 여유롭다.
mk2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영감충만한 곳으로 기억될 수 있다.
지금이야 유럽의 각종 스타일들이 많이 상륙했고, 카페들도 참 흔해졌지만
5년 전 mk2를 처음 갔을 때의 느낌은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감동이었다.
투박하지만 동네와 잘 어울리는 외관, 낯설지만 멋스러운 가구와 조명, 온몸을 감싸는듯한 음악, 디테일하게 mk2를 채우고 있는 리플릿이나 포스터들도 이 곳의 범상치 않음을 느끼게 해준다.
독일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mk2의 많은 느낌이 어디를 향하는지 공감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자주 바뀐다. 아주 자주.
mk2를 처음 갔을 때 공간디자인과 더불어 또 깜짝 놀랐던 것은, 커피의 맛이었다.
(요즘 처음 갔다면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커다란 메뉴판 종이에서 좀 진한 아메리카노 같은 레귤러를 골랐다. 그동안 스타벅스의 탄맛 나는 진한 커피에 익숙해있었는데, mk2에서 레귤러 커피를 마시고는.. 깜짝 놀랐다. 말 그대로 한 모금이 들어가는 그 순간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깜.짝. 놀랐다. 쓰지 않은데 진한 커피는 첫 경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 mk2에서 쓰던 머신은 우리나라에 몇 없는 수동 머신이고, 거기에서 추출되는 커피의 맛은 스타벅스에서 뽑는 맛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어느 커피전문가님으로부터) 들었다.
이제는 커피의 맛도 디자인도 그저 유명한 카페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mk2는
동네 많은 예술가들의 사랑방으로 남아있다고 믿는다.
커피는 구깃구깃 낡은 메뉴판 종이처럼 한결같고, 가구며 조명 같은 디자인은 종잡을 수 없이 자주 바뀐다. 아무리 가도 질리지 않는다.
겨울엔 뱅쇼도 맛있다.
배고플 땐 샌드위치도.
입이 좀 심심할 땐 쿠키나 케잌도.
화장실에 가 보세요.
벽과 천장을 애워싼 포스터들이 참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