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미아 Nov 15. 2024

어릴 적 이야기

-피아노가 치고 싶었던 소녀

초등학교 5학년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다니던 주산 학원에서 가정집에서 피아노 레슨을 하고 있다는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날부터 엄마한테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졸랐다. 넉넉하지 않았던 가정 형편을 잘 알고 있어서 피아노 학원을 다닐 생각은 못했지만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에 진짜 용기를 내서 엄마한테 졸랐던 것 같다. 내 마음이 통했던 것인지 엄마는 레슨을 배우도록 허락해 주셨고 나는 몇 달 동안 정말 행복했다. 

선생님은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셨고 선생님의 남편분은 외항사로서 몇 달씩 배를 타는 분이셨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꽤나 애살쟁이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한편으로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성향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부산 사투리) 였던 나는 집에 피아노가 없었기 때문에 선생님 집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사실 피아노 레슨 시간을 넘겨서도 계속 피아노를 쳤던 것 같다. 그리고 선생님은 다 이해해 주시고 피아노를 치게 해 주셨다. 선생님 남편분께서 돌아오셔서 집에 계셨던 날도 선생님은 내가 레슨 후에도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그 이후에 내가 얼마나 더 오랫동안 선생님께 레슨을 받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피아노를 치는 동안은 너무 행복했다. 

건반에서 움직이는 내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을 아주 오랫동안 잊지 못했다. 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내가 피아노를 너무 좋아하니까 피아노를 사주려고 돈을 따로 모아뒀다가 주식투자로 돈을 날려버렸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나중에 들으면서 한참을 웃었다. 만약에 엄마가 피아노를 사주고 내가 피아노를 계속 쳤다면 나는 과연 음대에 진학할 수 있었을까?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었을까? 


늘 일어나지 않았던 삶의 선택이나 방향을 상상해 보는 건 지금의 삶을 더 감사하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가 되기 한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삶이 내 실제이고 여기서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아는 태도가 나를 좀 더 행복하게 만들지 않나 싶다. 아마존에서 전자 키보드 하나 사서 어릴 적 못다 이룬 꿈을 한 번 이뤄볼까 보다. 

작가의 이전글 낡은 서랍장의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