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gue, GQ 말고도 무진장 다양한 잡지의 시계
소년, 청춘, 창조, ...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는 1910년 최남선의 '소년'이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잡스러운 언론영상학을 공부하면서 특히 잡지, 라디오 같은 매체에 엄청 관심이 많았는데, 잡지저널리즘이란 3학년 수업을 패기 넘치게 2학년 때 들었다. 4학년이 되니 같은 수업인데 이름이 바뀌어 교수님께 부탁해 또 한번 들을 정도로 (학점은 안 좋았음.. 왜때문이었을까..) 그 수업도, 잡지라는 매체도 참 좋아했다.
에스콰이어 편집장인 민희식 교수님으로부터 잡지의 역사며 종류, 프로세스 등을 배웠고 두번이나 같은 수업을 들었음에도 기억하는 건 별로 없지만.. 그 수업을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것과 최초의 잡지 '소년'이란 타이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잡지를 좋아하다 보니, 다양한 잡지를 많이 모으고 있고 자연스럽게 언젠가 잡지를 만들고 싶어 하는 꿈도 키워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잡지는 여전히 미용실에서 읽는 책이고, Vogue와 GQ 같은 유명 패션지가 곧 잡지의 전부일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잡지 시장은 해외 유명 라이센스지들이 점령하게 되었고, 심지어 잡지의 콘텐츠보다 부록으로 경쟁하는 신기한 문화도 자리 잡았다. (=신문 보면 자전거, =백화점멤버쉽 가입하면 샴푸/린스)
그래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잡지는 물론 종이와 활자에 찾아주는 손님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잡지 시장은 다양화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각자의 취미와 취향대로 발행되는 잡지도 많아졌고, 이런 잡지를 만날 공간들도 많아지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자기랑 잘 맞는 잡지를 발견하고 즐기면서 이 부흥을 더 크게, 더 건강하게 다져줬으면 좋겠다.
잡지는 크게 ISSN의 여부에 따라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ISSN: 국제표준 연속간행물 고유번호
잡지는 정기간행물로 분류되고,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책으로 일반 도서와는 구분해서 취급한다. 이런 잡지들은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이나 지역, 학교 도서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Vogue, GQ, ELLE 등의 패션지와 월간 낚시, 행복이 가득한 집, 시사IN 등의 각종 잡지들이 모두 커버에 ISSN 번호를 명시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출간되고 있는 잡지도 아주 다양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지만, 독립출판을 통해서 약간 미쳤나? 싶은 정도의 기상천외한 잡지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잡지는 가가린, 헬로인디북스, 소심한 책방 등 동네 조그만 책방에서 취급하는데 요즘엔 점점 이런 곳이 많아지고 있다. 독립출판 잡지들을 ZINE(진)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말해봐야 혼자 뻘쭘해지는 인지도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ZINE은 취미생활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그만큼 자유로운 내용과 방식으로 표현된다.
잡지는 지금을 이야기한다.
대체 왜 잡지에 하염없이 열광하는 걸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나는 '지금'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의 이야기들. 잡지가 그냥 책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보다 생생하고, 일상적이라는 점이 아닐까? 이미지와 텍스트가 적당히 섞여있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돼서 계속해서 새롭고, 이래저래 잡스럽다. 어디로 튈지 모르겠으면서 한 우물 깊-이 파는 우직한 매력도 있는 청순한 글래머 같다.
ISSN이 찍혀있는 잡지든, 일기 수준인 것만 같은 Zine으로의 잡지든 어떤 것이 더 느낌 있고 뛰어난 것은 아니다. 잡지라는 시장이 점점 건강해져 가고 있고, 그렇게 되길 바라는 간절함이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에게 뻔하지 않은 무궁무진한 선택의 기회를 소개하고자 한다.
되도록 직접 사고, 읽고, 느낌으로써!
READING IS SEXY
COVER STORY | 바르셀로나의 어느 책방 (곧 소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