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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물의집 Jan 30. 2018

안녕하세요.

안녕히가세요. 

기운없는 하루였다.

되는 일도 없고, 많은 것이 지겹고. 


그래도 역시 먹는 걸로 기분 전환해야겠다! 싶어 비싸고 화려한 음식에 도전했지만 대실패.

여기서 그칠 수 없어 먼 길을 찾아가 디저트로 재도전했지만, 또 실패! 


이쯤되니, 오늘은 그냥 그런 하루인가보다...  한껏 무기력해졌다. 

마침 버스가 곧 도착이라는 안내에 열심히 뛰어 무거운 귀갓길 버스에 올랐다. 오늘 같은 하루라면 버스까지 놓칠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집으로 가는 길만큼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버스기사님은 계단을 오르는 한명한명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한명도 거르지 않고 계속 인사를 하셨다.


다음 정거장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

안녕히가세요. 


다음 정거장에서 여러 사람이 내리고, 여러 사람이 탔다.

안녕히가세요.

안녕히가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히가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기사님은 예수님을 믿는 분일까?

어쩜 저렇게 예수님을 닮아 있을까.

누구 하나 거르지 않고, 한명한명 마중나오고 배웅해주는 모습이 예수님처럼 주변을 환히 밝혀 어두웠던 나의 오늘을 끝내 밝히고 말았다. 


겨우 인사하는 것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버스기사님에게 인사란 얼마나 어렵고 번거로운 것일까? 아무리 많은 버스를 타고 다녀도 이런 환대를 받은 적이 거의 없지 않은가. 오늘 나의 하루를 밝혀준 기사님의 인사는 누구라도 그 음성을 들었으면, 아. 이 분은 진짜 인사를 하고 싶어서 하고 계시구나! 절로 느낄 수 있는 진심어린 인사였다. 


나는 오늘 왜때문에 어두웠던 것일까? 

말씀을 기억했을까? 기도로 나아갔을까? 

"안녕하세요" 한마디 덕분에 침전되어가던 마음을 다잡는 내모습을 보며, 내가 매일 기쁘게, 정성스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마음을 환기할 수 있는 생명임을 깨달았다.


고마워요 32번 버스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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